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한 잔해서 거나해져 있는데 친구에게 내일 뭐 하냐고 전화가 왔다. 안산 법원에서도 연락이 안 오고 양평에 갈 약속도 잡히질 않아서 별 약속이 없다고 했더니 홍천으로 두릅을 따러 가자고 한다. 그래서 그러자고 했더니 새벽 4시 반에 능곡역에서 만나자고 한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 새벽 시간에 맞춰 가서 만나 차를 근처 공원 주차장에 대고 깜깜한 길을 헤치고 강변북로를 달리다 천호대교를 지나 고속도로로 들어가 가평휴게소에서 국수로 요기를 하고 홍천으로 갔다.
친구 얘기로는 가리산 자락이라고 하는데 길을 찾아 한참을 들어가니 정말 오지였다. 이런 곳을 어떻게 아는지.... 이 친구와 전에 정선에 가서 곤드레와 취나물을 잔뜩 뜯어가지고 온 경험과 충청도 산골 출신이라 나물에 대해서는 박사기 때문에 전적으로 믿고 있어서 언제든 날만 잡으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따라다니고 싶었다. 이 친구는 은행 지점장까지 하다가 명퇴를 하지 않은 바람에 정년이 되는 내후년까지는 은행에 계속 다닐 수 있어서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는데 주말에 약속이 있어서 하루 휴가를 내고 내게 사나물을 뜯으러 가자고 한 것이었다. 차를 큰 길에다가 댈 수 없어서 산 속 동네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 개울가 다리 옆에다 주차를 하고 배낭을 메고 게곡으로 들어갔다.
친구가 취나물을 가리키며 뜯으라고 한다. 몇 개를 뜯고 개울을 건너니 앞에 곰취가 있다. 그것을 뜯으니 곰취와 비슷하게 생긴 것이 바로 옆에 있는데 그것을 독나물이라고 하며 손대지 말라고 한다.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산 속으로 들어가면서 두릅과 엄나물도 뜯고 단풍휘도 뜯고 하며 돌아다니다보니 나뭇가지에 걸려서 다리에 상처가 잔뜩 생겼다. 두릅나무가 많은 곳에 가보니 이미 누가 훑고 지나갔다. 남은 것들 몇 개를 따며 비탈길을 다니니 힘이 많이 들었다. 등산보다 몇 배는 더 고되다. 하긴 계속 굽히고 발돋음하고 당기고 햐야하니......
한참을 다니다보니 친구가 안 보인다. 혼자 다니다 자칫 길을 잃을 것 같아 먼저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 다래순을 뜯고 곰취가 있던 곳에 다시 가서 몇 깨를 더 뜯은 후 점심시간이 되어 차 있는 곳으로 가니 친구가 먼저 와 있었다. 준비해간 샌드위치와 우유, 참외를 나눠 먹고 나물을 분류한 후 개울물에 세수를 하고 한 시가 조금 넘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일찍 출발해서 그런지 한시간 반만에 출발했던 곳으로 왔다. 친구가 그냥 헤어지기 아쉬운 지 막걸리 얘기를 했는데 서로 차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다음에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막걸리를 사서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두릅과 엄나물을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으니 향이 사다 먹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진하다. 그리고 곰취와 취나물도 정말 향긋하다. 이 좋은 나물들을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셨더니 두 병이 순식간에 비워졌다.
아직도 나물향이 입가에 맴돈다. 또 먹어야 겠다.
두릅
다래순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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