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오늘 저녁에 어릴적 동네 친구들 모임이 대자리에서 있어서 산에 갔다가 바로 참석하기 위해 시간을 맞춰 나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요즘 아침마다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긴 하지만 더운 날씨 탓에 걷는 것을 게을리 해서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매일 마시는 막걸리도 체력에 영향을 주어 걷기에 힘이 더 들게 할 것이고.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는 아내를 보다가, 텔레비젼을 새로 사기 위해 옥션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한 후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년말정산에 도움되라고 아들 신용카드로 사려고 하니 인증을 해야되는 바람에 결국 사지 못하고 컴퓨터를 끄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시간도 제법 흘렀고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서면 그럭저럭 약속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늦게 집을 나섰는데도 지하철에 사람이 많지 않다. 추석 앞 주라 많은 이들이 벌초 등에 나서 고속도로가 막힌다고 뉴스가 떴다. 나는 고향에 살고 있으니 명절에 고향갈 걱정이 없지만 은근히 많은 이들처럼 귀향이란 것을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하다. 북한산성입구에 내리니 사람들이 많다. 계곡길을 따라 걸어 오르니 가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햇빛이 눈부셔 색안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 앞 주는 관악산과 문수산을 다녀왔고 그 앞 주는 백운대, 또 그 앞은 행궁지에서 대피소로 갔으니 이번엔 대피소에서 행궁지로 가는 것이 맞았다. 그러나 그때 힘이 무척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나서 다시 같은 길을 걷고 싶었다. 그래서 대피소로 바로 오르는 길을 그냥 지나쳐 행궁지로 향했다.
행궁지로 오르는 나무계단길의 정취가 참 좋다. 길이 너무 이쁘다. 그러나 짧다. 행궁지를 발굴하면서 성벽을 따라 옆으로 길을 새로 내서 빙돌아 가파른 길을 올라야 했다. 길에 도토리가 무척 많이 떨어져 있었다. 도토리를 딛으면 미끄러졌다. 작년엔 도토리 구경을 하기 힘들었는데 올핸 대단한 풍년이다. 산짐승들의 겨울이 풍족할 것이다. 더불어 나도. 출입금지줄을 따라 걸어 행궁지 뒤 계곡으로 갔다. 계곡물에도 도토리가 잔뜩 있는데 물에 불어 터져 있다. 한참을 계곡을 따라 올랐다. 물가라 그런지 깔따구가 많이 덤빈다. 조금 더 걷다가 계곡을 벗어나 산길을 찾아 오르는데 배낭이 무거워 다리가 후들거린다. 남장대지능선까지 오르는데 힘이 부칠 정도다. 점심시간도 지났으니 힘든데 배까지 고프다. 겨우겨우 남장대지를 지나 전망 좋은 그늘에 앉아 배낭을 벗었다. 겨우 살 것 같다. 물 한 병을 순식간에 비우고 점심을 먹었다. 과일은 반만 먹고 나머지는 다음에 쉴때 먹으려고 남겼다. 6시에 가야하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청수동암문을 지나는 순간 마음이 동요된다. 불광역으로 가려고 비봉능선을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비봉능선이 아니라 삼천사로 방향을 잡았다. 무거운 배낭을 핑계삼아 아들을 집에서 만나 계획한 물건을 사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배낭이 무거워 다리가 후들거린다. 계곡을 건너며 넘어질까봐 더욱 조심을 한다. 그렇게 내려오는 십리 정도의 길이 왜 그리 멀게 느껴졌는지. 삼천사에서 버스정거장까지도 정말 멀었다.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났는데도 아직 아들은 들어올 생각을 안한다. 결국 그냥 약속장소로 갈 밖에. 6시인 줄 알고 약속장소에 가니 다들 와 있다. 5시 였단다. 이런...... 그래도 능이백숙을 잔뜩 먹어 아직도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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