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2.28 대피소 - 행궁지 하산 후 중학동창들 모임

PAROM 2014. 12. 29. 11:39

 전날인 27일 토요일에 이종만 교수의 딸 결혼식 있는 조선호텔에 갔다가 교수 두 분 등 다섯이 남대문시장 빈대떡집에서 수다 떠느라 하루를 보냈더니 좀이 쑤셨다. 청송회 친구들과 31일에 송년산행을 하기로 했지만 친구들의 성향상 분명히 걷다가 중간에 내려올 것이므로 28일에 가지 않으면 2014년의 북한산행은 걷기 조금 부족했던 칼바위 등반이 마지막을 장식할 터였다. 그래서 전날 아내에게 산에 가겠다고 하니 한번쯤 빠지면 어디가 덧나냐며 핀잔을 준다.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벌써 아침준비를 다 해놓고 컵라면물까지 끓여 보온병에 담아 놓았다. 잘 입지 않는 진홍색 오리털파커를 배낭 밑에 넣고 점심, 아이젠과 여벌 장갑과 모자, 썬그라스, 쵸코렛, 물을 넣고 배낭을 닫았다. 지난 토요일 칼바위 때 옷에서 바지만 다른 것으로 입었는데 계속 신던 등산화가 창이 다 닳아서 창갈이를 하려고 보낸 상태라 신발장에서 지난 겨울에 신고 기름칠해 두었던 중등산화를 꺼내 신고 집을 나섰는데 그리 추운 것 같지 않아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발걸음이 뚜걱거렸다.

 

 산으로 들어가니 이번주엔 산에 눈이 오지 않았는지 햇볕이 비추는 길엔 눈이나 얼음이 없는데 응달인 곳은 눈녹은 물이 얼어 빙판을 이루고 있어 무척 미끄러웠다. 중등산화를 신은 나는 수시로 미끄러졌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 산에 들어오니 역시 겨울산이라 추위가 느껴졌다. 조금 걸으니 몸이 훈훈해지고 발도 후끈거려 역사관 앞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사람들이 신은 아이젠 때문에 빙판이 파여서 얼음알갱이들이 길에 눈처럼 쌓여 있었고 비탈진 곳은 상당히 미끄러웠다. 어기적거리고 걸으니 평소보다 힘도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등산화도 불편하여 노적사입구 정자 앞에서 아이젠을 신었다. 그러고 오르니 한결 수월하다. 중간중간 얼음이나 눈, 낙엽이 없는 바위길이 나오면 낭패다. 올해 처음 사용하는 아이젠이라 그런 것도 있고, 빨리 닳으면 나중에 제기능을 못하니까 아끼려고 고양이 걸음을 했다.

 

 그렇게 대피소에 올랐고 바로 능선을 따라 문수봉을 향했다. 처음엔 힘들면 중간에 끊고 내려오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대피소에 오르니 욕심이 생겼다. 산길을 걷는 것을 경쟁으로 느끼는 문제가 내게 있다. 누군가가 나를 앞지르면 지지 않으려고 하는....... 이번에도 대피소를 바로 지난 곳에서 앞에서 나를 추격(?)하는 이에게 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걷는 행동을 또 하고 말았는데 그 사람이 대성문에서 정릉쪽으로 빠질 때까지 계속 됐다. 대성문에서 대남문으로 넘어가는 성곽길에서 헥헥거리며 걸을 때 전화가 왔다. 중학교 동창인 하형우였다. 일산에서 번개모임하는데 오라고. 내 숨소리를 듣더니 내려와서 전화하라고 하고는 바로 끊었다. 고민 시작. 내려가서 주엽에 5시까지 가려면 집에 갔다가 가야되는데 집에 가면 나오기 싫어하니 그냥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랫만에 산에 바람이 없었다. 특히 남장대지능선에서. 해도 종일 비추지 않았다. 행궁지를 지날 때 쯤에는 잠깐이지만 싸락눈이 뿌려졌다. 춥지는 않았지만 장갑을 벗고 한참 있으면 손이 시리기는 했다. 점심을 먹느라 능선 바위 아래에서 쉴 때는 한기가 느껴졌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데 곧 식는 것 같이 느껴졌따. 뜨거운 컵용기를 들면 손이 따뜻해져 좋았는데 금방 식어서 실망했지만 단무지에 먹는 맛은 참 좋았다. 먹느라 쉬는 동안 무릎이 뻐근해짐을 느껴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겨울마다 그러는 것이려니 하고 완전히 몸이 식기 전에 다시 짐을 꾸려 일어났다.

 

 내려오는길. 중간에 혼자만 다니던 길로 빠졌다. 지난 주엔 발자국이 없었는데 대여섯이 지난 자국이 있다. 그길로 들어갔다가 행궁지 뒤로 빠지는 아무도 다니지 않은 길로 내려섰다. 역시 눈이 깊다. 중등산화인데도 종아리가 젖는 느낌이다. 양말을 가져올 걸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궁지를 지나며 발가락이 이상함을 느꼈다. 등산화가 커서 내려오는 길이라 발이 쓸려 물집이 잡힌 것이 느껴졌다. 발가락을 오므려 보아도 별 효과가 없다. 법륜사 앞 벤치에서 아이젠을 벗고 뒤뚱거리며 산을 내려왔다. 쉼터를 지나며 보니 쥔장이 안 보이고 다른이가 있다.

 

 내려와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하니 모임에 간다고 한다. 해서 나도 가기로 하고 집에와 씻고 저동초등학교 옆 친구의 작업실로 가서 11명이 만나 곧바로 평창동 친구를 보러 갔다. 영양돌솥밥을 먹고 친구집에 올라가 와인을 한 잔씩 하고 집에 오니 자정이었다.

 오늘 아침 운동도 가지 않고 점심때인데 아직 이러고 있다. 또 전화가 왔다. 이종만 교수가 점심 같이 먹자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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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의 판화작품

          작업실

 

 

주엽 하형우의 작업실

     평창동 식당에서

빵떡 모자 쓴 친구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