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8.3 위문 - 대피소 - 계곡

PAROM 2017. 8. 4. 09:30

 아침에 일어나 아내의 생일 미역국을 끓인다고 미역만 꺼내 놓고 우물쭈물 하다가 핀잔만 들었다. 전날 소고기를 샀어야 됐는데.....

 

 8.3부터 8.6까지 헬스장이 휴가로 쉰다고 하는 바람에 무슨 운동을 해야하나 걱정을 하고 있는데 아내가 막걸리 한 병 지고 산에 가서 느즈막히 오라고 하며 고기 안주까지 구워서 싸준다. 세상 살다보니 이런 일도 있구나 싶다. 낮이 하도 더우니 내가 투덜거릴 것이고 저녁에 혹시 아내 친구들이 모여서 저녁을 먹을 지도 몰라 아예 좋아 하는 일하며 신경 끄라고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막걸리 한 병과 얼음 2통, 물 2병, 안주, 빵과 우유를 넣고 돗자리에 가림막까지 넣으니 배낭이 무척 무겁다.

 

 평일이고 출근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런지 지하철에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배낭을 가진 이들은 나이가 나보다 다 많아 보인다. 배낭을 엉덩이에 걸치긴 했지만 무겁다. 계곡입구에 가니 지난 주말까지 있던 통행금지 표시가 제거되어 있다. 그길로 걸어들어 가니 찻길보다 시원하기 그지 없다. 계곡가에 있던 강의실 건물과 무당집의 남아 있던 벽을 철거한 것이 눈에 띄었다. 겨우 이것 철거하는 일로 한 달을 넘게 길을 막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길을 막아 사람들의 통행이 없어서 철계단 손잡이와 바닥에 녹이 잔뜩 슬어 있다. 일단은 미끄럽지 않아 좋았다.

 

 역사관 앞에 이를 때까지 방향을 잡지 못했다. 계곡에서 쉬다가 가기엔 뭔가 아쉽다. 그리고 토요일에 또 산에 올텐데 너무 많이 걷기도 그랬고. 갈림길에서 백운대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로 뒤에 따라오던 남녀 외국인들도 표지판을 보더니 내 뒤를 따른다. 보리사에서 부터 배낭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계속 올라가는 길이라 배낭의 무게가 발다박까지 전해 졌다. 괜히 이길로 왔다는 후회가 들었다. 계곡에 물이 있어서 그런지 고도가 높아지며 기온이 내려가서 그런지 무더위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흐르는 땀이 웃옷은 물론 바지까지 다 적셨다. 위문까지 무려 네 번을 쉬며 사력을 다했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에서 나를 추월했던 청년들 네 명이 빽운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 더운날 산길을 거의 뛰는 수준이었다. 서양인2명과 중국인 4명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위문을 올랐다. 정말 힘들었다. 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백운대를 향하기는 정말 싫었다. 배낭 무게를 이기지 못해 넘어질 것 같았다. 위문 안에 한참을 앉아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난후 만경대 아래 길을 지나 대피소로 향했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한 명이 의자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아래 공터 앞 그늘에서 자리를 펼까 하다가 계곡으로 내려 갔다. 백운동계곡에서 쉬려고 했는데 늘 쉬던 자리 아래에 넓은 바위가 보이는 바람에 그곳에 내려가 배낭을 풀었다.돗자리도 펴고 먹거리도 다 꺼냈고 양말도 벗었는데 깔따구가 덤빈다. 배낭을 다시 꾸리고 싶었지만 일어나기 귀찮아 수건을 돌려 깔따구를 쫓았다. 그리고 막걸리와 과일, 물을 폭포수 속에 넣었다. 시원하게 마시려고. 그런데 생각보다 물이 차갑지 않다. 급 실망. 막걸리 한 병을 다 마시도록 지나가는 등산객이 많지 않았다. 한 병을 다 마시고 나니 취기가 돈다. 세상 참 좋아 보인다. 계곡에서 즐기는 사진을 찍어 여기저기 보냈다. 약오르라고......

 

 산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을 마치면 바로 버스정거장이나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늘 든다. 내려가는 길은 힘이 많이 들진 않지만 시간이 적잖이 걸린다.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서 일 것이지만. 계곡길로 해서 내려가는 길을 한 달여 만에 다시 걸으니 기분이 좋다. 역시 찻길보다 시원하기도 하고 산에 온 분위기도 있어서 좋다. 내려갈 때는 서암사 앞으로 가지 않고 예전에 다녔던 길을 찾아 내려갔다. 역시 이길 서암사 윗길이 더 좋았다. 절을 다시 짓는다고 공사도 하지 않으면서 길을 돌리고 막아 놓은 것이 못내 아쉽다.

 

 풀꽃쉼터에 들려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히고 사무실에 들렸다가 집으로 왔다.

 아내는 친구들이 근처에 와서 생일 축하한다고 부르는 바람에 나갔다.

 토요일에 또 산에 갈거다.

 

(09:12) 

(09:24) 비가 온지 오래지 않았는데 폭포에 물이 많지 않다.

(10:22)

(10:57) 여기까지 무려 1시간 45분이 걸렸다.

(10:58) 백운대 정상에 사람들이 있는 것이 보인다.

(11:11) 원효봉과 염초봉

(11:15) 노적봉

(11:38) 대피소

(12:39)

(12:50)

(13:26) 평일인데도 계곡가엔 사람들이 많았다.

(13:49)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