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9.13 행궁지 - 대피소

PAROM 2014. 9. 14. 09:43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당연히 산에 가는 줄 알고 샌드위치를 만들고 과일을 담아 놓았다. 작은 배낭에 넣고 가려다가 혹시 스틱을 쓰게 될 것 같아 큰 배낭에 먹거리를 넣고 꾸리니 조금 무겁다. 아내가 참 고맙다. 매일 술 마신다고 못마땅해하고 잔소리를 하지만 많이 위해 준다. 요즘은 집에서 막걸리를 5시 이전에 마시고 일찍 자는 바람에 잠이 일찍 깨고 아침이면 술기운도 없다. 매일 같이 마셔서 좀 건너뛰는 날도 있어야 하는데 일요일만 빼고는 거의 매일이다. 운동 때문에 아직은 괜찮지만 생각해야 하겠다. 

 

 삼 일 전 관악산에 가던 날 아침이 쌀쌀했던 기억에 집에서 나서며 바람막이를 입고 나갔으나 덥고 갑갑해서 지하철에 타자마자 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구파발역 정거장에 사람이 참 많았다. 가을에 접어들어서 인지 더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는 것 같다. 몇 대 그냥 보내고 탄 버스에서 내리니 눈이 부시다. 썬그라스를 꺼내 썼다. 계곡길을 따라 앞사람들을 앞지르며 올랐다. 오랫만에 큰 배낭을 메었더니 몸에 잘 맞지 않는지 좀 불편하다. 배낭이 무거운지 정강이가 저린다.

 

 참 오랫만에 다시 옛길을 걸었다. 그간 친구들과 다른 길을 걷고 혼자 와서는 다른 곳으로 가곤했는데 5주 만에 제자리를 잡은 것이었다. 반대 방향에서 걸으려 했느나 지난 번에 중간에 삼천사로 빠졌기에 다시 행궁지로 먼저 갔다. 행궁지를 발굴 중이라 담장터를 따라 길을 새로 냈는데 무척 가파랐다. 지난 번에는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반복해 잘 몰랐는데 지난 번 길보다 같은 높이를 오르는 것이지만 힘이 더 들었다. 행궁지를 돌아 계곡길로 가다가 물가 바위에서 물 한모금을 마시며 스틱을 꺼내 폈다. 정말 오랫만에 사용했다. 오르는 길이 훨씬 편하고 다리 힘이 덜 들었다.

 

 산길 옆에 가을 꽃들이 피었다.

 

 계곡과 능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다. 마치 한여름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나오는 냉기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다. 흐르는 땀을 시원한 바람이 날려주어 기분이 상쾌해졌다. 평소보다 배낭이 조금 무거워져서 그런지 힘이 들었다. 오르는 길엔 스틱에 몸을 의지하니 다리에 더 힘이 드는 것 같았다. 새로 다운 받은 노래를 핸펀에 넣고 이어폰으로 산행 내내 들으며 걸었다. 음악을 들으면 잡생각이 덜 나고 걷는 일에만 열중하는데 음악 없이 걸으면 온갖 생각이 다 난다. 길을 걸으며 몇 시간이 걸릴 지 궁금해졌다. 자주 시계를 확인했다. 4시간 만에 마칠 지가 가장 궁금했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세 시간이 거의 되어갔다. 서둘러 점심을 먹고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다 중성문을 지나며보니 23분이 남았다. 더 빨리 내려와서 계곡입구에서 보니 3시간 59분이 소요되었다. 여름을 건너뛰고 오랫만에 작성된 4시간 이내의 기록이었다. 그런데 왜 시간기록에 집착을 했을까? 아직 늙지 않았고,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쉼터를 그냥 지나쳐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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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행궁지 뒤에 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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