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7.26 대피소 - 보국문

PAROM 2014. 7. 28. 07:13

 전날까지 엄청나게 내리던 비가 그치더니 태풍의 영향으로 밤부터 아침이 되도록 바람이 무섭도록 불었다. 산에 간다고 하니 아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본다. 제발 쉬거나 평일에 가면 안 되냐고...... 그러면서도 내 점심으로 김밥을 싼다.

 

 한동안 친구들과 다니느라고 늘 다니던 길을 걷지 못했는데 오늘은 제대로 걷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렌다.

지난 목요일에 정신을 잃는 바람에 또 금주령이 떨어졌지만 비를 맞으면 어묵국물로 몸을 덥히고 와야겠다고 생각을 하니 몸이 상쾌하다.

저녁 6시에 동네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그 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 10시가 다 되어 집을 나섰다.

장마와 태풍이 완전히 지나간 것이 아니라 비옷과 우산도 챙기고 비에 젖어도 편할 옷차림을 하고 집을 나섰는데 역시 바람이 불고 비까지 섞여 내린다. 

 

 지하철에 등산객이 별로 없다. 구파발역 정거장에도 등산객이 그리 많지 않다. 태풍과 장마의 영향 때문이구나 생각하고 우산도 펴지 않고 있다가 8772번을 타고 산성입구에 내렸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에 처음으로 어묵집 주인과 눈이 마주쳐 고개만 까딱이고 계곡으로 들어갔다.

계곡으로 들어서자마자 물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오랫만에 들어보는 시원한 물소리다. 더운날이면 뼈속까지 시원했을 터이지만 비가오는 상황에선 을씨년스럽다. 

 

 북한동역사관 앞에 이르자 비가 옷을 젖게 만들 정도로 많이 내린다. 우산을 꺼내 쓰고 걸었다. 다행히도 바람은 그쳤다. 위로 오를수록 비가 더욱 많이 내린다. 저녁에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몇몇 친구들이 못 나온다고 해서 모임을 다음달로 미룬다고. 이런 진작에 알았으면 일찍 등산을 시작했을텐데...... 온 몸에 기운이 쪽 빠진다.

 

 비가 와서 기온이 낮아져 땀도 많이 나지 않고 시원해서 걷기에 좋았는데 비속이라 그런지 대피소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정오가 다 되어서 배도 고프고 비도 피할 겸 광장의 지붕 아래도 들어가 자리를 폈다. 비옷을 꺼내 입으니 한결 따스하다. 점심을 먹고 나니 비가 그쳤다. 그냥 되돌아 내려가려다가 갈 데까지 가보자란 생각에 동장대로 향했다. 그렇게 터벅터벅 동장대와 대동문을 지나 보국문까지 가서 내려왔다. 약속이 깨져서 갈 시간에 맞춰간다는 목표는 없어졌고 추위가 느껴져 늦기 전에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났다. 여름에 비 맞고 얼어 죽는다는 것이 이렇게 하다가 그리되는 것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물을 채 반 병도 마시지 않았다.

 

 산길에 물이 넘쳐 흐르는 바람에 등산화의 방수가 약한 부분이 젖어드는 느낌이 들어 조심해서 걸었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산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물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들 있었다. 올라가면서, 내려오면서 물구경은 실컸했다. 산아래에서 어묵으로 몸을 덥히고 집으로 오는 길이 그리 편하지 만은 않았다. 9키로 세 시간 밖에 걷지 못해서 일까, 약속이 깨져서 일까, 어묵집에서 말을 못해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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