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간 이런저런 일로 올스탑두목의 주말 힐링 산행을 함께 하지 못하다가 드디어 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전날까지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가 당일 새벽에야 함께 간다는 글을 올릴 수 있었다. 같이 산에 갈 수 있었던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그간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식도염과 위염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18일의 회의를 끝으로 금주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치료약을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적어도 한 달 간은 과식과 음주를 피해야 한다. 운동은 꼭 해야하고. 당분간 술을 못 마시니 아내가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아내가 아침을 준비하며 산에 갔다가 술을 마시면 안 되니 끝나고 뒷풀이에 가서 얼쩡거리다 한 잔 마시지 말고 그냥 오란다. 그러마고 약속을 하고 싸준 도시락을 배낭에 넣고 파커와 아이젠, 썬그라스, 물병을 더 챙겼다. 옷을 두껍게 입고 가 더우면 벗어 넣을 요량으로 배낭에 빈 공간을 많이 두었다. 바깥에 나갔다 온 아내가 길이 무척 미끄럽단다. 아이젠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밖에 나오니 간밤에 내린 눈위에 비가 내려 얼어 있었다. 기온은 영상 1도를 가리키는데 길은 온통 얼음이다. 버스정거장까지 가는데도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다행이도 찻길은 녹아 있었다. 한 시간이 넘게 걸려 수유역에 내려 늦게 오는 일행을 기다렸다가 마을버스를 타고 아카데미하우스 앞에서 내렸다. 가는 길에 차에서 보니 전에 열심히 다녔던 '7080목노집'의 간판이 없어지고 가게안이 텅 비었다. 리모델링을 하는지 다른 업종이 들어오는지... 자주 찿던 정겹고 서민적이었던 집이 없어져 아쉬웠다.
간단히 몸을 풀고 올라가다가 올두목이 무릎을 다쳐 불편하다고 해서 내가 선두에 서서 올라갔다. 천천히 가는 것 같은데도 바로 뒤의 두어명을 빼곤 자주 멀어져서 수시로 돌아보며 페이스를 조절해야 했다. 그리고 올대장이 가려고 하는 길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아 갈림길에선 후미까지 기다렸다 묻고 가야했다. 칼바위에 오르는 길은 난코스였다. 눈이 덮여 있는 가파른 바위길이라 스틱을 손에 든 상태에서 오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선두에 섰으니 접고 오를 수가 없어 밧줄과 겹쳐 잡고 올라야 했다. 덕분에 힘은 두 배로 들었다. 수유역에서 심하게 불던 바람이 계곡으로 들어오면서 부터 불지 않아 좋았는데 능선에 오르니 다시 바람에 노출되었다.평지보다 기온이 낮은데 바람까지 부니 겨울맛을 제대로 보는 것이다.
주능선에 오르기 전 바위 아래 약간 넓은 공터에 17명이 자리를 펴고 둘러 앉아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해 주능선 성벽에 닿은 바위에서 배낭이 부딪쳐 중심을 잃는 바람에 아찔했다가 아래도 돌아서 올라가 보국문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올두목이 앞에서 샛길로 리딩을 했는데 나는 제일 뒤에서 후미를 보며 갔다. 중간 갈림길에서 일행을 못찾아 헤매기도 했지만 대남문 가는 길로 방향을 잡아 후미를 따를 수 있었다. 양지바른 대남문 앞에서 제일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렸다가 문수봉을 왼쪽에 두고 돌아 청수동암문으로 해서 상원봉이었던 715봉을 거쳐 남장대지, 행궁지, 중성문, 대서문으로 해서 내려와 산성입구 라퓨마매장 앞에서 해산을 하고 일행들이 식당으로 가는 사이 나는 인사를 하고 버스정거장으로 왔다. 그리고 집으로 오니 저녁 6시.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올두목의 산행은 발로만 해결할 수 없고, 꼭 손을 대야만 하는 곳이 있다. 다음에 가는 27일엔 이종만 교수 딸인 수미의 결혼식이 있어서 조선호텔에 가야하고 25일은 어쩔까 생각 중인데 산에서 내려와 한 잔의 막걸리가 없으니 뭔가가 빠진 듯 허전하다. 적아도 한 달간 어떻게 지낼지 벌써 걱정이지만 어쩌랴! 이미 벌어진 일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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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래 사진들은 딴산님과 적로님이 찍은 것을 퍼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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