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3.27 문수봉 - 보국문, 눈비돌 조은네

PAROM 2021. 3. 28. 09:11

오늘도 빗속을 걸었다. 춥다. 산꼭대기에서 만난 친구와 지금껏 있다가 구파발역에서 헤어져 집에 가는 길이다.

오후부터 비가 와서 일요일 늦게까지 이어진다는 일기예보에 오전에 올라갔다가 서둘러 내려오면 되겠다 싶어 배낭커버와 우산, 비옷을 챙겼다. 아내는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 김밥을 싸 놓았다.

산친구에게 어제 전화가 왔다. 신체검사에서 중성지방이 너무 높게 나와서 금주령이 내렸고 채식을 주로 한다고. 안타깝다. 어서 좋아지기를.... 그런데 운동을 해야하니 산에 온단다. 그럼 12시에 보국문에서 보면 된다. 지난 밤, 술 기운에 산친구들 카톡방에다 산에 가자고 했는데 다들 미지근하다. 모두 바쁜가 보다. 그래도 나는 늘 그렇듯 산에 간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섰다. 요즘엔 새벽에 더 일찍 깬다. 늙었나? 열차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해 한참을 기다렸다가 늘 타던 시간의 앞 열차를 탔다. 그런데 승객이 많다. 차 한 대 차이로 하마면 서서 갈 뻔 했다. 대곡역에서 갈아탄 3호선도 그랬다. 구파발역에서 한참을 기다려 주말버스를 탔다. 이제 산으로 들어간다.

하늘이 찌푸드하다. 비가 오긴 올 것 같다. 계곡으로 들어가니 물소리가 큰데 산쪽이 붉다. 고개를 돌려 보니 진달래가 가득 폈다. 어제 마신 막걸리가 늦게 온 맥주란 놈과 싸우나 보다. 잠시 정리를 하고 산길을 다시 걷는다.

이맘때는 길을 걷기 참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오전엔 바람도 없다. 날만 흐리지 않았으면 더 좋았는데.
진달래가 많아 사람이 많은지 사람이 많아 진달래가 많은지 아무튼 둘 다 많다. 개나리도 피었고 생강나무는 꽃송이가 밤톨만해 졌다. 물가 버드나무는 연두빛을 발하고 찔레는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를 하고 있다. 옛 집자리의 매화도 벗꽃인양 수줍게 피었다. 이제 봄이 제대로 왔다.

이젠 나를 휙 지나치는 이들에 익숙해 졌다. 그저 그런가 보다 하기로 했고 오늘도 그랬다. 그런데 어찌 그리 빨리 나를 지나칠 수 있지?

11시 반 쯤에 보국문에 가려면 행궁지로 돌아가서는 늦겠다. 백운동계곡을 따라 문수봉을 향해 걷는데 발이 생각보다 가볍다. 그래도 길어지는 오르막 산길에 지쳐온다. 대성사를 지나 대남문을 거쳐 남쪽의 제일 높은 봉우리에 오르니 11시다. 이제 30분 안에 보국문으로 가면 눈비돌을 만날 수 있다.

성곽을 따라 되돌아 내려가 대남문을 다시 지나고 대성문에 가까워지는데 칼바위라고 전화가 왔다. 오네가네 하다가 결국은 내가 보국문으로 갔다. 그리고 또 다른, 이제 산에 오르기 시작한 친구를 만나러 계곡으로 내려섰다. 아직 능선에는 꽃이 없다. 물론 연두빛도 없다.

내려오는 길, 대피소 갈림길을 지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점심 시간이 지나 배가 고파 노적사 입구 정자에서 배낭을 벗고 허기를 채웠는데 산을 오르는 친구는 아직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멀리 평택에서 와서 그런지 늦다. 찻길이 시작되는 법륜사 근처에 가서야 올라오는 조은네 님을 만날 수 있었다. 덜 걸어서 아쉬워하는 산친구를 어거지로 돌려세워 같이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가 진달래가 색이 곱고 짙다.

뭐 맛진 것 있나 하고 북한동을 뒤졌지만 결국은 들꽃이었다. 입구에 앉은 한 명이 우리들 산친구인 은단풍과 닮아서 셋이 모두 놀랐다. 자리에 앉아서도 한참을 돌아봤다. 오늘 비가 오지 않았으면 볼 수 있었었다고 한다. 내 산친구들 모두 얼굴 잊기 전에 볼 수 있을려는지.

보고 싶은 얼굴들 함 보자!

 

자, 이제 시작이다! 오늘도 재밌게 걸어보자.

수구문 자리를 배경으로 진달래가 피었다.

수암사 뒤의 개나리 밭. 뒤의 산엔 옅은 색의 진달래가 숨어있다.

계곡폭포 위에 생강나무꽃과 진달래, 연두 빛 잎이 어우러졌다.

중성문 아래 계곡 물가 버드나무에 잎이 돋았다.

대피소 갈림길 위 길가에 있는 소에도 봄이 왔다. 땀을 식히려 자주 쉬던 곳이다.

대성사. 문화재발굴현장이라고 가림막을 했는데 일을 하지 않은 지 꽤 됐는데 언제나 가림막이 치워지려나.

대남문도 이제 잎에 가려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흐린 날인데 시야는 다른 때 보다 좋다. 비봉능선이 비교적 선명하게 보인다.

구기동계곡. 구기동으로 내려가는 산길이 보현봉 아래로 실같이 늘어졌다.

문수봉에서. 카메라에 설정을 잘못했는지 좌우가 .... ㅠㅠ

대남문

보국문을 향하다 보이는 대성사와 삼각산

이곳의 경치가 좋은데 이름을 하나 지어 붙여야겠다.

주능선 위로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이 이어진다.

전망대봉우리에서 보이는 삼각산. 원효봉과 염초봉이 시종하고 있다.

칼바위. 저 뒤로 수락과 불암산이 보인다.

보국문. 오늘은 여기에서 백운동계곡으로 내려갔다.

산길을 걷다 만난 조은네님과 눈비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