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산에 오면 다음날 하루를 온전히 쉴 수 없어서 가급적 토요일에 오는데 어젠 아내의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산에 오질 못했다. 코로나 보균자가 널리 퍼져 있어 조심을 많이 해야 되는데 누군지 알 수가 없어 이젠 밖에 다니지 않고, 다니더라고 마스크를 잘 쓰는 수 밖엔 없는 것 같다.
아내가 어제 사무실에서 가지고 온 빵과 단감을 한 개씩 넣고 중간치 보온병을 넣는 것으로 배낭 꾸리기를 마쳤다. 아침 기온이 영하 11도라 내복바지를 입고 핫팩을 뜯어 주머니에 넣고 몽골제 울양말을 덧신고 귀마개에 넥워머까지 하니 바람 한 점 들어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인데 몸이 둔하다.
추워서 그런지 코로나 때문인지 차에 사람들이 많지 않다. 아니 열차도 버스도 거의 텅텅 비었다. 썰렁한 기운이 차내에 돈다. 다른 때 이시간이면 8772번 주말버스가 꽉 차서 다녔는데 겨우 6명이 탔다.
산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에 산객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아직은 추워서 겉옷을 벗던 계곡입구 벤치를 그냥 지나쳤다. 계곡길에 눈이 깔렸다. 그리고 공단에서 길을 반을 나눠 줄을 깔았다. 코로나 때문에 오른쪽으로만 다니라고. 고맙다. 줄 밑에 깔린 눈이 애처롭다.
역사관 앞까지 오르는 길이 내복바지 때문에 더 멀고 힘들었다. 괜히 입었다고 후회를 해봐야 벗을 곳도 없다. 오늘 내복바지 입고 능선을 걸으려면 오르는 것도 그렇고 죽었다 싶다. 아직은 추워 겉옷만 벗어 배낭에 넣고 다시 길을 재촉했지만 몸은 굼벵이가 되었다. 옷 하나 더 입었다고 이럴 수가 있구나. 전에도 그랬는데 뇌가 낡아서 또 기억을 못했다.
대피소를 오르는 길에 바짝 쫓아왔던 젊은이들 덕분에 또 죽을 힘을 썼다. 그냥 보내고 천천히 가면 되는데 왜 아직도 이러는지. 그 덕분에 그 추운데 내의가 다 젖었다. 손이 시리고 귀가 시려도 땀은 났다. 핫팩과 귀마개 때문인가?
대피소에서 한참을 쉬었다. 힘들었고 내일 쉴 수가 없으니 짧게 걷자고 다짐을 하고 대동문으로 향했다. 길엔 눈이 군데군데 있다. 눈이 부셔 썬그라스를 끼니 마스크 때문에 김이 서려 바로 벗기를 여러번. 귀찮아 그냥 길을 더듬기로 한다.
오늘 확실히 산길에 인적이 드물다. 좋기는 한데 심심하다. 동장대 앞길을 내려가다 미끄러져 넘어졌다. 여산객 옆모습을 훔쳐보다 벌 받았다. 일어나면서 보니 그 여산객이 보고 있다. 아흐.... 무릎에 묻은 눈을 털고 뒤도 안돌아보고 대동문으로 갔다.
보국문에서 내려가면 10키로가 넘으니 그러려고 했다. 그런데 보국문 앞에서 보니 남쪽전망대 쪽으로 산객들이 많이 가고 있다. 그래, 조금만 더 걷자.
어? 보국문에서 오르는 돌계단길이 갑자기 쉽다. 여기까지 나름 천천히 와서 그런가 보다. 그러나 왠걸, 계단 끝에서 숨을 몰아 쉬었다. 역시 무리하면 혼난다.
북과 남쪽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가는데 앞에서 돌계단을 내려가던 여산
객이 길을 비켜준다. 그런데 그 앞에 또 다른 산객들이 있다. 정중히 사양하고 후방을 방어하겠다며 뒤를 따랐다. 앞서 봐야 또 막혀 줄 서느니 이자리가 전망이 훨씬 좋다.
5분도 안 지나 갈림길이 나오면서 후방방어 역할이 끝났다. 내가 늘 걷는 주능선길 중 유일하게 쇠난간이 있는 바윗길에서 사진을 찍는데 멋지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돌아보니 그 산객이 폰을 꺼내고 있다. 그러려니 하고 늘 그렇듯 난간 밖으로 내려왔다. 대성문으로 가는 마지막 돌계단을 오르며 돌아보니 다들 쇠난간 안쪽에서 벌벌 거리고 있다.
대성문에서 내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바퀴 도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내복바지 때문에 무리인 것 같다.
대성문 지붕아래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바람도 불고 볕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 아래 남쪽 벤치로 가서 배낭을 벗고 보온병과 빵, 단감을 꺼내 먹고 치우는데 옆에 누가 와서 앉는다. 보니 그 여산객 같다. 연양갱 하나 먹고 배낭을 멘 후 형제봉 쪽으로 가려고 서 있다. 순간 그쪽으로 가려다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북쪽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오랫만에 스틱을 폈다.
그리고 대피소 갈림길까지 스틱에 의지해 부지런히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왜 내가 형제봉 쪽으로 가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안 가길 잘했다. 좀 전에 아내가 어디냐고 전화했다. 삼송역이라고 했다.
폭포가 얼었지만 속으로 물이 흘렀다. 그 흐르는 물소리가 참 청아했다.
중성문 아래 계곡. 눈에 덮히고 얼고.... 이 계절 내내 계속될 풍경이다.
노적사 입구 위의 정자. 지나쳐 가다가 돌아 보았다.
산영루 앞 폭포. 계절이 깊어갈 수록 이 폭포는 얼음이 점점 더 두꺼워 질 것이다.
대피소 가는 길. 돌다리 하나가 얼음에 잠겼다.
디피소를 떠나기 전. 저 앞 문수봉까지는 못 갔다.
동장대 앞에서. 이 조금 아래 길에서 미끄러져 무릎을 꿇었다.
칼바위 앞으로 보이는 서울의 산들. 형제봉, 백악, 남산, 인왕산, 그리고 저 뒤에 관악산
보국문으로 내려 서기 전. 문수봉을 배경으로
보국문
북쪽전망대와 삼각산, 그 뒤로 도봉산
남쪽전망대 마당에서 보는 보현봉과 문수봉
주능선이 성곽을 따라 문수봉까지 달리고 있고 상원봉에서는 남장대지능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의 삼각산 조망도 참 좋다. 원효, 염초, 노적,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이 다 보인다.
이곳에서 뒷사람이 경치에 감탄을 했다.
대성문. 왼쪽 양지바른 곳에서 쉬다가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다가 본 중성문
북한동역사관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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