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침에 일어나면 쌀쌀해서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는다. 한낮엔 아직 덥지만 뜨겁던 시간이 흘러 새 계절을 끌고 왔다. 오늘 아침엔 웃옷을 입었다.
며칠 전, 산친구들 카톡방에 알탕을 하자고 했더니 물방개가 답을 했다. 구파발에서 9시 반에 보기로 했으니 천천히 집을 나서면 된다. 금욜에 담아 둔 수박과 아내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 얼린 물과 알탕하고 나와 쉴 돗자리도 넣고 일기예보에 소나기가 온다고 해서 우산과 커버도 넣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간다고 한 홍주와 MRE까지 넣으니 26리터 멘티스배낭의 지퍼가 쉽게 잠기질 않는다. 게다가 무겁다. 큰 배낭에 넣어야 했는데 귀찮아 그냥 메고 집을 나섰다.
구파발역에 왔는데 9시가 되지 않았다. 아직 30분도 더 남았는데 더운데 밖에서 기다리기 보다 시원한 열차 안에 있기로 하고 지난주처럼 녹번역까지 갔다 되돌아 왔는데도 시간이 남는다. 버스정거장 앞에서 기다리며 있는데 옆 혼성등산객들의 농담이 19금을 넘는다. 힐끔 보니 내 스타일이 아니다. 다행이다.
입구에서 내려 산으로 가는 길이 그리 뜨겁지 않다. 지난주만 해도 무척 더웠는데 일주일 만에 세상이 변했다. 주중에 비가 두 번이나 왔는데도 계곡에 물소리가 나지 않는다. 올들어 처음으로 계곡폭포가 말랐다. 올라가면서 바로 알탕을 하려고 했는데 한바퀴 돌고 와서 들어가잔다. 역사관에 닿기 한참 전에 옷은 땀으로 젖었다. 아직 여름이 남았다.
금줄이 둘린 역사관 앞을 아주 오랫만에 그냥 지나쳤다.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이 자주 불어 땀을 날려 주었다. 그때마다 이런 맛에 산에 오는 거라고 중얼거렸다. 바람에 앞가슴은 말랐지만 배낭을 멘 등은 물범벅이다. 산영루 앞 바위에서 배낭을 벗고 방개가 가지고 온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참 시원하다. 이런 즐거움을 죽을 때까지 즐기고 싶다.
대피소로 방향을 잡았다. 보국문까지 갔다 내려오면서 알탕을 할 생각이다. 대피소를 오르는 길은 늘 힘들다. 그래도 조금만 고생하면 그 뒤론 비교적 평탄한 능선길이니 감내할 만하다. 대피소에 들려 잠시 쉬고 동장대로 향했다. 대동문을 지나 보국문으로 내려서기 전에 지나가던 산객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방개와 같이 찍은 사진의 표정과 배경이 살아있다. 사진작가에게 부탁했었나 보다.
보국문에서 내려섰다. 둘이 떠들며 걸어서 산길을 걸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무척 재미있는 얘기였었나 보다. 그렇게 걸어 알탕자리로 갔는데 선점한 이들이 있다. 무려 6명이나 된다. 물 윗쪽의 바위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풀었다. 그리고 산에 와 있을 조은네님에게 오시라고 전화를 했다.
날이 선선해지니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 배낭에 넣은 모기기피제를 왜 바르지 않았을까? 가려워져서야 생각났지만 이미 늦었다. 물린 곳은 며칠 긁어야 나을 것이다. 조은네 님이 도착해 함께 어울렸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물속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쉬다 땀이 식으니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먼저 자리를 차지한 이들이 떠나고나서 방개가 물에 들어갔다.
가지고 간 음식들이 바닥을 보이고 나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물가 그늘에서 있을 땐 시원했는데 산길로 나서니 볕에 온몸이 더워지며 땀이 다시 났다. 그렇게 산을 내려와 들꽃에 들렸다. 다른 날들보다 무척 늦은 시간이었지만 한참을 웃다가 나왔다. 그리고 구파발에서 헤어져 집에 오니 7시가 한참 넘었다. 아내가 매의 눈으로 봤다.
늦은 시간에 여유롭게 집을 나섰다.
이제 시작이다.
폭포에 물이 말랐다. 더 더운 느낌이다.
중성문 아래 계곡도 물이 많이 줄었다.
중성문 앞에서 물방개 님
산영루 아래 계곡에 등산객들이 벌써 들었다.
대피소.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평탄한 길이다.
대피소 앞 광장에 풀이 크다. 호랑이가 나올 듯하다.
대동문. 이 금줄이 어서 치워지길....
칼바위 앞으로 보이는 서울의 산들. 저 뒤의 관악산 안테나도 보였다.
부국문으로 내려서기 전.
보국문
보국문
알탕할 장소로 접근 중
방개는 내려오는 내내 시원하다고 했다.
중성문 앞에서
역사관 앞
오늘 산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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