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645

2.15 대성문 - 행궁지

산길을 걷는 게 오늘처럼 힘들었던 것이 얼마 만인지? 지리산 종주 때? 설악산에서 무릎이 아파 쩔뚝이며 내려왔을 때? 다 젊었을 때였고 퇴직 후엔 없었었다. 지금 자려고 엎드렸는데 편한 곳이 없다.   지난 주말은 강제 방콕 당했다. 금요일에 친구들과 만나 젊을 때처럼 마셨는데 몸은 젊지 않아서 였다. 그리고 월욜에 운동을 하러 가니 화욜부터 일욜까지 수리한다고 하여 거실 소파에만 묻혀 지냈으니 당연히 다리 힘이 빠질 것이었다. 사실 요 사이 새벽에 운동하는 것이 힘들어 쉬고 싶기는 했었다. 내 마음을 아는 것 같아 고맙기도 했지만 문 닫는가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중흥사를 지나서 부터 아이젠 발톱이 박히기 시작했고 급기야 보국문 갈림길을 지나면서 부터는 등산화 바닥에 눈이 들러붙기 까지 했으..

등산 2025.02.16

2. 1 대피소 - 보국문

이제 일상으로 돌아왔다.짧은 기간이었지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런데 뭔지 모르겠다. 부처와 예수, 마호멧 같은 삶이 좋은 지,  왕들 처럼 사는 것이 좋은 지, 하루하루 편하게 먹고 사는 삶이 좋은 지........ 뭘까?  산 같이 크셨던 분이 한 시간 만에 한 줌의 재로 변했다. 우주에서 아니 그 속 아주 작은 우리 지구의 입장에서 봐도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우리 인간은 보잘 것 없고 소소한 존재지만 내겐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비록 찰라이지만 우주적 크나큼과 모든 것이다. 그 모든 것들 중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40년을 살고 있는, 사랑하는 아내를 낳고 사랑하고 길러 주고 보살피셨던 분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시게 모셨다.이제 얼마 후면 모든 것이 잊혀지겠지. 나 또한 그럴 것이고....  삼..

등산 2025.02.02

1.18 대성문 - 대동문

또 하루가 멀어져 갔다.내뿜는 담배연기를 기억하는 김광석의 노래가 자꾸 튀어 나온다. 요즘 정치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 데 할 곳이 없다. 대통령이 구속됐다. 너무 늦은 감이 있는데 그 추종자들의 난동이 꼴불견이다.  어두운 아침이 추워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은 것을 억지로 나와 산에 갈 준비를 했다. 오늘은 지난주에 고장이 난 아이젠 대신 새 것을 넣었고 샌드위치와 뜨거운 녹차, 물을 넣는 것으로 간단히 끝냈다. 집을 나서기 전에 핫팩을 뜯어 넣었는데 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뜨거워졌다. 방학 중이라 그런지 열차에 빈 자리가 있다. 편하게 산으로 간다. 북한산성 입구에 내려 산으로 가는 길에 고개를 들어보니 의상봉에 흰 눈이 멋지게 쌓여 있다. 공기는 차가운데 주머니 속 핫팩은 너무 뜨거워 살에 닿지 않게..

등산 2025.01.19

1.11 행궁지 - 대성문

이제 오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이불 속에 들었으니 곧 잠들 것이다. 막걸리 기운에 졸음도 몰려 온다. 그냥 드러눕고 싶다.이번주 5일 중에서 수요일까지 3일은 안산에 손주들 보러 다녀왔고 목욜은 편의점에 갔었고 어제 하루 보통 때 처럼 운동을 했다. 화욜에 안산에 다녀 와서는 점심 때 쯤 운동하러 갔다가 오랫만에 만난 분에게서 커피사탕을  많이 받았다. ㅎ~~  압력밥솥 뚜껑의 꼭지가 잘못 얹혀서 아침밥이 타기만 하고 익지를 않았다. 산에서의 먹거리는 목욜에 편의점에서 가져 온 햄버거와 샌드위치, 그리고 안산에서 가져온 샌드위치가 있어 차고 넘쳤지만 아침은 밥으로 먹어야 하니, 타고 덜익은 밥에 물을 더 붓고 끓였다. 죽도 밥도 아니고 설 익고 딱딱하기 까지 한 그것으로 배를 겨우 채우고 났는데 아직 7..

등산 2025.01.12

2025. 1. 4 보국문 - 대동문 - 아카데미하우스, 정 박사와

이제 이촌에서 갈아 타서 용산역을 지나 집에 가는 중이다. 새해 첫 주말 산행을 정 박사와 함께 했다. 아침에는 무척 추웠는데 정오가 지나면서 날이 풀려 땀이 났지만 짧게 내려오는 길이라 일찍 끝났고 언젠가는 가겠다고 벼르던 인수재에도 들렸다.  새해 첫날, 둘레길이지만 산길을 걸었기에 남쪽 봉우리에 오르려고 생각했다. 정 박사가 시단봉 아래 봉우리 제단에서 새해 첫날 시산제를 한 모습을 봤기에 굳이 제단을 찾지 않아도 될 터였다.아침에 일어났는데 부지런한 아내가 아직 꿈속이었다. 오늘부터 며칠 간 출근한다고 했는데.... 깨우니 늦었다며 서두른다. 그러면서 내 먹거리까지 챙긴다. 참 대단하다. 난 9시에 구파발역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8:22 차를 타면 된다.  아내가 먼저 출근하고 난 시간을 보아 집을..

등산 2025.01.05

2025. 1. 1 구파발 - 불광사 둘레길

지난 주말엔 감기 때문에 집에 콕 박혀 있었으니 주중에 박힌 쉬는 날을 그냥 보내기 아쉬웠다. 게다가 오늘은 새해 첫날 아닌가? 아내도 아들 집에 갔다 나흘 만에 돌아왔겠다 가볍게 산을 걷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오늘은 헬스장에 가도 평지를 빠르게 11키로 이상 걷는 날이다.  산에 가려고 일찍 일어났는데 집이 어수선한 기분이다. 아직 감기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아 들은 느낌인가? 산에 갈 준비를 하다 생각하니 사흘 후에 또 갈 계획이 있다. 그렇다면 오늘은 가볍게 걸어야겠다 마음 먹었다. 그래서 벽장에 두었던 작은 배낭을 꺼내 차림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 덕에 늘 타던 차의 뒷 차를 탔다. 그런데 열차 안이 텅 비다시피 승객이 없다. 새해 첫날이라 모두 쉬어서 그런가?   구파발역에 내려 바로 ..

등산 2025.01.02

12.21 대피소 - 보국문, 눈길을 걷다.

오늘이 동짓날이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다음 절기는 소한이 되겠다. 이제 열흘 후면 다시 새해가 된다. 참 빠르다. 동지라 그런지 오늘 무지 추웠다. 계속 산길을 걸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바람이 무척 차서 큰 고생을 할 뻔 했다.  한 주 거르고 온 북한산은 밝고 조용했다. 한밤에 깨어 본 일기예보는 너무 좋았다. 서너 시간 눈이 오는데 기온은 새벽 영하 3도에서 영상으로 오른단다. 그런데 불길한 기분이 느껴진다. 얼핏 본 예보는 체감온도가 영하 11도에서 13도 였다. 허나 그 예보는 다시 찾아 보려 해도 볼 수 없어 핸펀에 자장가를 틀어놓고 다시 베개를 벴다.   아들 집에 다녀와서 피곤해 하는 아내가 또 일찍 일어났다. 찬밥을 끓여 먹고 보온병에 뜨거운 녹차를 넣고, 귤 한 알과 며칠 전..

등산 2024.12.22

12. 7 행궁지 - 대성문

집에 와 술상 차리고 앉은 시간이 3시다.   이게 무슨 난리냐? 모지리 띨띠리 술주정뱅이가 권력을 잡아 벌어진 일로 보인다. 며칠 전에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죄를 제대로 묻기 위해 두 시간 후에 탄핵 표결을 한다고 했으니 지켜 보겠다. 정치인들이 눈 앞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  지난 주말엔 거제도에서 오느라 산을 거르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주말엔 친구들 모임이 있다. 그러니 오늘은 산에 가야 했다. 특히나 지난 사흘 동안 안산에 손주들 등교 시키러 다녀오는 바람에 운동도 못했으니 아무리 추워도 간다.탄핵이 어찌 진행되는 지 보느라 며칠 째 밤에 수시로 깨어 한두 시간을 보내느라 피곤하다. 야당은 변함없이 탄핵을 추진하는데 여당은 자기들 눈앞 이익을 위해 수시로 생각을 바꾸..

등산 2024.12.08

11.23 대성문 - 행궁지

춥다. 산의 기온도 집안도 내 앞의 막걸리도 춥다. 손주들 봐주러 간 아내는 내일이나 오니 며칠 째 혼자라 더 춥다.  쌀을 어제 밤에 씻어 앉혀 놨으니 일어나 불만 켜면 된다. 이젠 나이가 들어 너무 이른 시간에 깨는 게 당연하다고들 하는데도 난 늘 싫다. 이불 밖으로 나가기 싫은 것이 밖의 기온이 낮은 가 보다. 닷새 후에 3일간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으니 다음주에는 산에 못 간다. 그러니 오늘은 꼭 산에 가야 한다. 편의점에서 가지고 온 햄버거와 제주도 친구가 보내준 감귤 2개, 물을 넣는 것으로 배낭꾸리기는 끝났다. 그런데 오늘 배낭을 잘못 골랐다. 맨티스가 아닌 큰 것으로 메어야 했다. 이제 겨울이니 두터운 옷을 쉽게 넣고 뺄 수 있어야 하니 말이다.  설겆이까지 했는데도 7시가 안 됐다. 7:1..

등산 2024.11.24

11.16 대피소 - 보국문

새벽에 눈을 뜨고 날씨를 보니 오후 2시부터 비가 온단다. 그리고 기온은 16도. 초가을 날씨다. 지난주에 못 갔으니 오늘은 하늘이 반쪽이 나도 산에 간다.김장을 해서 피곤해 하는 아내를 깨워 같이 아침을 먹고,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섰다. 그런데 옷을 겨울 것으로 잘못 입어 탄현역으로 가는 데 벌써 땀이 난다. 6-1승차장에서 헬스장 친구인 계사장을 만났다. 그제 저녁에 같이 진하게 마셨고 어제도 운동하며 봤는데도 역시나 반갑다.  새로 생긴 37번 버스 덕에 탄현역에서 한 시간 만에 산에 왔다. 산에 닿자마자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으니 살 것 같다. 계곡으로 들어가니 썰렁하다. 활엽수 잎이 거의 다 져서 하늘이 환하게 보인다. 산 아래 계곡엔 아직 가을이 조금 묻어 있다. 희미한 물소리를 옆에 끼고 땀..

등산 2024.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