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6.3 대피소 - 행궁지

PAROM 2017. 6. 4. 08:40

 지난주엔 술에 쩔어서 보냈다. 그 때문에 평소에 하던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설렁설렁한 날이 많았다. 그리고 토요일에 폐기물을 뺀다고 무리해서 걷는 바람에 절룩거리기 까지 했다. 그래서 이번엔 여유있게 걷자고 마음을 먹었다.

 

 동이 터올 무렵 아내가 일어나 가지고 갈 샌드위치를 만들라고 한다. 계란은 이미 부쳐 놓았다. 쨈과 오이, 양배추를 더해 넣고 비닐봉지에 담았다. 그리고 수박과 우유, 물과 얼음 한 병을 피엘라벤 배낭에 넣고 오랫만에 스틱도 매달았다. 힘들면 쓰려고. 출근을 하는 아내와 같이 대곡역까지 가려다 나는 버스정거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이른 아침인데도 날이 더워져 반팔 티만 입었는데도 서늘하지가 않다.

 하늘은 맑고 볕에 눈이 부셔 등산로 입구에서 안경을 꺼내 썼다. 날이 계속 비가 오지 않아 계곡이 바짝 말랐다. 길에서 먼지가 폴폴 난다.

 

 지난주엔 한동안 허리가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괜찮다. 너루 무리하지 말자고 다시 다짐한다. 지난주엔 내려오는 길에 다리가 많이 풀렸었었다. 천천히 걷다가도 저 앞에 사람들이 있으면 따라 잡으려고 발걸음이 빨라졌다. 못 말리겠다. 그래도 기회가 있으면 쉬려고 했다. 북한동역사관 앞에서 잠시 쉬며 물을 마시며 땀을 날리고 다시 걸었다. 등산객들이 많이 늘었다. 이시간에 내려오는 이들도 꽤 많다. 백운대 방향으로 가려다 지난주에 걸었던 길을 되짚어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걷다가 힘들면 중간에 내려오자고 결심을 했다.

 

 대피소에서 다른 산객들의 얘기를 엿듣다가 한참을 쉬며 땀을 말리고 대동문으로 향했다. 동장대로 가는 길이 참 예쁘고 편해서 늘 좋다. 이제 녹음이 우거져 자주 보이던 랜드마크들이 보이지 않는다. 능선에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기 그지 없다. 하늘도 정말 오랫만에 맑다. 이제 나비도 많이 보인다. 계절이 확연히 여름으로 넘어왔다. 손수건을 적셔가며 성곽길을 걸었다. 처음엔 보국문을 지나며 내려가려고 했는데 전망대는 지나야겠다는 생각에 걷다보니 어느새 대성문이고 대남문이었다. 대남문을 지나며 배터리가 떨어져 문수봉 오르는 길에서 한참을 허비해야 했다.

 

 남장대지능선에서 보니 날이 맑아 집 옆에 있는 제니스가 보인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구분이 되는 정도다. 의상능선이 잘 보이는 산꼭대기 그늘진 자리에서 점심을 하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곳을 지나쳐 걷는데 갑자기 허기가 밀려온다. 내려오는 비탈길에서 모래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행궁지 계곡 바위에 앉아 배낭을 풀었다. 계곡에 물이 말라 물휴지로 손을 씻고 수박부터 먹었다. 세상에 이런 꿀맛이 없다. 샌드위치에 넣은 복분자쨈의 씨가 씹혀서 불편하다.

 

 내려오는 길에서도 천천히 걸었다. 더운날이라 그런지 물 두 병이 모두 말라 얼음만 물병에 남았다. 큰게곡에 물고기들이 작은 물구덩이 모여 있기에 쵸코렛을 입으로 작게 만들어 뿌려주니 엄청나게 달려든다. 많이들 굻었을 게다. 비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세상의 모든 생물이 제대로 살 수 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막걸리를 한 병 사가지고 왔는데 냉장고에 세 병이나 들어 있다. 횡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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