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먼지를 밀어냈는지 하늘이 맑다. 제주 남쪽에서 일본으로 간 14호 찬투는 참 고마운 태풍이다.
태풍이 지나가며 추석연휴가 시작되었다. 나야 매일이 놀고 쉬는 날이니 연휴에 구애받지 않지만 아내와 아이들 때문에 연휴 사용계획이 세워졌다. 토요일은 등산하고 저녁에 딸이 집에 다녀가고 일요일은 안산 아들집에 갔다가 화요일에 돌아와 수요일에 산에 다녀오거나 딸에게 가는 것으로.
아침 운동을 일요일 빼고 매일 하는 것이 지치는 느낌이 들곤한다. 주 5일만 하되 근력운동 2일 걷기 2일 하고 토요일은 등산을 하는 것으로 바꾸려고 한다. 공짜 지하철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민망해 지는 나이를 생각해 보니 그래도 될 것 같다.
아내가 금요일에 산에 갈꺼냐고 묻더니 아침에 과일을 담아 놓았다. 무거워서 잘 쓰지 않던 미스테리렌치 배낭에 샌드위치와 물을 더 넣고 열차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플랫폼에 들어서니 전철이 들어온다. 앞차와 간격이 커서 그런지 입석이다. 구파발역 1번출구 앞의 가림막이 걷어져서 보니 붉은 벽돌 건물이다. 뭐하는 건물일까 궁금했다. 버스정거장은 아직도 공사중이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 눈부시다. 그늘을 찾아 올라 계곡으로 들어가니 물소리가 나지 않는다. 입구 밤나무에서 밤송이가 많이 떨어져 있다. 오늘은 어디로갈까 하다가 눈비돌을 만나던 보국문으로 가기로 했다. 조금 걸어 산을 오르는데 배낭이 바뀌어서 그런지 허리가 아프다. 그것도 한참 동안. 천천히 걷는 이들을 질러 가서 역사관 처마 아래에 앉아 물 한모금을 마셨다. 산에서는 쉬는 재미가 있다. 산을 오르는 이들의 온갖 행동을 볼 수 있다. 부러운 생각이 드는 팀들이 많다.
역사관에서 스틱을 폈다. 스틱을 잡고 선봉사 길을 오르는데 무척 부자연스럽다. 거부기 님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서 따라 해 봤는데 팔만 더 고생하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오랫만에 스틱을 쓰는 거라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았다. 계속 걷다보니 다리에 힘이 덜어지는 느낌이 났다.
법륜사 앞을 지나는데 나보다 연배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큰 박스를 들고 산을 오르고 있다. 옷차림을 보니 절에서 일을 하시는 분으로 보였다. 손으로 짐을 들고 산을 오르는 것은 무척 힘들다. 그래서 내 배낭 위에 얹으시라고 했다. 노적사에 가신다고 했다. 다른 분이 지게로 짐을 가져 갔고 자신에게 가지고 오라고 한 것이란다. 배낭위에 큰 박스를 한 개 얹으니 무겁다. 게다가 손잡이가 마땅치 않아 스틱을 손목에 걸고 팔을 뒤로 해 박스를 잡고 오르니 힘 든 것보다 불편하다. 결국 중성문을 지나 머리 위에서 떨구고 말았다. 박스엔 무청이 들었단다. 노적사 입구 다리에서 짐을 건네고 나니 몸이 홀가분해 졌다.
물이 거의 없는 계곡을 따라 산길을 올라 보국문으로 갔다. 스틱을 한참 사용했더니 확실히 다리에 힘이 남았다. 눈비돌에게 전화를 하니 청수장에서 오르는 길의 첫 휴식장소에 있단다. 그래서 보국문에서 보자고 하고 남는 시간에 문수봉에 다녀오기 위해 옆길로 대성문으로 향했다. 대성문을 조금 남겨 놓았는데 보국문까지 1키로 남았단다. 그러면 나는 대성문에서 돌아서야 한다. 대성문에서 잠시 쉬다가 성곽길로 보국문으로 갔다. 성곽 아래에 국화과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고 성곽 위의 담쟁이덩굴은 붉게 물들고 있다. 하늘이 맑아 시내가 밝게 보였다. 스틱을 사용하니 내려가는 길이 무척 수월하다.
보국문에 다시 가서 덤벼드는 깔따구들을 쫓으며 한참을 기다리니 눈비돌이 올라왔다. 오랫만에 만난 것이다. 힘이 든지 바로 알탕하는 곳으로 내려가잔다. 전에는 능선길을 적어도 한 구간은 걸었는데.... 요사이 운동을 하지 않아서 더 힘이 든다고 했다. 그래 운동은 계속해야 한다. 나이가 둔수록 더 운동이 필요하다.
올라간 길을 그대로 되짚어 계곡을 내려와 중흥사 위의 숲속 물가 바위에 자리를 잡고 눈비돌은 물속으로 바로 들어갔다. 한겨울에도 물속으로 들어가려는 친구니.... 배낭에 쟁여온 먹거리를 모두 꺼내 다 비우고 산을 내려오다가 노적사 입구 정자 앞에서 산을 올라오는 조은네님을 만났다. 산 아래에서 보자고 하고 헤어져 자연산책로로 내려와 쉼터로....
반 시간 정도 후에 들꽃에 온 조은네님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지난주에 비가 적게 내려서 그런지 폭포에 물이 말랐다.
폭포 아래 계곡
원효봉이 보이는 갈림길 풍경
정자 아래에 있는 진국교
산영루
보국문
대성문
보국문으로 가는 길. 성곽 아래에 국화과 꽃들이 만발했다.
보현봉이 보이는 풍경
전밍데 봉우리 너머로 수락산과 상계동이 가깝게 보인다.
전망대 봉우리에서 본ㄴ 삼각산. 참 예쁘다.
뒤의 남장대지능선과 앞 주능선길
남쪽을 보는 전망대 안내표지판이 왼쪽 바위 끝으로 살짝 보인다.
북쪽전망대. 나무잎이 너무 무성해 전망을 다 가렸다.
보국문으로 가는 길. 눈을 올리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보국문
알탕
다 내려왔다.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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