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8.29 행궁지 - 대피소

PAROM 2015. 8. 30. 09:01

 산이 늘 그곳에 있어서 즐겁다.

 지난 4월인가 부터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던 허리가 계룡시와 산본에서 삽질을 하면서 더 심해졌고 허리를 고치기 위해 한의원 세 곳과 신경외과 한 곳을 다녔지만 치료를 받은 그때만 통증이 사라졌다가 몇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허리 때문에 대학 때부터 고생했던 친구가 이수역 근처의 침술지압원을 소개해 줘서 지난 8월 8일 부터 그제까지 8번을 다녀왔는데 확실한 효험이 나타났다. 지난주에 산에서 내려오다 허리에 무리가 간 것 같다고 했더니 똑 같은 길을 걸어보고 어땠는지 월요일에 확인하자고 해서-그렇지 않아도 산에 갔겠지만 허리가 이상하다 싶으면 중간에 내려오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새벽부터 산에 갈 준비를 했다. 식빵 두 조각에 땅콩과 복분자잼을 바르고 계란부친 것을 넣는 것으로 점심준비는 끝. 오이 두 토막과 귤 하나, 토마토 한 개를 통에 담고 꽁꽁 얼린 500미리 물 한 병과 그냥 한 병으로 배낭을 꾸렸다. 물론 휴대폰 배터리 하나 더와 쵸코릿과 사탕 몇 개는 늘 배낭에 들어 있고 썬그라스를 챙기고 손수건만 챙기면 되었다. 그리고 거금 20만 원을 들여 새로 산 머렐등산화 끈을 묶는 것으로 산행준비 끝.

 

 처음 신는 신은 발에 잘 맞지 않아 두 번까지는 고생을 하는데 이 등산화는 발에 꼭 맞는 느낌이고 아주 가볍다. 그리고 길에 쩍쩍 달라 붙는 것 같다. 그래도 릿지화가 아니라 걱정이 되었다. 비브람창은 미끄러지기 쉬워서 꺼려했는데 동네 판매점에서 요즘 나온 비브람창은 바위에서도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직 캠프라인의 릿지화와 같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산에서 자주 다니는 길의 반은 바위길이다. 그런데 창이 딱딱해 쉽게 미끄러진다면 낭패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등산화 끈을 매느라고 그랬는지 평소보다 늦게 집을 나섰다. 구파발역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데 버스가 줄보다 앞에서 문을 여는 바람에 줄이 헝클어져 기분이 나빴는데다 승객이 꽉 차 제대로 서 있기 힘들다. 그런데 바로 뒤에서 주말버스가 빈차로 내가 탄 버스를 앞질러 간다. 이런 젠장.

산성입구에 도착하자 마자 부지런히 걸어 오르다보니 내가 탄 차를 못 탔던 사람들이 저 앞에서 걸어간다. 에이 쉬.

 

 계곡입구에 도착하니 선선하다. 이제 더운 계절도 막바지란 느낌이다. 오르는 중에 지난주와 같이 대피소로 갈까 아니면 행궁지로 갈까 갈등을 한다. 북한동에서 얼음물을 마시고 새 병을 뜯어 채워 넣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걸어 청수동암문과 대남문 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서 또 물을 마셨다. 목이 마르기 전에 마셔야 한다. 얼음물을 마신 만큼 계속 채워 넣었다. 새로 산 등산화가 아직 발에 덜 익었다. 물기가 있는 돌에서는 미끄러지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 여러번 미끌어졌다. 그러나 마른 바위에서는 붙는 느낌이었다. 볼이 넓어 편하긴 한데 잘못하면 물집이 생길 판이다. 발도 조심하고 허리도 조심하고 걷는데 지난주와 같이 삐끗한 느낌은 없다. 한참을 걸어서 그런지 허리에 무리가 간 느낌만 있었다.

 

 문수봉을 지나면서 내려가는 길에서 조심을 했다. 허리와 발 때문에. 생각보다 그리 힘들이지 않고 대피소에 도착해 배낭을 풀고 먹거리를 모두 비웠다. 그리고 휴대폰 배터리도 갈고 음악을 들으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왔다. 내가 내려갈 때 올라오는 저 사람들은 언제 내려가는 걸까 생각하고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이 있나 바라보기도 하고 예쁜 사람,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면서 내려왔다. 그리고 이번엔 쉼터를 그냥 지나쳤다. 대신 편의점에 들러 기네스 한 캔을 사서 단 숨에 비우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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