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토요일에 비가 온다고 해서 오늘 산에 다녀왔다. 지난 2주 내리 비를 맞았는데 3주째 맞고 싶지 않아 미리 당겨서 다녀왔다. 어제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했으므로 오늘은 걷기만 하면 되는 날이라 잘됐다 싶었다. 그리고 어제 집에서 한 잔하다가 주식이 많이 떨어져 마신 술이 아침에 덜 깨서 늦게 일어나기도 했다.
9시가 넘어서 배낭을 챙기며 밖을 보니 화창하다. 창문 앞에 핀 꽃은 이제 힘든지 시들해진 느낌이다. 산엔 지금 꽃들이 한창일 것이다. 며칠 전에 편의점에서 가져온 샌드위치와 천혜향 하나, 물을 넣고 배낭을 닫으려다 혹시나 해서 비옷도 넣었다. 비가 오지 않아도 이즈음 추울 때 입으면 딱이니까. 지하철로 갈까 하다가 차키를 들고 나섰다. 평일에 젊은이들 출근하는데 배낭 메고 부대끼며 타는게 좋아보이지 않아서였다.
아주 오랫만에 차를 가지고 산으로 가려니 삼송리 쪽으로 가는데 길이 참 많이도 변했다. 지하철만 타고 다녔으니 이렇게 변한 것을 몰랐다. 길도 무척 많이 밀린다. 그냥 지하철로 갈 걸하고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북한산성입구에 있는 들꽃 쉼터 뒤의 공터에 차를 대고 차를 대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다고 한다. 산에서 내려와 들리지 않고 그냥 갈 거라고 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계곡에 들어가자 물소리가 크게 들린다. 지난 주말에 내린 비 때문이리라. 진달래와 개나리도 활짝 폈고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이 노랗고 보랏빛으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보통 때 보다 한시간도 더 늦게 왔지만 여유가 많다. 오늘은 운동 삼아 10키로 정도만 걷고 가기로 마음을 먹어서 그런가보다. 산에 사람들도 많다. 오르는 사람도 많고 벌써 내려오는 이들도 많다. 평일이라 젊은이들은 없을 거라 짐작했지만 아니었다. 무슨 일을 하는 이들일까?
역사관 앞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티셔츠 차림으로 올랐다. 주말보다 그리 사람이 적어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다 싶으면 어디선가 나타난다.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 계곡 구석구석 푸른빛이 물들었다. 나무들이 잎사귀를 뿜어내느라 바쁘다. 연두색에서 녹색으로 바뀐 잎사귀도 많이 보인다. 오래 보고 싶은 연두색이 벌써 사라지다니.....
햇빛을 맞으며 걷는 행복한 산행을 했다. 오랫만에 산에서 보는 볕이라 더 따스하고 밝았다. 그 빛을 즐기며 꽃들이 만발한 계곡을 따라 걷다가 보국문으로 올랐다. 보국문에서 대성문으로 갈까하다가 원래 생각대로 대피소로 갔다. 능선에도 진달래가 피어 지나다니는 이들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능선에 아직은 잎이 만든 그늘이 없어 쏟아지는 볕을 그냥 다 맞아야 했다. 그렇게 걸어서 대피소에서 배낭을 벗고 잠시 쉬며 점심을 해결하고 집에 돌아오기 위해 걷기 싫은 내려오는 길을 한시간이나 걸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릴때 살던 신원리를 지났는데 삼송리에서 부터 모르는 길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대자리에서 낙타고개를 넘어 집으로 오려고 했는데 잘못 알고 고속도로로 들어갔다. 에휴, 일도 없이 돌아다닐 수도 없고....
서암사와 원효봉
서암사 뒤의 개나리 밭
서암사에서 오르는 계단에서 보이는 진달래와 생강나무꽃
계곡폭포에 물이 많이 불었다.
역사관 위 계곡 건너 산에 핀 진달래. 색이 많이 옅어졌다.
중성문 아래 계곡 버드나무 잎이 거의 다 나왔다.
산영루 앞 계곡 와폭
계곡 물가의 나무들은 잎을 벌써 피웠다.
보국문에서
보국문 위에서 보는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칼바위 사이로 보이는 서울
동장대를 지나며 보이는 문수봉
길가의 진달래
바위틈에 무척 많이 피었던 얘는 이름이 뭘까?
대피소를 떠나기 전에
중성문을 지나기 전에
역사관 앞 광장
볕이 있어서 오늘 종일 이렇게 하고 걸었다.
다 내려왔다. 앞 버드나무는 아직도 연두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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