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1 대피소 - 행궁지

PAROM 2015. 2. 2. 13:49

 지난주에 머리에 상처가 나는 바람에 집안에만 있었고 하루 전엔 결혼식이 있어 토요일을 건너뛰니 평생 운동 한 번 하지 않은 사람처럼 몸이 나른해 졌다. 정오에 결혼식을 하니 오전과 오후 남는 시간에 마땅히 할 것이 마땅치 않다. 우리 애들 날 잡을 때 참고를 해야겠다. 한번 건너뛴 산행이 무척 오래전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아내가 벌써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제발 조용히 혼자 다녀오란다. 오늘 동네 고등학교 모임에서 산에 가는 날이기 때문에 그리 어울릴까봐 걱정이 되었는가 보다. 운동을 하는데도 부쩍 살이 찌는 바람에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라 오늘은 제대로 땀을 흘려야겠다고 마음 먹고 도상모임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집을 나서기 전에 바깥 기온을 보니 영하 8도란다. 넥게이트를 두꺼운 것으로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한 주를 걸렀다고 손수건을 빼놓고 넣지 않았다.

 

 등산화 밑창을 갈아 바닥은 새것인데 옆구리가 터져 발이 시려운 것 같다. 창 갈이를 하고 두번 신고 버릴 수 없으니 신는데 까지는 신어야겠다. 밖으로 나오니 더 추운 것 같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것 같이 느껴진다. 구파발정거장에 줄을 섰는데 버스가 한참 앞에서 문을 열었다. 욕이 나오지만 참아야지. 운전기사가 밉다. 버스에서 내려 산으로 들어가는 길 바람이 매섭다. 옷을 단단히 여민다. 지하철에서 뜯은 핫팩이 제기능을 발휘한다. 참 좋다. 하지만 발이 시렵다. 발걸음을 빨리해 몸에서 어서 땀이 나게 한다. 발걸음이 빨라지니 등판이 뜨거워진다.

 

 북한동역사박물관 앞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가벼운 차림으로 걸었다. 이번엔 어느 코스로 가야하나 생각하다가 지난 기억을 더듬어 먼저 대피소로 방향을 잡았다. 비봉능선으로 내려가 향로봉으로 가면 후배들을 만날 것 같기도 했지만 우선은 땀을 내서 몸무게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보름전에 다녀간 후로 눈이 오지 않아 길에 눈 녹은 물이 가끔 얼어 있기는 했지만 오름길에 아이젠을 신을 정도는 아니었다.

 

 대피소에서 부터 시작하는 능선길이 성벽 밑에 그늘이 져서 그런지 바람에 눈이 날려와 쌓여서 그런지 눈이 거의 그대로고 비탈진 곳은 얼음이 되어 무척 미끄러웠다. 결국 대동문 앞에서 아이젠을 했다. 귀찮아 안 신고 버티다 넘어져 손가락 부러지느니 귀찮더라도 신는 것이 백번 낫다. 보름만에 산에 와서 그런지 숨이 차다. 대성문에서 대남문 넘어가는 성곽길에서 두 번이나 호흡을 골라야 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그런건지?

 

 힘들게 문수봉을 지나 남장대지능선의 점심 장소로 가니 아무도 없어 한적한데 바위 자리가 깨끗하지 않다. 쉬다가는 이들이 자기 쉰 표시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커피를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는데 산새 한 마리가 빤히 바라본다. 빵 한귀퉁이를 떼어 그녀석이 있던 곳으로 던져줬다. 보온병에 담아간 천천히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 배낭을 다시 꾸렸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되니 힘들 일은 없다. 행궁지 뒤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로 가니 내가 삼 주 전에 낸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 나 이외엔 그동안 아무도 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발자국을 밟으며 내려가는데 눈이 굳어 발이 눈속에 빠지지 않는다. 걷기 한결 쉬웠다. 배낭을 꾸리면서 산행 네시간에서 한 시간이 남았기에 발걸음을 빨리 했다. 기준시간 안에 내려갈 욕심으로. 그러나 북한동에서 4시간이 채워졌다.

 

 아침엔 추웠지만 해가 퍼지면서 기온이 올라가 걷기에 좋았고 바람도 별로 없고 하늘은 맑았다. 내려오는 길 곳곳에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곳이 있었다. 행궁지에 내려와서 아이젠을 벗었다. 그런데 중흥사 앞까지 길에 눈얼음이 많았다. 어떻게든 4시간에 맞추려고 걸음을 빨리 했는데 빠르긴 했지만 대신 하루 지난 후 온몸이 욱신거리는 것을 견뎌야 했다. 쉼터에 들렸는데 어묵을 다 먹고 나올 때까지 나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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