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3. 5 이말산 - 진관사 - 비봉 - 사모바위 - 승가사 - 구기동, 정 박사와

PAROM 2021. 3. 6. 08:07

아주 오랫만에 평일에 친구와 함께 산길을 걸었다. 토요일에 대학원 강의가 있어 학기 중엔 일요일 외엔 함께 산에 가지 못했는데 귀한 시간을 낼 수 있었다. 특히나 친구는 지지난 달에 베트남에 가서 2주간 격리 후 일 주일 일하고 귀국해 다시 2주간 격리를 끝내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였다.

평일 출근시간에 배낭을 메고 전철을 타려니 일하는 젊은이들에게 미안해서 문 옆에 바짝 붙어 서서 구파발로 갔다. 평촌에서 온 친구도 출근시간이라 승객이 많아 오는데 시간이 더 걸렸단다.

구파발역에서 세 달 만에 다시 만나는 거다. 그때 같이 만났던 친구는 사업을 접었었는데 바이어들의 요청으로 사업을 재개하느라 바빠 시간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북한산성입구로 가지 않고 구파발역 2번출구 앞에 있는 길로 이말산을 올랐다. 바로 오르는 길에 숨이 차다. 아침에 재었던 혈압이 보통으로 나와 다행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리고 새벽에 봤던 나스닥이 폭락해 그 영향으로 코스닥과 코스피가 폭락하는 것을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지겨봤는데 그냥 덤덤하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였는데 집에 오며 다시 확인해 보니 평온을 되찾았다. 다행이다.

구파발에서 이말산을 지나 하나고 앞으로 내려오는 길이 2키로가 조금 넘는다고 한다. 산길 옆으로 수많은 묘지석과 석물들이 보인다. 비지정문화재란 표식과 연두빛 사슬로 금줄을 둘렀다. 못 보던 풍경이다. 대부분이 관리가 되지 않아 봉분을 볼 수 없다. 아마도 자손들이 없는 궁녀와 환관들의 무덤일 것이다.

한옥마을을 지나 진관사로 향했다. 이젠 한옥마을이 빈터가 거의 없이 꾸밈새를 갖췄다. 전통적이 한옥은 아니지만 얼핏보면 기와집이 맞다. 마당이 없는 기와집이 이상하긴 하다.

진관사를 지나니 계곡에 물이 많이 흐른다. 이 계곡은 참 마음에 든다. 알탕을 해서가 아니라 맑고 시원하고 풍광이 좋아서다. 바윗길로 오르는 계단 앞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물 한모금에 정신을 차리고 계단을 올랐다.

며칠 전에 온 비 때문인지 바위길에 물이 흐른다. 바위가 젖어 있으면 무척 미끄러운데 더욱 가파르다. 난간에 매달리다시피 하여 길을 지났다. 백내장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데 험한 길을 용케 벗어났다. 길 저 아래로는 파란 소들이 보인다. 그냥 그 옆에 자리 잡고 놀고 싶다. 오래전에 고교 후배들과 계곡으로 오른 기억과 산친구들과의 알탕도 떠오른다.

소가 보이지 않으면 이제 가파르게 오르는 길이 길게 이어진다는 말이다. 흙길과 바윗길이 번갈아 이어지며 땀을 흘리게 한다. 두 손과 발을 반드시 쓰게 만드는 곳도 여러 곳이다. 비봉능선에 가까워질수록 얼었던 땅이 녹아 다리를 붙잡는다. 그래도 기어이 능선에 올랐다. 이길로 오른 오래된 기억을 최신 것으로 바꿨다.

정 박사가 향로봉을 들렸다 가자고 해서 병풍바위로 갔다. 거기서 향로봉을 보고 뒤돌아 사모바위로 향했다. 전망이 좋은 곳을 그냥 지나치면 산에 온 예의가 아니다. 해서 늘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친구가 기꺼이 모델이 되어 준다.

사모바위를 보고 돌아서 승가사로 내려오다가 길 옆 빈터를 찾아 배낭을 풀어 요기를 했다. 먹거리가 혼자 다닐 때의 배다. 맛있는 커피로 마무리를 하고 승가사로 내려왔다. 그리고 눈을 핑게 삼아 편한 찻길을 걸었다. 콘크리트 길을 걷는 것이 무릎에 더 충격이 왔다. 산길에서 처럼 조심하지 않아 그런 거다.

구기동으로 내려왔는데 평소 걷던 거리의 60% 수준이다. 하지만 길이 빡쎘다. 눈도 시원찮은데 이젠 편한 길을 땀 흘리게 걸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정거장 골목안 해장국집에서 42도 백주와 막걸리로 뒷풀이를 하며 올 여름에는 맑은 물가에서 꼭 천렵을 하기로 했다. 그럴 것이다.

 

가자, 산으로....

진관사 일주문

지관사계곡 입구의 폭포. 초봄인데도 수량이 무척 많다.

계단 전망대에서

이 계곡은 늘 멋지다. 봄기운이 돌면 물가에 자리 펴고 하루를 빈둥대고 싶은 곳들이다.

돌무더기 옆을 친구가 지나고 있다. 아직 오를 길이 많이 남았다.

이 바위도 젖어서 쇠난간에 매달려 올랐다.

이제 거의 다 왔으니 잠시 숨을 돌려도 된다.

드디어 비봉능선에 올랐다.

자꾸 봐도 눈이 호강하는 풍경. 눈 높이에서 마주보는 산은 더욱 정겹다.

병풍바위 뒤에서 보이는 향로봉. 여기서 다시 사모바위로 뒤돌아갔다.

병풍바위 위에서 보는 풍경. 앞에 응봉능선, 그 뒤의 의상능선 그리고 뒤로 높이 솟은 삼각산

사진이 좌우가 바뀌었다.

비봉의 비석이 보이는 바위에 친구를 세웠다.

사모바위. 평일이라 주말보다 등산객은 적었지만 아주 적은 것도 아니었다.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고....

이제 승가사에 거의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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