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 삼성산에 다녀온 것이 성에 차지 않았다. 연휴라 헬스장이 쉬는 바람에 운동을 하지 못한데다 설 음식을 많이 먹어서 배가 튀어나오는 것을 느낄 정도라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했다. 그런데 토요일부터 새벽까지 비가 계속 내렸다. 비가 와도 심하지 않으면 가려고 했는데 다행스럽게 아침에 비가 그쳤다. 먼지가 날리지 않겠단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는데 게다가 기온도 걷기에 딱 좋다.
아침 일찍 출근하면서 아내가 역시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고 둥글레 차도 한 병 끓여 보온병에 넣어 놓고 갔다. 자기 출근하기도 바쁠텐데 참 고맙다. 아이젠과 혹시 몰라서 보온할 옷을 넣고 배낭을 꾸렸다. 이번 겨울들어 처음 비옷을 겉에 입고 집을 나섰다. 연휴의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지하철에 사람들이 많다. 등산객도 꽤 많이 탔다. 704번 만원버스에 시달리며 북한산성입구에 내리니 상쾌하다. 황사가 온다고 했지만 비가 그친 뒤라 그런지 황사보다는 안갠지 구름인지가 산을 감쌌다.
이틀동안 내린 비 때문인지 이제 봄이 다 되어 그런지 겨우내 얼어붙었던 계곡길에 얼음이 거의 다 녹아 군데군데에만 남아 있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덥다. 지퍼를 열고 북한동까지 가서 속에 입은 보온옷을 벗고 티셔츠에 비옷 겸 바람막이만 입고 올라갔다. 그러나 이내 땀이 나 정자에서 비옷 마저 벗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내내 구름속을 걸었다. 법룡사 앞에서 동네주민이 전화로 주차사고에 대해 얘기하는 바람에 15분 넘게 움직이지 못하고 통화해야 했는데 한참을 가만히 있다보니 땀이 다 식어서 몸이 굳어왔다. 다시 걷자 몸이 풀리며 한참을 쉰 것 같이 몸이 가쁜해져 조금 빨리 오를 수 있었다.
대피소에 오르니 바람이 불고 구름속의 물입자가 들러붙어 비옷을 꺼내 입었다. 능선엔 아직 얼음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돌들이 돌출되어 있어 굳이 아이젠을 신지 않아도 걷는데는 지장이 없었다. 오히려 진흙구덩이가 많아 그것을 피하는 것이 더 고욕이었다. 대성문에서 성곽을 따라 대남문으로 가는 길은 무척 미끄러웠다. 길옆에 쳐 놓은 줄을 잡고 미끄러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올라갔고 내려갈 때도 자세를 잔뜩 낮춰야 했다. 그리고 문수봉에서 청수동암문 가는 길은 거의 봄까지 얼음이 있는 곳이라 아이젠을 하려 햇지만 귀찮아 그냥 길옆에 있는 나무에 의지하며 내려갔다. 제일 미끄러운 구간이었다. 남장대지능선 양지 바른 바위가 구름에 덮였고 바람이 많이 불어 점심을 그곳에서 먹으려던 생각을 버리고 내쳐 걸어 내려왔다. 행궁지 뒤 계곡으로 내려가려다가 비 온뒤에 눈이 많이 녹았고 길이 초입에 미끄러워 경리창지로 내려갔다. 등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라 무척 질척거렸다. 오랫만에 아이젠 없이 걸었다.
점심을 먹지 않고 초코렛과 사탕만 먹고 내려오는데도 배가 고픈 것을 느끼지 않았다. 다른 때도 점심을 먹지 않고 내려올 수 있다는 얘긴데 이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는 생각해 봐야겠다. 통화한 시간을 벌충하려고 열심히 걸어 내려오다가 북한동에서 시간을 보니 4시간에서 19분이 남았다. 더 빨리 걸었다. 산에 가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보고 말도 걸어보고 해야하는데 그저 죽기 살기로 걷기만 한다. 참 문제다. 쉬엄쉬엄 구경도 하면서 즐기면서 얘기도 하면서 즐겨야 하는데 무슨 극기훈현이다. 고쳐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된다.
배고픈 핑계로 단지에 들렸다. 집앞 가게에서 막걸리 세 병을 사갖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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