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0.5 - 6 영남알프스 신불재 - 신불산 -간월재, 눈비돌들과

PAROM 2019. 10. 6. 19:57
지금 행신으로 가는 열차 안이다. 울산에서 14:23발이다. 
 
어제 서울역 10:00 출발 기차로 친구들과 울산역에 도착해서 마중 나온 친구 차로 마트에 들려 장을 보고 바로 신불산으로 향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오락가락해서 비를 맞을 각오를 했는데 다행히도 비는 오지 않았지만 위로 오를수록 구름이 많이 끼었고 어두워져서는 바람에 실려온 구름이 나뭇가지에 물방울을 만들어 밤새 우리의 캠프사이트에 비처럼 내렸다. 
 
예약을 늦게 한 바람에 서울에서 내려간 친구들이 각각 다른 칸으로 울산으로 갔다. 행선지가 정해지면 기차표 부터 끊을 일이다. 지금도 내려갈 때처럼 역방향에 문과 가까운 쪽이다. 
 
가천리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서 신불재로 향했는데 천 미터가 넘는 산이고, 벌판에 우뚝 솟은 산이라 길이 무척 가파랐다. 게다가 구름이 길을 적셨고 얼마 전에 지나간 태풍들이 계곡과 길에 깊은 흔적을 만들어 놓아 자주 쉬며 올라야 했는데 마주치는 산객들도 무척 많았다.  처음 메는 새로 산 68리터 배낭에 물이며 반찬 등 먹거리에 침낭, 매트리스, 핫팩, 징기스칸까지 넣어 무거운 탓에 스틱이 없으면 올라갈 수 없었을 것이다. 
 
죽을 힘을 써가며 신불재에 도착하니 구름에 10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바람이 심하게 불어 신불산에 가서 비박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기에 재 아래 샘터 옆 나무 데크에 사이트를 구축했다.
그리고 버너와 코펠, 후라이팬에 마트에서 사간 먹거리로 간단히 허기를 채우고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부터 한우구이를 안주로 로열살루트21부터 징기스칸, 화요40, 소주를 차례대로 비웠다. 제일 나중은 맥주였고. 다행스럽게도 소주640미리는 쏟는 바람에 덜 마셨다. 
 
구름이 없었으면 울산 시내와 바다까지 보였을 터이지만 바람과 함께 몰려오는 구름이 나뭇가지에 물방울을 만들어 비처럼 내리게 했음에도 랜턴 빛에 마주보며 그간 하고 싶던 얘기를 웃음에 담아 나눈 재미가 두고두고 기억이 날 것이다. 2019년의 끄트머리 즈음에 20키로가 넘는 배낭을 메고 천 미터가 넘는 곳에서 비박을 한 것이 쉽게 잊힐리는 없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우리 사이트는 비 같은 구름과 어젯밤의 흔적으로 심각한 상태였다. 누룽지와 어제 먹다 남은 고기로 아침을 먹고 구름을 밀어낸 해를 보며 캠프사이트를 청소하고 신불재를 지나 신불산으로 해서 간월재, 홍류폭포, 등억리로 내려왔다.
그런데 아침에 감마LT바지 주머니가 터졌다. 예비 바지가 없는데... 
 
어제 신불산 정상에서 비박을 했다면 바람에 고생이 많았었을 것 같았다. 신불산에서 간월재로 내려오며 보이는 풍경이 왜 이곳을 알프스라 부르는지 알려주었다. 간월재까지 급한 비탈을 내려오니 산악마라톤대회와 등산대회가 열리고 있어 혼잡하기 이를 데 없었고 하산길의 산악도로와 등산로도 산객들로 붐볐다. 
 
어제 밤부터 아침까지 먹거리들을 모두 비웠기에 한결 가벼워진 배낭이 어깨를 가볍게 한 덕에 오늘의 하산길은 여유로웠다. 하산을 하고 먹은 메기매운탕에 곁들인 막걸리 한 잔은 피로를 풀어 주기에 충분했다. 
 
늘 그렇지만 짐을 바리바리 싸 가지만 정작 사용한 짐은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점을 다시 생각했고, 되는 줄 알고 가지고 간 배터리가 되지 않아 하마터면 완전방전 될 위기도 넘겼다. 집에선 작동이 됐는데 왜 안 됐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충전선을 정품으로 구입해야 할 것 같다. 
 
하산하여 식사를 한 후 예매한 시간까지 여유가 많지 않아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아쉬운 작별.  
 
역시 ktx가 빠르긴 하다. 이제 오송역이니 도착까지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차 안에서 목적지를 행신역 까지 연장했다.
집에 빨리 들어가 샤워하고 푹 자야겠다.
피곤하다.


차를 세우고 출발 준비

이제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첫번째 쉼터에서. 아직 여유롭다.

이곳에서 보이는 경치가 좋다는데 구름만 보인다.

신불재. 구름에 사방이 보이지 않는다.

어두워지기 전에 식사부터 하고,

밤을 밝힐 준비도 하고

추워서 다들 오리털 파커를 입었다.

6시 부터 완전히 어두워졌다.



신불재를 올려다 봤다.

아침, 아직 춥다.


신불재에서 신불산으로 오르는 길.

오르는 길에 울산 방향을 보았다.

저 뒤가 영남알프스의 끝 영축산이란다.



간월산과 간월재를 배경으로


간월산과 간월재

간월재다.

                                           홍류폭포에서


울산역에서 보이는 영남알프스. 가장 높은 곳이 신불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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