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 행궁지 -대피소, 박병진을 만나다.
일기예보가 추운날이라고 해서 하루 있다가 날이 풀리면 가려다가 한겨울에도 다녔는데 라는 생각에 배낭을 꾸렸다. 아내가 출근 전에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와 우유를 넣고 보온병에 뜨거운 둥글레차도 넣었다. 그리고 아직은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는 것이 아닌 것 같아 그대로 담은 채 집을 나섰다. 웃옷으로는 아주 오랫만에 핸들러자켓을 입고 그위에 바람막이 겸 비옷을 입었다.
집을 나와 버스정거장으로 가는 길부터 손이 시려왔다. 지난주엔 더운 바람이 불었는데 일주일 만에 꽃샘 추위가 찾아와 더욱 춥게 느껴졌다. 조금 일찍 집을 나왔는데도 지하철에 사람도 많았고 구파발역 정거장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제 봄이라 생각해서인지 등산객들이 겨울보다 더 많아진 것 같았다. 계곡으로 들어가 제법 빠르게 걸었는데도 추위가 느껴지고 발도 시려웠다. 한겨울에도 티셔츠 하나만 입고 걸었는데 추위 때문에 웃옷을 벗기 싫었다.
게곡에 물이 많이 흘렀다. 며칠전에 내린 비 때문인가 보다. 지난주 보다 계곡의 얼음은 많이 없어졌지만 이삼일의 추위 때문인지 아직은 겨울 냄새를 풍기고 있다. 나흘 전부터 헬스장에서 다시 걷기를 시작해 매일 5 - 6Km를 걸었기 때문에 허리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배낭을 메었음에도 처음엔 불편했는데 정자를 지나면서부터는 편안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무리할 수는 없기 때문에 계속 신경을 쓰며 걸었고 산악회가 걷는 길이 대동문에서 대피소까지 겹치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행궁지부터 먼저 갔다가 대피소로 가기로 했다.
몇년 만에 처음으로 갈림길에서 여러명이 행궁지로 방향을 잡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 이들을 행궁지 아래에서 앞지른 후 늘 다니던 행궁지 뒤의 계곡길이 아닌 능선길로 방향을 잡았다. 땀이 흘러 등이 젖어왔지만 찬바람이 불어서 겉옷을 그대로 입고 걸었다. 청수동암문을 지나는데 카톡이 왔다. 국제에 같이 다녔던 친구가 산에 왔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는 지금 보국문이라고 하고 불광동을 향해 걷고 있다고 했다. 대충 계산해 보니 대성문을 지나면 바로 만날 것 같았다. 문수봉에 올랐다가 대남문을 지나면서 부터 지나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대성문을 지나 올라가는 길에서 다시 카톡을 들여다 보는 중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보국문에서 하산하여 막걸리를 한 잔하려다가 마저 걷고 회포를 풀자는 생각에 대피소까지 계속 가자고 했다.
친구를 만나고 능선을 걷는데 하늘이 잔뜩 찌푸려지며 싸락눈이 오기 시작했다. 옷이 젖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찬기운은 더해졌다. 대동문에서부터는 성곽을 벗어나 쉬운 길로 걸어서 대피소에 도착했다. 친구는 넉달만에 산에 왔다고 했고 오름길에선 속도가 늦어져서 일부러 가파른 길을 피해서 걸은 것이었다. 대피소에서 바로 내려가려다가 서로 배낭에 준비해온 점심거리를 먹었는데 손이 시리고 추위가 더욱 심하게 느껴졌다. 혹시나 산악회가 지나가나 고개를 돌려 보아도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아 추운 곳에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그리고 쉼없이 걸어 내려와 산아래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날이 풀려 찬바람이 가셨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다 내려오기까지 허리가 불편한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친구와 같이 쉼터인 단지에 들러 젖은 몸도 말리고 애기를 하다가 집으로..... 친구와는 다음에 또 산에서 보자고 하고.....
(07:50)
(09:15)
(09:49) 중성문 위 길가 바위에 달린 고드름
(10:10) 행궁지 아래 계곡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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