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랫만에 쉼터의 내 자리에 홀로 앉았다. 어제 왔었으면 산친구와 왔었을텐데 손주가 집에 오는 바람에 오늘 왔다. 아침에 손주의 재롱을 보기 위해 아들 식구들이 떠나기 전까지 되도록 오래 있다가 서둘러 산으로 왔다.
벌써 근 두 달을 운동을 하지 못해 몸도 불고 배도 나오고 체력도 떨어져 산에라도 오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 산엔 무조건 오고 있다. 내가 건강해야 손주도 볼 수 있으니까. 이제 설날이나 돼야 다시 볼 것 같다.
지난주에 아파트 지하 배수관이 막혀 저층인 내집까지 물이 넘쳐 그걸 치우느라 고생을 많이 했었다. 기름을 싱크대나 배수구에 그냥 부어서 일어난 일로 보인다. 기름은 종이로 닦아낸 후 설겆이를 하자!!!
손주 재롱을 보다가 아들식구들이 갈 준비들을 하기에 컵라면을 넣고 10시 반에 집을 나섰다. 아내는 동네 산에나 다녀오라고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일기예보를 보니 동네는 영하 6도인데 3시에 눈이 온단다. 잘하면 산에서 함박눈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젠이 잘 있나 확인을 하고 손녀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기분이 좋다.
코로나 때문인지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산에 오니 보통 때 정상에서 내려오는 시간이다. 짧게 걸어야 겠다.
날이 많이 풀려서 입구에서 티만 남기고 다 벗어 배낭에 넣고 걷는데 바로 앞에 구파발정거장에 있던 젊은 여산객이 지나간다. 그런데 어찌나 빠른지 앞지를 수가 없다. 아니 처지지 않는게 다행일 정도다. 숨이 턱에 찬다. 운동을 못한데다가 배까지 불러 그런가 등 힘든 이유를 합리화 하기 위한 온갖 생각이 다 난다. 이젠 세월을 인정해야 하는데....
역사관 아래에서 따라가기를 포기했다. 그리고 어디로 가나 본 후, 다른 길인 대남문 방향을 잡았다. 역사관 앞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오르는데 오늘 왜 그러는지 산객들이 다 나를 앞지른다. 일행인 젊은 남녀 산객도 나를 앞질렀는데 그중 남자는 죽을 힘을 쏟는 것 같은데 뒤쳐졌다. 참 보기 안타까웠다.
그리고 또 나를 휭하니 지나쳐 간 중년의 산객도 있었다. 내가 쳐지지 않을 것 같았는데.... 내일부터 다시 헬스장이 문을 여니 열심히 해서 체력을 되찾을 거다.
보국문으로 올랐다. 거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성곽을 따라 걷는데 능선이라 바람이 불어 장갑을 낀 손이 시려왔다. 서둘러 대피소로 갔고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바로 내려왔다.
이제 집에 가서 씻고 막걸리 한 잔하면 된다. ^^
느즈막히 집 출발
계곡폭포. 앞 사람 쫓아가느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이 사람들 왜 이리 빨리 걷는지....
큰바위 얼굴
산영루
추우니까 식사를 위해 텐트 속으로 들어간 산객들이 많았다.
보국문
오늘의 등산 중 가장 높은 곳에서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삼각산
비교적 맑은 날이라 칼바위 앞으로 시내가 보인다
금줄이 여전한 대동문 앞
동장대
대피소. 이제 내려가야지
봉성암 갈림길 앞 계곡 징검다리가 얼음에 덮였다.
북한동역사관
짧게 걷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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