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7 행궁지 - 대피소

PAROM 2015. 2. 8. 10:50

 요즘 병원을 참 많이 다녔고 앞으로도 한참을 더 다녀야 한다. 치과가 치료기간 두 달 중 이제 한 달 지났고 역류성식도염으로 한 달 간 약을 먹었고 넘어져 머리가 찢어져서 응급실에도 실려 갔었고 전립선염인지 때문에 아직 약을 복용 중이고.... 덕분에 술을 마시지 않아 위는 좋아져야 하는데 속은 오히려 더 쓰리다. 아마도 먹는 항생제들 때문인 것 같다. 나이 탓으로 이제 쓸만큼 쓴 것들이 슬슬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일어나니 벌써 아내가 아침을 준비하면서 내가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기온을 보니 영하 1도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저녁에 대충 꾸렸던 배낭에 먹거리를 더 넣고 집을 나섰는데 이번 겨울들어 가장 이른 시간인 것 같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지하철과 구파발역 정거장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 산에 들어 계곡을 지나 오르는데도 오르는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다음주에는 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했으니 이번에 땀을 흘려야 된다. 그래서 혼자만의 산행을 계획했다. 발걸음을 조금 빨리 하니 금새 땀이 나며 등이 뜨거워진다. 지난주엔 그렇게 빨리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추워서 땀이 나지 않았는데....... 북한동에 도착해 겉옷을 벗었다. 길엔 눈이 녹았다가 밤사이 추워지면서 다시 얼어 반질반질한 곳이 여러 군데 있었다.

 

 행궁지 뒤 계곡길로 가는데 눈 표면이 굳긴 했지만 오르는 길이라 그런지 가끔씩 발이 빠지는데 이게 아주 힘들게 만들었다. 금방 쌓인 눈을 헤치고 나가는 것보다 더 힘이 들었다. 능선에 거의 올라간 곳에서 내려오는 부부팀을 만났다. 참 부지런한 분들이다. 문수봉으로 오르는 길이 미끄럽긴 했지만 조금 조심하니 갈 만 했다. 그러나 대남문에서 성곽을 따라 대성문으로 가는 길은 얼음 구간이 많아 대남문에서 아이젠을 신어야했다. 대성문으로 가는 성곽길 꼭대기에 이르자 싸락눈이 내렸다. 아주 잠시 동안만. 눈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젠을 두 달간 사용해서 그런지 얼음구간을 만나면 가끔식 미끄러졌다.  내려가는 길에서는 더욱 조심을 해야했다. 대동문을 지나 시단봉 오르는 계단 앞에서 아이젠을 벗었다.

 

 걸으면서 나름대로 지친 구간이 없어 제 시간에 주파했다고 생각을 했지만 내려와서 보니 대피소까지 세시간이나 걸렸다. 전반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린 모양이다. 대피소에서 뜨거운 차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내려오다가 봉성암 갈라지는 계곡 얼음판에서 내 뒤에서 내려오던 여자분이 된통 넘어졌다. 뒤통수를 한동안 붙잡고 있는 것을 보니 무척 아픈 모양이다. 상태를 물어보니 괜찮다고 해서 그냥 내려왔다.

 종일 찌푸렸던 하늘이 용학사를 지나며 해가 조금 비췄다.

 오르는 중에는 기온이 높아서 였는지 땀이 많이 났는데 문수봉에서 부터는 바람도 불고 손이 시릴 정도로 쌀쌀해 졌다. 4월 초까지는 산에서 기온 변화가 심하니 미리 대응할 준비를 해야한다.

 

 이른 시간에 오른 만큼 일찍 내려오게 되었는데 먹는 약이 있어서 막걸리를 마실 수 없는 아쉬움이 남았다. 쉼터 주인과 눈이 마주치며 인사를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그저 걷던 길을 걸을 수 밖에....... 다음번에는 맘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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