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들어서부터 한 달도 넘게 주말마다 일이 있다. 게다가 겹치기까지 한다. 어젠 처조카의 결혼이 안산에서 17시에 있었고 같은 시간에 친구들 모임이 화정에서 있었다. 금요일에 비가 왔는데 일요일에 또 비가 온다고 해서 비가 안 오는 토요일을 저녁까지 그냥 집에서 보내기 싫어 일찍 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오후 두 시까지만 집에 오면 씻고 안산에 갈 수 있어서 였다. 아내가 매번 가는 것 하루쯤 쉬면 안 되냐며 툴툴 잔소리를 했지만 그래도 먹거리를 챙겨 줬다. 근처 고봉산에나 다녀오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말도 빼놓지 않고 하면서.......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하늘이 맑다. 파랗다. 이즈음에 비가 오면 바로 추워졌는데 그저 쌀쌀한 느낌만 든다. 기분은 좋은데 무엇엔지에 쫓기는 느낌이다. 버스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자꾸만 보게 된다. 북한산성입구에 내리자마자 발걸음이 빨라졌다. 머리속으로 시간 계산을 한다. 9시에 입구에서 출발하면 먹는 시간까지 4시간 걸리니 1시면 내려오고 집에 가면 2시니까 조금 서둘러야 겠다는 계산이다. 마음이 점점 빨라졌다.
계곡 입구에 들어가자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잔뜩 끼었다. 공사 중인 서암사 뒤 산을 배경으로 구름이 전에 보지 못하던 풍경을 펼쳤다. 급하게 사진을 찍었지만 제대로 나오지는 않았다. 비가 오는 날들 중간에 낀 날이라 그런지 구름이 자꾸 변하며 이리저리 몰려다니다 어느 순간에는 거짓말 같이 없어지기도 했다. 걸으며 등산하기 참 좋은 날씨란 생각이 들었다. 약간 쌀쌀해서 땀도 적당히 나고 춥지도 않고. 지난 주엔 장모님 생신이라 안산에 가야해서 시간 때문에 중간에 대성문에서 끊고 내려갔는데 오늘은 일찍 나왔으니 완주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처음엔 남장대에 올랐다가 비봉능선으로 해서 불광역으로 바로 내려가려고 했었지만 남장대에 올라가서 시간 계산을 하니 충분히 걸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남장대에 오르는 중에 산악회 친구가 전화로 오늘 뭐하냐길래 헉헉거리며 사정을 얘기하니 자신은 올두목과 같이 간다고 한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12월 중순까지는 약속이 있어서 동행을 못하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남장대지능선에 오르니 하늘이 참 맑았다. 주능선 동쪽은 구름이 덮었고 산 안쪽은 맑았는데 어느 순간 구름이 생기더니 삼각산을 차츰 덮어 갔고 비봉능선 남쪽에서 몰려온 구름이 능선을 넘으며 하늘로 솟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때까지 의상능선엔 손바닥 구름만 용혈봉을 감싸고 있었고. 능선의 양지 바른 바위에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물 한모금을 마시고 주능선과 의상능선, 응봉능선, 비봉능선을 발 아래 보며 다시 문수봉을 향해 돌진. 성곽을 따라 대피소까지 가는 길에서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덮이고 걷히는 구름을 구경하며 심심치 않게 걷다가 나보다 훨씬 빨리 걷는 이에게 보국문에서 따라 잡힌 후 만회하려 했지만 능력 외의 욕심. 결국 대동문을 지나 포기하고 잊으니 다시 평상심으로 돌아왔다. 능력외의 욕심은 안 된다는 것을 다시 깨달으며 대피소에 도착해 그냥 내려가려다가 엉덩이를 붙이고 보온병의 따끈한 차와 과일, 떡, 빵으로 요기를 하고 써둘러 내려오니 한 시가 안 되었다. 다른 때보다 서둘러서 그런지 안산에 다녀와서 그런지 아직까지 피로가 덜 풀렸다. (3시간 41분)
다음 주말인 12.6엔 1박2일로 친구들과 오이도역에서 만나 대부도에 가기로 했다.
(09:13)
서암사(09:20)
내가 좋아하는 길(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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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능선(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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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처조카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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