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9.28 보국문 - 대피소

PAROM 2019. 9. 29. 07:19
어제 동네 친구들 모임에서 너무 달렸다. 빈 속에 안주를 건성으로 먹으며 쏟아 부은 막걸리 덕에 산행 내내 고생했다. 
 
눈을 떴는데 술이 덜 깼다. 산에 가고 싶지 않다. 아내는 어제 뭔 술을 그리 많이 마셨냐고 하면서도 산에 가져가라고 김밥을 싸 놓았다. 뭉기적 거리다 8시 반이 넘어 떠밀려서 집을 나왔다. 자기가 모처럼 노는 날이니 이런 날은 산에 가지 말고 같이 놀자고나 하지.....  
 
술이 덜 깬 상태니 아무 생각이 없다. 속도 좋지 않다. 지하철에서 피곤해 졸았는데도 효과가 없다. 산으로 가는 버스는 오늘따라 만원이다. 낑겨서 갔다. 
 
비몽사몽 속에 계곡을 따라 길이 내게 다가 온다. 이런 상태면 그냥 쉬는 것이 좋은데.... 그래도 기왕 온 것이니 역사관 앞까지만 가 보기로 한다. 그러다 술이 깨면 조금 더 걸으면 된다.
땀이 나는데도 술기운이 영 가실 줄을 모른다. 하긴 지금까지도 피곤이 남았으니..... 도대체 어떻게 마셨길래 이럴까? 이젠 나이를 생각해서라도 줄여야 하는데... 옆자리 놈과 정치 얘기 때문에 더 마셨던 것 같다. 친구들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니 답답해서 술만 계속 퍼 마셨던 것 같다. 
 
역사관 앞에 가니 술기운이 조금은 가신 듯해 잠깐 쉬었다가 다시 대남문 방향으로 올랐다. 이번주는 아내가 부탁한 엑셀 작업을 하느라 이틀이나 운동을 빼서 그런지, 술 때문인지 다른 때보다 힘이 더 든다.
지난주에 대성문에서 내려왔으니 거기서 대피소로 가려다 마음을 고쳐 먹고 보국문으로 올랐다. 이길은 10키로 짜리다. 지금 컨디션에 딱 맞는 거리다. 
 
지금 졸려 죽겠다. 산입구 만남 장소에서 등산화를 벗고 책상다리로 앉아 있는데 목도 마르고 힘도 든다. 자판기에서 음료수  한 병 빼 먹고 집에 가야겠다. (14:40) 
 
너무 피곤해 지하철에서 졸다 모바일을 바닥에 떨굴 뻔했다. 
 
보국문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어 고갯길을 한 번에 오르지 못하고 두세 번을 멈췄다 올랐다.
계곡은 아직 푸르다. 태풍에 쓰러졌던 나무와 부러진 가지들이 이젠 말끔히 치워져 길이 깨끗하다. 계곡에 넘쳐 흐르던 물이 이젠 쫄쫄 거린다. 산은 가을로 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 
 
대동문 쪽에서 와서 대성문으로 가는 이들이 부러워 한참을 바라 보았다. 어제 조금만 덜 할 걸....  후회하면 뭣 하나?
성돌 위에서 일어나 대동문으로 가는 사람들 뒤를 따랐지만 사진을 찍느라 이내 뒤쳐졌다. 성곽 능선엔 빨갛게 물든 단풍잎이 여러 장 씩 보인다. 다음주 부터는 본격적으로 갈아 입기 시작할 것 같다. 
 
대피소에서 배낭을 벗었다. 땀이 옷을 다 적셔서 어디 기댈 수도 없다. 물을 한 병만 가져온 바람에 아껴 먹어야 해서 우유로만 김밥을 먹었다. 따로 싸준 깍두기는 익지 않아 별 맛이다. 산에선 늘 다 맛있는 법인데 내가 배가 불렀나 보다.  
 
옆에서 쉬고 계시던 80대 산객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벽제에 사신단다. 그 연세에 산에 다니시는 건강이 부럽다고 했다. 올해 설악산도 다녀오시고 황산도 다녀왔다고 자랑하신다. 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산에 다니시길....  나와 내 친구들도 저 분처럼 여든이 넘도록 산에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내려오다가 모바일로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젊은 친구를 보았다. 지나쳐 가다가 별풍선 10개를 쏘았다는 소리를 두어 번 들었다. 말하는 것을 들으니 나는 다시 듣고 싶지 않은 유치한 소린데 저런 소릴 좋다고 하는....... 
 
 
처음으로 역사관 옆 화장실을 이용했다. 화장실 이용하긴 참 좋은 우리나라다.
오늘 산에 바람이 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산에 오기 전 날은 금주를 해야 겠다. 산에서 내려와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 한 잔도 산에 오게하는 유인이었는데 오늘은 방아간을 그냥 지난 참새가 되었다.
집에 와 씻고 엎드리니 참 좋다. (17:20) 
 
며칠 전에 바꾼 모바일로 찍은 사진들이다. (S7에서 S9로)

붉은 기운이 돈다. 이건 카메라를 손 봐야겠다.

산에 사람이 많다. 이제 시작이다.

역사관 앞도 사람들 천지다.

여기서 사진 찍으려 보니 손에 안 잡혀 정자에서 쉬면서 두고 온 줄 알고 비탈을 내려 갔었다. 손가방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이젠 기억력이 영 아니다. 나이? 술? 둘 다.

여기까지 올라오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젠 내려갈 일만 있으니.....

오늘의 코스 중 가장 높은 곳에서 더 높은 문수봉을 배경으로....

헬기장을 꽃들이 채웠다.

단쟁이덩굴이 색을 바꾸고 있다.

오르는 길에서 나이드신 내외분이 이 열매를 드셨다. 무슨 열매인지?

칼바위

몇 곳에 빨갛게 물든 잎이 있었다.

대동문

동장대



대피소

대피소를 내려가며 보니 석축 위 꽃 주변으로 볕이 들었다.

역사관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이제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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