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5.5 대피소 - 보국문

PAROM 2021. 5. 6. 09:36

어린이날이다. 아들 내외는 손주를 핑계로 서울대공원에 갔다. 난 손주 선물만 보내고 어린이는 보지도 못했다.  
 
지난 토요일에 온 가족이 강가에 갔었어서 오늘 산에 왔다. 글피 토요일에도 오려고 한다.
헬스장이 코로나 때문에 이번주 내내 운동복과 수건을 제공 않고 샤워도 못하게 해서 그럴바에야 산에 오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이젠 아내도 나이가 들어 일터가 예전 같지 않고 쉬는 날도 부쩍 늘었다. 예전엔 쉬지 않던 어린이날에 쉰다고 김밥을 만들어 놓았다. 집 근처의 산을 같이 가자고 했으나 자신이 없나 보다. 괜히 등산복이 없네 어쩌네 핑계다. 이럴때 억지로 끌고 가면 싸운다. 혼자 가야지. 
 
아내가 준비해 준 김밥과 과일, 뜨거운 녹차를 담고 집을 나섰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시시각각 변한다. 비는 올 것 같지 않지만 무겁다. 구파발역 버스정거장에 가림막이 쳐져 있다. '스마트정거장공사 중'이란 안내판이 있다. 그냥 버스만 자주 오면 좋은데.... 
 
다른 날보다 조금 늦게 나왔지만 차를 바로바로 타서 그런지 산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별 차이가 없었다. 어린이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많은데 어린이는 거의 안 보인다. 계곡입구로 가까이 가니 물소리가 엄청 크게 들린다. 지난주에 자주 내린 비 때문에 수량이 많아졌다. 하지만 큰 물이 지지 않아 갈색의 바닥이끼는 그대로 남아 있다. 
 
어제 헬스장에서 무리하게 걷지 않아서인지 산을 오르는 발이 무겁지 않다. 이제 운동도 무리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잘 되질 않는다. 삼 일 후에 다시 올 것이니 무리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집을 나올 때 아내가 집 베란다에서 고기를 굽자고 했으니 조금 일찍 들어 갈 필요도 있다. 해서 대피소에서 보국문까지만 걷자고 생각했는데 오를수록 대성문을 지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참자. 
 
이제 주변에 산을 즐겨 찾는 친구들이 많이 줄었다. 무릎 탓이다. 아직 산에 다니는 것을 축복이라 생각해야 해서 내리막길에서 더욱 조심한다. 무릎은 조심하면 되는데 눈은 영 아니다. 뿌옇게 보이고 초점이 안 맞는다. 친구는 수술하고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고 했는데 나도 그랬으면 좋은데 다니는 병원에선 아직 수술하지 말란다. 
 
역사관 앞에서 젖은 겉옷을 배낭에 넣고 오르는데 서늘하다. 볕이 나는데도 바람이 차고 그늘에 들면 손을 부비게 한다. 땀이 흘러 손수건을 찾으니 없다. 이런... 꺼내 놓고 그냥 나왔다. 물티슈를 꺼내 대신 쓰는데 보풀 때문에 얼굴이 간지럽다.  
 
대피소를 오르는 갈림길가의 계곡도 물이 넘치고 있었다. 이런 곳은그냥 지나치면 실례다. 손이라도 담궈야 한다. 그리고 대피소까지 헐레벌떡 올라야 산에 오르는 맛이 난다. 그렇게 올랐다. 오늘은 참 이상하게 길을 오르며 만난 이들을 서너 번 씩 만났다.  
 
대피소에서 보국문을 향하며 걷는 고요하고 평탄한 길에 찬 기운이 가득했다. 능선길은 그늘에 들면 찬바람에 소름이 돋아 배낭 속에 든 옷들을 꺼내 입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귀찮아서 추워도 그냥 걸었다.  
 
내 게으름에 감복하셨는지 맑은 하늘과 따스한 볕을 대동문을 지나며 주셨다. 그리고 조은네님과의 만남까지도.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시간대와 장소에서 만났다는 것이 불가사의다. 아는 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다. 약속을 해도 못 만나는 세상이 되었는데 우연한 만남은 더더욱 그렇다. 
 
그런 복을 얻고 산을 내려왔다. 집에 가면 더 좋은 복이 있으리라. ㅎ~~. ^^

 

삼각산에 먹구름이 잔뜩 걸렸다.

원효봉은 낮아서 구름이 걸리는 날이 많지 않다.

계속 내린 비로 계곡에 물이 넘친다.

역사관 앞. 사진을 찍을 때는 사람이 무척 많아 보였는데....

중성문 아래 계곡. 더운날 여기서 발 담그면 좋을 것 같은데 여기서 놀기엔 너무 가깝다.

산영루

대피소에도 여름이 왔다. 그런데 그늘은 추웠다.

대피소 광장 너머 나무 사이로 문수봉이 보인다.

동장대 앞에서 보이는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시단봉에서 대동문 내려가는 길

언제나 금줄이 풀리려는지....

칼바위 앞으로 형제봉 그 뒤로 백악이 보인다

넌 이름이 뭐니?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전에 증명사진.

보국문.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갔다.

보국문

역사관 앞에서 보이는 염초봉, 백운대, 만경대

산 아래 계곡. 예전엔 저 바위에 앉아 발을 적시곤 했는데....

나들이객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