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9.4 중흥사 위 계곡, 거부기

PAROM 2021. 9. 5. 11:11

어제 너무 무리해서 지금도 종아리가 당긴다. 내걸음을 걸었어야 했는데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무리해서 걸은 때문이다. 이제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금요일 낮, 카톡대화방에 창원에 있는 거부기 님이 산에 온다고 떴다. 그런데 모두들 선약이 있단다. 하루 전이니 그럴만도 했다. 주로 혼자 다니는 나만 좋은 것인지는 몰라도 약속이 없다. 해서 구파발에서 10시 반에 만나기로 했다.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고 하니 아내가 약주 반 병과 안주거리를 챙겨주며 밖에서 술 더 마시지 말고 집으로 일찍 오란다.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대답을 하지 못했다. 평소 보다 한 시간 반 정도 늦게 집을 나섰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열차에 승객이 꽉 찼다. 
 
구파발역에서 내려 버스정거장으로 가니 거부기 님이 벌써 와 있다. 반갑게 인사한 후 곧 도착한 주말버스를 타고 산성입구에서 내렸다. 새벽에 버스로 서울까지 오느라 아침식사를 늘 하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일찍 문을 여는 산 입구의 칼국수집에 들러 요기를 하게 하고 산으로 들어갔다. 칼국수집은 처음 들어간 집이었는데 막걸리 안주 메뉴가 싸고 좋아 보여 다음에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계곡에 들어서자 지난주에 내린 비로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린다. 물이 말랐던 계곡이 수량이 많고  깨끗해졌다. 찔끔 내리는 비 보다 한번에 많이 내려야 지저분한 것들을 다 씻어 간다.  
 
물이 쏟아지는 계곡 폭포를 지나는데 허리의 거북함은 없어졌지만 다리가 뻐근해 지며 이것저것 더 담아 온 배낭이 어깨를 파고 들었다. 조금 천천히 걷고 싶은데 속도가 줄지 않는다. 배낭 속 유리병과 MRE를 빼 놓고 싶다. 
 
힘겹게 역사관 앞에 도착해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해 남장대지를 향했다. 배낭을 무거워하는 나를 보고 거부기 님이 짐을 나누자고 했지만 내 짐이니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걸었다. 아니 뜀박질 수준으로 빨리 걸었다. 천천히 걷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 안에서만 뱅뱅 돌았다. 
 
앞서 가는, 아니 앞에 보이는 이들을 모두 추월해 가며 중흥사를 지나니 잠시 쉬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리 건너 더 올라가다가 숲속에 있는 알탕 쉼터로 가자고 해서 배낭을 벗고 돗자리를 펴니 엉덩이가 붙어버렸다. 잠시 숨을 돌리니 다시 걸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이제껏 너무 빨리 걸은 후유증이 너무 컷다. 그래서 나는 배낭을 지키며 쉬고 친구만 산 위에 다녀오기로 해서 걷옷을 꺼내 입고 혼자 앉아 한 시간을 넘게 있었더니 허리도 아프고 모기도 덤벼 들고.... 에휴, 세상 편하고 쉬운 일 하나도 없다. 
 
홀로 대남문을 다녀온 친구가 알탕을 한 후 도시락을 먹으며 한참을 쉰 후 하산. 이렇게 해서 내 생애  북한산에 와서 목표한 곳을 가지 못하고 중간에서 내려간 최초의 날이 되었다. 
 산을 내려와 들꽃에 들러 쉬다가 다른 팀과 의상능선을 넘은 은단풍 님을 본 후 구파발에서 헤어져 집으로.... 거부기 님은 비행기를 타고 갔어도10시가 넘어서 집에 간다고 했다. 

 

산에서 마시고 집에 와서 또 마셨다고 아내가 잔뜩 화가 났다. 애고....

 

평소 보다 늦게 나섰다. 늘 하던 것이 아니라 힘이 더 들었을 수도 있겠다.

9월의 하늘이 맑다. 계곡의 물도 좋다.

오랫만에 넘치는 계곡 폭포

조금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내가 평소에 다닐 때와 다르게 역사관 앞에 등산객들이 많다.

중성문 아래 계곡

중성문

산영루

거부기 님이 찍은 밥상 사진이다.

알탕 중

자연산책로로 내려오다 처음 같이 한 장에 담겼다.

이제 다 왔다.

반가운 분들을 다 만났으니 이제 집으로 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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