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30 대피소 - 보국문

PAROM 2021. 1. 31. 08:25

아침에 눈을 뜨고 이불 속에서 나오기 전에 산에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운동을 못 하다가 2주 전 부터 해서 몸도 많이 피곤해 졌고, 올 들어 산을 쉬지 않았기에 한 번 쯤 땡땡이 치고 싶었다. 그런데 내일 딸내미가 터키에서 들어 온다. 집에서 격리를 해서 우리 내외가 핑계 김에 2주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조금 일찍 들어와서 집에서 차례를 지내야 좋았는데 아들집에서 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앞으로 2주 동안은 북한산에 못 오니까 오늘은 와야 한다. 해서 급하게 배낭을꾸렸다. 그래봐야 냉장고에서 샌드위치 꺼내고 아내가 끓여준 물을 보온병에 넣는 것으로 끝이다. 기온이 아침엔 영하 6도고 낮엔 영상이니 두껍게 입으면 지난주 처럼 고생한다.

코로나 때문인지 산으로 오는 길에 보이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지하철이 밖으로 나올 때마다 눈 내리는 것이 보인다. 산에서 눈 내리는 것, 특히 함박눈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 진다. 은근히 눈이 펑펑 쏟아지길 기대를 하며 산으로 갔다.

계곡입구에 서니 하늘이 어둡다. 하늘이 잔뜩 찌푸렸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에 하늘님 기분이 나쁘신가 보다. 하늘님, 눈 내리시며 기분 좀 푸세요.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 좀 잘 돌아가게 해 주세요. 코로나도 없애 주시구요. 바라는 게 너무 크다구요? 에이 하늘님이시면 그 정도는 해 주셔야지요.

지난주 동안 열심히 운동 했으니 쉽게 오를 줄 알았다. 그런데 힘이 들긴 마찬가지다. 북한동역사관 앞에서 아이젠을 신고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오르다 생각해 보니 뭐가 하나 빠진 것 같다. 이어폰을 하지 않았다. 배낭을 벗기 귀찮아 노적사 아래 정자까지 가서야 이어폰을 했다.

띄엄띄엄 내리는 눈이 살짝 길을 덮었다. 오를 때는 괜찮지만 내려올 때는 아이젠을 해야겠다 생각하며 길을 걸었다. 아이젠을 신고 길을 걸으면 균형 잡는 것도 그렇고 힘이 더 든다. 이제 귀찮더라도 안전이 우선이라 늘 생각하지만 그걸 챙기는 게 귀찮아 빼먹는 경우가 더 많아 걱정이다.

대피소 오르는 길로 방향을 잡았다. 오늘은 10키로만 걷자. 내일 여행을 떠나려면 오늘 너무 무리하면 운전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핑계를 댄다.

태고사 비탈길을 죽어라 올라 허리를 펴려는데 검은 그림자가 휙 지나간다. 아무 소리도 없이 나를 지나쳐 간 거다. 고개를 들어 보니 젊은 처자다. 죽어라 쫓아 가지만 사이는 더 벌어진다. 계곡을 건너는 곳에서 아이젠이 없는 그녀가 쭈물거리는 사이에 얼음을 딛고 앞질러 가서 손을 내밀었다. 우쭐함. 그런데 또 휭하니 올라간다. 죽어라 따라가며 모습을 놓치지 않았는데 초행길인지 눈 덮인 바위 앞에서 헤매기에 오른쪽으로 우회하라고 소리질러 알려 주었다. 그렇게 가더니 길이 아닌 계곡 반대편으로 가고 있다. 다시 소리를 질러 이쪽으로 건너 오라고 해서 대피소까지 같이 올랐다. 대피소에서 이 젊은 친구는 백운대로 갔고 나는 보국문으로.... 헤어지니 잠깐이었지만 허전하다.

능선길엔 바람이 불었다. 성곽 총안에선 찬바람이 더 세게 나왔다. 기온은 영상이 되었을텐데 바람 때문에 더 춥다. 그래서인지 산객들도 거의 없다. 주머니에 장갑 낀 손을 넣고 걸었다. 길에 눈이 덮였어도 아이젠 덕분에 평소에 걷듯이 걸어 보국문으로 갔다. 그런데 거기서 고민을 했다. 대성문으로 가고 싶어서. 하지만 내일부터를 위해 내려섰다.

옛길로 오르는 바위에서 아이젠을 벗었는데 내려가는 길에 덮인 눈이 만만치 않다. 몇 번 미끄러지며 역사관 앞으로 와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찻길로 내려오다가 올라오는 산친구인 조은네님을 만났다. 쉼터에서 보기로 하고....

이제 2월 20일이나 되어야 여기에 올 수 있을 것이다.
여행 중에 산이 있으면 오르려고 하는데 특히 미황사 뒤의 두륜산을.... 그런데, 글쎄....

 

 

북한동.

계곡폭포도 눈에 덮였다.

중성문 아래 계곡

북한산대피소

대피소 마당 앞의 나무. 잎이 다 떨어져서 쓸쓸하다.

동장대

동장대 앞에 뜬 해. 달 같아 보인다.

동장대 아래 대동문으로 가는 길에 상고대가 피었다.

상고대

대동문 앞의 금줄이 언제나 치워질까?

칼바위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전에 증명사진 한 장

보국문. 여기서 잠시 성곽길을 따라 걸을까 갈등했지만 오른쪽으로 내려왔다.

대피소갈림길 위의 다리. 여름엔 저 큰바위 앞 깊은 물에 발을 담그고 놀곤 했는데.

얼굴을 닮은 바위

빈 산길. 하지만 잠시 동안만 이었다.

북한동역사관

대서문

이길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조은네 님을 만났다.

계곡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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