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3이던 1973년 한 해 사연 많던 5반 교실에서 같이 지냈던 동수, 광수와 산에서 하루를 보냈다. 2주 전에 카스에서 대화를 하다가 친구들과 산에 같이 가기로 했다. 한참 있다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오늘이다. 최상락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도 그립다.
아내가 어거지로 꾸려준 유부초밥과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병을 넣고 시간에 맞게 집을 나섰다. 탄현역을 향해 가다 보니 다음 차까지 시간이 무척 많이 남았는데 그걸 타면 약속시간에 반드시 늦는다. 그래서 대화역으로 가기 위해 타지 않던 773번을 탔는데 광수와 톡을 하다가 버스가 정거장을 지나쳤다. 버스에서 내려 주엽역까지 한참을 죽어라 걸어 가서 지하철을 탔는데 그냥 탄현에서 탔을 것과 같은 열차다. 고생만 더 했다.
백석에서 그냥 탔어야 했는데 나 때문에 대곡에서 열차를 갈아 탄 광수를 만났고, 늦게 도착한 우리를 북한동탐방지원센터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 동수를 만나 산행 시작. 계곡으로 방향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기온은 영상이라 입고 간 옷이 무갑게 느껴졌다. 특히 바지가 두꺼워서 땀이 나 다리에 들러 붙었다.
겨울엔 날이 푹해지면 미세먼지가 많아지는데 우리를 환영해서 인지 하늘이 맑다. 옛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힘든 줄도 모르겠다. 역사관 앞에서 잠시 쉬어 물 한모금 마시고 행궁지로 향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나의 고행이 시작되었다. 주엽까지 거의 2Km를 죽어라 걸었던 효과가 나타나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행궁지 앞에서 잠시 멈춰 숨을 돌린 후 가파른 비탈을 오르다 길 중간의 바위터에서 귤을 먹고 우회하는 진달래밭길로 올랐다. 이길의 능선을 오르며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한동안 노출되었지만 힘들어서 흐르는 땀이 추위를 막아 주었다.
친구들이 나보다 잘 걸어서 산행속도가 빨라 금방 남장대지능선에 올랐고 잠깐 사진을 찍느라 멈춰 선 것 외에는 계속 걸어 청수동암문을 지나 문수봉에 올랐다. 동수는 비봉능선을 지나 불광역으로 가고 싶어 했으나 광수가 걷기에는 거리가 길어 보여 대성문에서 평창동으로 가자고 했다. 대성문 앞에서 유부초밥을 나눠 먹고 내려가는 길. 아마도 문들에서 하산하는 길들 중 가장 평탄하고 짧은 길로 생각되는 길로 내려와 동수 사무실 근처의 순대국집에서 막걸리로 뒤풀이를 하고 각자 집으로....
오늘은 따스한 날씨에 맑은 하늘을 보며 즐거운 길을 착한 친구들과 걸으며 활짝 웃은 기분 좋은 날이 되었다.
샤워를 하고 막걸리를 한 잔 더 한 후 손주 얼굴도 못 보고 이 글을 쓰다가 피곤해 이불 속으로....
역시 친구들과 걸으면 더 즐겁다.
어제 남장대지능선에 올랐을 때 초등 동창인 운호가 산을 오르는 중이라 전화를 했는데 친구들과 있어서 만나지 못했고 상원봉에서 내려갈 때 조은네님이 카톡을 보냈는데 불광역으로 가려다 평창동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역시 만나지 못했다. 다음에 걸을 땐 만날 수 있기를....
집 출발. 조금만 일찍 나섰으면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됐는데....
탐방지원쎈터에서 다 만났다. 이제 걷기 시작이다.
날이 풀려서 얼음이 많이 녹았다.
중성문 아래 게곡.
산영루
삼각산 전망이 좋은 곳이 나오자 동수가 카메라를 꺼냈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고.
날이 맑아 노원구와 멀리 있는 산들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의상능선 너머로 고양시가 한눈에 들어 왔다. 물론 내가 사는 동네도 잘 보였다.
삼각산을 배경으로 증명사진 한 장
청수동암문 앞으로 보이는 구파발과 그 뒤의 고양시
문수봉에서 구기동쪽으로 보이는 서울이 이리 맑은 적이 별로 없었는데....
동수 카메라로 찍은 사진
대성문에 새겨진 성곽조성 책임자 이름(동수 사진)
평창동으로 내려가는 계곡의 얼음(동수 사진)
이제 거으 다 내려왔다.
길로 내려서서 본 산 입구
홍은동의 순대국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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