등산

7.5 염초봉

PAROM 2014. 7. 6. 10:54

 암벽수준의 염초봉 등반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와 어제를 돌아보는 기분이 상쾌하다.

 

 금요일 오후 산제미 밴드에 번개등산 알림이 떴다. 올스탑두목과 같이 하는 삼각산 파라다이스 코스란다. 오랫만에 모두 보고 싶은 마음에 제일 먼저 간다고 하고 나니 은근히 코스가 걱정이 된다. 요즘 올두목이 올리는 사진을 보면 모두 암벽등반 사진이어서다. 아침에 일어나니 꼭 릿지화를 신고 오란다는 댓글이 올랐다. 그냥 혼자 평소 다니던 길로 갈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변함 없는 고소공포증을 어찌할 것인가?

 

 전날 저녁에 산악회와 가는 것과 밤 9시 까지는 전화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은 터라 아침이 상쾌하다. 코스가 걱정이 되긴 했지만 산친구들을 만나게 된다는 설렘이 앞선다. 아내가 도시락을 싸며 호박전을 부치라고 해서 두 말 없이 한 그릇을 부쳐내니 반찬을 네 가지나 챙겨준다. 제일 좋은 배낭에 징기스칸 750을 한 병 넣고 물과 갈아 입을 옷을 넣으니 묵직하다. 11에 불광역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충분한 시간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올두목님, 조은네님, 오시오님, 눈비돌님 그리고 나 모두 다섯 명이다. 다른 분들은 일정이 있는 모양이다. 704번을 타고 효자리에서 내렸다. 험한 곳으로 가기 싫어 날이 더우니 계곡을 걷자고 했더니 웃으며 쉬우니 원효봉으로 해서 염초봉으로 가잔다. 죽겠다. 돌아갈 수도 없고.... 또 다시 후회가 밀려온다. 훍길을 걸어 오르는 것도 힘들다. 날이 덥고 습한데다 바람도 한 점 없다. 자주 쉬면서 올라갔다. 쉴 때마다 두목이 먹을 것을 자꾸 내주는데 내 배낭엔 간식거리가 물 밖에 없다. 배낭 무게가 줄어들지 않는다.

 

 원효봉을 비켜 옆길로 돌아 염초봉 능선에 닿으니 본격적인 릿지가 시작되었다. 첫 구간을 바위 아래의 흙길로 올랐다. 릿지 위에 내가 보이지 않자 두목이 나를 찾는다. 얼른 대답을 하고 릿지에 올랐다. 산아래에서 잠시 만났던 사람들이 꼭대기에서 밀려있다. 안내산악회에서 장비 없이 이십여 명이 왔는데 이들이 오르고 내려가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하고 있었다. 곧바로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암벽등반으로 오른 이들까지 염초봉 꼭대기에서 뒤엉켰다. 나도 이들이 설치한 자일에 의지해 책바위를 내려갔고 두번째 바위에서 우리 일행은 복잡함을 피해 이들을 모두 먼저 가게하고 뒤에서 내려갔다.

 

 위험한 곳을 모두 지난 곳, 염초봉 꼭대기에서 점심자리를 펼쳤는데 세 시가 넘었다. 걷는데 힘들다며 간식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았던 오시오님이 반긴다. 우린 쉴 때마다 간식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다른 분들이 가져온 것을 먹다보니 내가 가져간 도시락의 밥이 반이나 남았다. 두목과 둘이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잠시 쉬다가 5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피노키오처럼 생긴 바위에 가서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길로 향했다. 내려오는 중에 사진을 찍는다며 포즈를 요구하는데 왜 자꾸 낭떠러지 쪽으로 더 가라고 그러는지 에휴.......

 

 밤골로 내려오는 길은 부드러운 흙길이었다. 큰 갈림길에서 계곡으로 방향을 돌려 계곡물로 땀을 씻고 티를 물에 담가 소금기를 씻어낸 후 남은 징기스칸을 다 비우고 내려오니 옷은 젖었지만 상쾌하다. 밤골입구에 내려오니 7시가 훨씬 넘었다. 두목이 뒷풀이가 없다고 해서 조은네님과 눈비돌님을 따로 한 잔하기로 한 것 같았지만 나는 9시 귀가 약속을 지키려고 34번을 타고 오다가 구파발역에서 홀로 먼저 내렸다.

 

 집에 도착하니 무척 피곤하고 긴장이 풀렸는지 팔다리에 힘이 쪽 빠진다. 약속을 지켰다며 막걸리를 한 상 차려준다. 다음에도 이 모임에는 수월하게 허할 것이다. 그런데 코스가 좀 난해하다. 겁난다.

 

(09:38) 집을 나서며. 코스가 걱정이라 겁을 잔뜩 먹었다. 

 

첫번째 릿지 구간 

처음으로 경관이 트인 곳에서 잠시 쉬면서. 

 

염초능선에서 본 원효봉 

앞 능선이 파랑새능선이고 뒤가 숨은벽능선인데 두 곳 모두 사람들이 많았다. 

책바위. 이곳에서 세 팀이 엉켰다. 

 

 두번 째 하강길.이곳도 복잡에서 우린 쉬다가 이들이 다 간 후에 보조자일을 걸고 내려갔다. 소나무가 인상적이다.

 그런데 내가 저 사람들 있는 곳에 갔을 때 먼저 내려가 자일을 사리던 두 명이 누가 어쩌고 하면서 얘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말하는 올스탑대장이 내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데 그들은 모르는 것 같았다. 이런 산꼭대기에서 둘이 얘기를 해도 남의 말을 하는 것은 조심을 해야한다. 흉이라면 더더욱...

점심자리. 구름 때문에 이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피노키오바위에 사진을 찍으려고 가는 중 

눈비돌님이 찍은 사진. 백운대를 배경으로 있는 내가 자연스럽다. 뒤는 두목

올두목과 일행들이 가져온 많은 음식들. 호박전은 아침에 내가 부친 것이다. 

 

암벽으로 오르는 이들 

 

아래에서 본 염초봉. 왼쪽이 백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