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청송회 친구들을 보느라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에 산에 갔다. 구파발역에서 9시에 세 명이 만났다.
전날 홍대 근처에 있는 친구 사무실에서 3병 가까이 마신 막걸리가 깨끗이 사라졌다. 웃고 떠드느라 마시는 도중 술기운이 다 사라졌나 보다. 가뿐한 몸으로 일어나 참외를 깍고 차를 끓여 보온병에 담고 샌드위치를 꺼내 배낭에 넣는 것으로 출발준비를 마쳤다.
겨우내 두었던 미스테리렌치 배낭을 메었는데 배꼽 위에 걸린 느낌이다. 끈을 너무 바짝 조여 놓았었나 보다. 약속시간에 맞추려 다른 때 보다 20분 정도 늦게 나섰다. 집을 나서니 공기가 맑고 상쾌하다. 마당엔 영산홍이 환하게 피어 배웅하고 있다. 아내가 술창고 앞을 지키고 있어 이과두주를 들고 나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구파발에 도착하니 거의 늦게 오던 김정도 회장이 벌써 와 있다. 욱진 형은 못 온다고 했으므로 정희남 박사 도착과 함께 버스를 타고 가서 북한산성입구 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늘 힘이 넘치던 김 회장이 힘이 없어 보인다. 내가 집으로 간 후 다른 친구들과 당구를 치고 맥주를 2천 씩 더 마셨단다. 에휴, 그랬으니.... 그래도 나왔으니 대단하다.
어제까지 내린 비로 계곡 바닥이 깨끗해졌고 물도 많이 흐른다. 물소리가 요란한데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계곡 입구의 진달래와 개나리는 다 졌고 철쭉이 고개를 내미는 중이다. 길가 개복숭아가 붉게 웃으며 반긴다. 이즈음의 산은 환해서 참 좋다.
셋이 얘기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가보지 않은 길로 걷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경리청상창지에서 오르는 길, 행궁지를 오른쪽에 두고 오르는 길로 올랐다. 아직은 바람이 차서 그런지 남장대지로 오를수록 진달래꽃이 많았다. 친구들은 역사관앞에서 벗었던 옷을 물가에서 잠시 쉬면서 다시 꺼내 입었지만 나는 귀찮아서 그냥 셔츠 차림으로 찬 바람을 견뎠다.
조금 더 멀리 가려는 요량에 남장대지능선에 올라 상원봉으로 가지 않고 바위 아래 샛길로 청수동암문으로 가 문수봉을 오른 후 대남문 근처 너른 공터에 차리를 잡았다. 아침을 거르고 나온 친구가 기운이 없나 보다. 가지고 온 먹거리를 모두 비운 후 성곽길을 버리고 대남문 아래길로 대성문으로 가서 거기서도 성곽길 대신 능선을 우회하는 옆길로 보국문으로 갔다. 이렇게 옆길과 아랫길, 샛길을 골라 걸은 날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어제의 격투로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지 더 걷자는 말을 하지 않아 하산하기로 하고 정릉 청수장으로 가기 위해 긴 돌계단길을 조심조심 내려왔다. 공원 화장실에 들렸다가 쓰인 글귀에 빵 터지고, 근처 식당에서 파전과 두부김치로 뒷풀이를 하고, 다음엔 천렵을 하기로 하고 헤어져 집으로....
산을 오르며 친구들 모두 여든이 넘어서도 산에 오를 수 있기를 바랬다. 그 희망이 꼭 이뤄지길....
집 출발. 영산홍이 피었기에 곁에 두고 한 장. . . .
이제 시작이다. 초봄인데 붉은 단풍잎 때문에 가을 분위기가 섞였다.
서암사 뒤 오름계단 곁에 개복숭아꽃이 활짝이다
비가 와서 계곡폭포에 수량이 많다
중성문 아래 계곡에 벚꽃이 피었다
산영루 앞에 친구들을 세웠다
산영루 앞 와폭
이 바위길만 넘으면 남장대지능선이다
친구들을 찍은 자리 바로 위에서 삼각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날은 맑았는데 미세먼지 때문인지 의상능선 너머로 우리 동네가 뿌옇다.
청수동암문 앞으로 보이는 구파발도 그리 맑지 않다
문수봉에서 보는 비봉능선
구기동계곡
이렇게 하고 찍으니 누군지 모르겠다.
대남문
이제 보국문에서 청수장으로내려간다.
다 내려왔다.
공원 화장실 소변기에 붙은 글에 빵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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