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에 청송회 친구들과 모임을 갖다가 천렵을 가자고 한 것이 이번에 가게된 사연이다. 한참 오래전에 이 친구들과 사창리에 당일치기로 갔었고 그후에 한 번 내린천에 왔었으니 이번이 세 번 째 천렵 모임이다. 이번 주말은 집사람이 자기 친구들과 놀러 가려고 했었는데 내가 이리 오는 바람에 그 모임은 9월 초로 연기했고 나는 친구들의 성향을 잘 알기에 이렇게 가면 난 죽었다고 생각하고 무겁게 집을 나섰다.
배낭에 그물을 꾸려 넣고 갈아 입을 옷과 세면도구만 챙겼는데 짐은 크지 않지만 엄청 무겁다. 납덩어리 때문이다. 1500번을 타고 가서 당산역 앞에서 내려 11시에 친구들과 만나 엄회장 차로 내린천으로 향했다. 여름휴가 기간이 끝나 길이 밀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다.춘천 가는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길이 밀린다. 거의 30Km를 지나자 겨우 길이 뚫렸다. 회장이 미리 먹거리와 준비물들을 준비하지 않았고 점심시간도 되어 동홍천으로 나가지 않고 홍천으로 나가 스마트폰으로 인근 맛집을 찾아 막국수로 점심을 먹고 홍천 시내의 농협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봤다. 그렇게 해서 내린천 시골집에 도착하니 4시 반이 되었다.
주인 내외분, 기다리던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차에서 짐을 내리고 방을 정하고 나니 무더위가 한 풀 꺽인 듯하고 어두워지려는 느낌이 들어 서둘러 고기를 잡기 위해 냇가로 내려갔다. 역시 친구들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물이 걸리면 물에 들어가 꺼내야 하고 고기도 건지고 해야 하는데 그냥 구경하고 서로 이야기하기에 바쁘다. 그렇다고 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도움을 주던 홍사장은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손가락을 다쳐 피가 나고. 그물질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도착한 정박사가 그나마 고기 따는 것을 도와 주었고 배 따는 것을 도와서 그나마 빨리 끝낼 수 있었다.
고기를 잡고 숙소로 올라가니 친구들은 이미 삼겹살을 구워서 서너 순 배를 돌리고 있었다. 막걸리를 한 잔 얻어 마신 후 고기 배를 따고 젖은 옷을 갈아 입으려고 샤워를 하고 난 후 나와서 튀김부터 먼저 했다. 튀김을 3-40 마리 정도를 한 것 같은 데 순식간에 없어졌다. 남은 것은 좀 큰 것들이라 튀김을 하기엔 그래서 조림을 할까 하다가 10명이나 되는 인원이라 먹은 것 같이 하려면 물을 잔뜩 넣고 끓이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아 매운탕을 하는데 조림을 하려고 준비해 온 것들이라 부족한 것이 있다. 하지만 어쩌랴. 그대로 해야지. 국수나 수제비 대신 라면사리를 넣었고 고추가루가 없어서 고추장만 넣었고 조금 사온 깻잎은 벌써 고기를 구워 먹는데 다 먹고 몇 장 안 남았고. 매운탕을 할 거면 쑥갓을 사 왔을텐데하고 후회해 봐야 이미 끓기 시작하는 것을 어찌하랴. 그나마 고기가 많이 들어 냄새는 확실하게 나지만 맛은 영 별로다. 간만 맞춰서 내놓으니 그래도 잘들 먹는다. 나 혼자 마실 줄 알고 엄회장이 막걸리를 4 병 샀는데 나 말고도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이 더 있어서 반 정도 밖에 마시지 못해 자기 전에 부족한 듯이 느껴졌다. 하여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홍사장과 둘이서 마시고 자려고 하니 이부자리가 부족하다. 그래서 바둑을 두고 있는 방에 가서 구경하다가 먼저 잠들어 버렸다.
새벽에 일어나니 벌써 다들 깨어 있었나 보다. 나이들이 들어 새벽 잠이 없어진 모양이다. 출근해서 일해야 한다고 정박사가 일찍 떠나고 난 후 남은 라면과 햇반 김치로 남은 9명이 배를 채우고 짐을 정리한 후 민박집을 나와 방태산 개인약수로 향했다. 전에 두 번 정도 왔을 때는 내가 운전을 해서 그랬는지 멀지 않았던 것 같았는데, 옆에서 타고 가려니 산 속으로 한참을 들어간다. 잘못 왔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는데 입구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 개인약수 올라가는 길과 구룡덕봉 올라가는 길이 갈라지는 곳에 개인약수까지 1.45Km라고 되어 있다.
예전에 정진홍 선생님과 같이 올라가던 생각이 났다. 지금도 건강하신 지 궁금했다. 워낙 바쁘셔서 전화 드리기도 뭣하고. 선생님께서 시간이 나셔서 찾으시기 전까지야 어쩔 수 없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의 체력이 궁금했는데 여실히 판명이 난다. 아니 친구들이 아니고. 올라가는 중에 걷었던 회비 사용에 대해 갑론을박하고 이번 회비 징수에 대해 왈가왈부하며서 올라가다가 뒤에 쳐진 사람들 때문에 일부는 내려가고 남은 사람들만 약수터로 올라갔다. 궁시렁 대면서. 그런 모습을 보고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좋은 친구들인데 경제 형편이 편을 들어주지 않아 이런 상황이 된 것이 참 너무.....
약수터까지는 엄회장과 욱진 형 셋이 올라갔고 약수물을 마신 후 올라오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물 병 하나에 가득 담아서 내려왔다. 계곡에서 쉬고 있던 일행들을 만나 다시 내려왔는데 점심시간이 많이 남아 홍천에서 밥을 먹기로 하고 출발했다. 나는 어제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계속 아팠다. 홍천군청 옆에 있는 풀입향기라는 곳에서 한정식을 먹고 집으로 오는데 한 시도 아직 되지 않았는데 춘천을 막 지나자마자 길이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4시경에 당산역에 도착해 헤어져 집에 와서 씻고 바로 곯아 떨어져 조카가 마눌을 태우고 집에 온 것도 모른 채. 막걸리도 마시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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