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6.1 - 2 내린천 천렵

PAROM 2013. 6. 2. 17:22

20년 쯤 전에 처음 찾아갔던 내린천에 매년 두세 번 씩 다녀오게 된다. 처음 새차를 사서 마눌과 같이 드라이브 겸 회사 산악회 답사 겸 해서 비포장길로 한참을 들어가 어제 오늘 다녀온 집을 찾아갔었다. 그때는 손님에게 내 주는 방도 한 두개 밖에 없는 집이었는데 지금은 방에 화장실 까지 갖춘 어였한 민박집이 되었다. 계곡이 워낙 좋아 손님들이 많이 찾다보니 방값도 적지 않고 밥값도 수월찮은 집이 되었다.

 그 직장에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지금은 모두 퇴직을 해서 서로 다른 일들을 하지만 마음에 맞는 친구들 여럿이 모여서 모임을 한 지도 10년이 넘었고 지금은 매년 3, 6, 9, 12울 첫째 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1박2일로 모임을 갖고 있다. 그 모임이 지난 3월엔 지리산에서 열렸고 이번엔 모두의 의견으로 인제 상남 미산리 내린천 김종록씨의 시골집민박에서 갖게 되었다.

 다른 모임에 가서 술을 마시고 하면 마눌이 항상 잔소리를 하는데 이 모임에 대해서만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모임은 오로지 술만 마신다. 다른 모임들 처럼 노래방을 가지도 않고 화투나 카드도 하지 않고 여자는 절대로 없으며 오로지 술만 마시기 위해 그리고 옛일을 되돌아보며 웃고 떠들기 위해 모인다. 모이는 장소가 속초 농협수련원도 되었다가 만리포 해변 별장도 되었다 지리산도 되었다 계룡산 아래 별장도 되고 하지만 언제나 이 친구들은 술만 있으면 다른 것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물론 술을 마시기 위해 꼭 필요한 안주는 반드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먹는다. 이번엔 주메뉴가 물고기를 잡아 만든 튀김과 조림이었다. 돼지고기 요리는 부메뉴로 먹지를 않아 남은 것을 다 밭에 묻어야 했다. 8명이 막걸리 12리터와 소주 16병을 마시고 돌아왔다. 전에는 소주를 박스로 마셨는데 이제 나이들이 들어서 그런지 양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나와 친구 하나는 이제 막걸리만 마시게 된 것도 큰 변화 중 하나고.

 이번 모임엔 우리 정회원은 아니지만 회원 모두의 동의를 얻어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온 친구 한 명이 동행을 하게 되었다. 그가 내린천 풍경을 보고 감탄하는 것을 봤는데 내가 처음 보고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을 것이리라. 이젠 길이 뚫려서 가기 편해지고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 되었지만 길이 없던 예전엔 정말 좋았었다. 물안개가 내리는 아침 풍경은 가장 좋은 영화장면 보다도 더 좋았으니까.

 이제 올해 한 번 다녀왔으니 한 두 번 더 갈 기회가 있겠다. 물론 다른 친구들과 같이 가겠지만 또 다시 기다려진다.

 그리고 개인약수로 해서 방태산을 올랐으면 좋았을텐데 마눌이 고기를 많이 잡으면 집에 좀 가지고 오라고 해서 고기를 더 잡는 바람에 산에는 못갔다. 아쉽다. 그곳도 참 좋은데.

 

내린천 가는 길에 먹거리를 사러 홍천에 들렸는데 마침 장날이었다. 그냥 갈 수가 없어서 장터에 자리를 잡고 빈대떡과 순대를 안주로 막걸리 한 잔 씩.

 

시골집 앞 산

 

개울에 물고기가 뛰노는 것이 보인다.

 

튀김. 새로운 요리법으로 만들었는데 종전 방식보다 훨씬 아삭했다. 사진 찍으려고 카메라 가지러 간 사이에 다들 집어 먹고 요것 남았다.

 

갈겨니, 쉬리, 돌고기 등을 넣고 조린 조림. 이녀석 역시 순식간에 없어졌다.

 

 

튀김과 조림은 다 먹고 곰취와 씀바귀로 술안주를 대신. 돼지고기 볶음은 먹지들을 않아서...ㅠㅠ

바깥에서 시작한 술상이 방안으로 이어졌다. 이 상태로 아침까지 간 경우도 종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