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전직장인 경인여대 친구들과 계양산 아래를 반바퀴 돌고 내려와 소성주를 마시며 등산 아닌 등산을 했는데 늘 다니던 길을 한 달 넘어 가지 않게 되어 궁금하기도 하였다. 어젠 세를 놓고 있던 13층 집이 한 달 넘게 비어 있어서 비싼 값에 산 집에서 하루를 지내보려고 거실에 텐트를 치고 가스 랜턴불에 버너에 불을 붙여 코펠 후리이 팬에 고기를 구워 식구들과 같이 막걸리를 마시고 라면도 끓여 먹고 돗자리와 침낭을 편 텐트에서 잠이 들었는데 창문을 열어 놓고 잔 바람에 추워서 중간에 잠이 깼고 바닥이 불편해 아침에 눈을 뜨니 찌푸둥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고 졸려서 산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가 그러면 일주일을 후회할 것이라 억지로라도 가기로 했다.
아내가 새벽에 일어나 만들어 준 김밥과 과일, 물 2병을 넣고 집을 나서니 8시가 넘었다. 그래도 바로 온 버스를 타고 대화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타고 구파발역에서 순환버스를 타고 산으로 들어가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아침에는 추웠는데 조금 걸으니 곧 땀이 난다. 버스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걸을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허리가 영 시원치 않다. 계속 이러면 안 되는데 싶어 조심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허리의 통증은 사라졌다. 한 달을 다른 길에서 외도를 하고 왔는데도 산은 그대로 날 반겨준다. 5주 전에 행궁지에서 대피소로 걸었는데 오늘도 그길로 가자고-그길이 반대로 걷는 것보다 조금 편하긴 하다- 마음 먹고 발길을 행궁지로 옯겼다. 행궁지 옆을 돌아 오르는 길은 역시나 힘들다.
30년 만의 가뭄이라고 해서 그런지 며칠 전에 비가 조금 내렸는데도 계곡은 영 시원치 않다. 행궁지 뒤의 계곡은 바싹 말라 손을 쌋을 수도 없다. 계곡으로 가려다가 나무계단을 올라 능선길로 가기로 한다. 이른 시간인데도 내려오는 사람들이 꽤 있다. 도대체 몇 시에 산행을 시작한 사람들인지...... 땀으로 등은 다 젖었고 배낭판도 젖은 것이 느껴진다. 땀인지 옷인지에서 쉰냄새가 난다. 미치겠다. 냄새가 안나게 처리를 한 좋은 옷인데 너무 오래 입어서 그런가? 다음엔 옷을 한 벌 더 가져와야 겠다고 생각을 하며 걸었다.
남장대지능선 몇 곳에 아직 덜 진 철쭉이 남아 있다. 반갑다. 전망 좋은 그늘에서 땀을 식히려고 앉으니 바람에 금방 추위가 느껴진다. 아직은 여름이 아닌가 보다. 허리가 불편하지 않으니 걷는 일이 수월하다. 그리고 오랫만에 걷는 길이라 반가워 어서어서 앞길을 보고 싶어진다. 또 그렇게 빨리 산길을 걸었다. 대피소에 도착하니 12시가 조금 넘었다. 김밥과 과일 우유를 꺼내 지붕에서 떨어진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땀냄새로 다른이들에게 괴롭힘을 줄까봐서.
점심을 먹고 내려오는 길에 다리가 풀렸는지 덜컥거리면서 걷는 바람에 허리에 충격도 가서 힘이 들었고 피곤했다. 아마 어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이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라라. 등산 오기 전날은 술을 마시지 말자고 그렇게 다짐을 했는데......
내일은 고양시 고등학교 동창모임에서 근처 심학산에 간다. 내려와서 막걸리 한 잔을 할 것이고. 그래서 오늘은 막걸리를 마시지 않을 거다. 산에 다녀와서 마시지 않은 것이 얼마만인 지 기억조차 없다.
그나저나 집 청소도 해야하고 월욜엔 13층에서 할 회식도 준비해 줘야 하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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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20:계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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