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9.26 이말산 - 삼천사 - 문수봉 - 대성문

PAROM 2021. 9. 27. 11:05

추석에 아들이 안산으로 오라고 해서 갔다가 큰 손녀가 유아원에서 걸려 온 콧물감기에 전염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목도 아프고 하여 헬스장도 못가고 어제까지 방콕하다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개운하여 배낭을 꾸려 산으로 향했다. 배낭엔 물과 아내가 새벽에 만든 작은 샌드위치, 메론 한 통을 넣고 바람막이 옷도 넣었다. 요즘이 옷 입기 참 어려운 시기다. 아침 저녁엔 싸늘하고 낮엔 더우니 여벌 옷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탄현역 승강장으로 내려가는데 야당에서 떠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기가막히게 시간이 잘 맞았다. 대곡역에서 환승하려고 기다리는데 아롬이가 전화를 했다. 같은 학년 담임선생님들과 국수당을 지나 숨은벽 쪽으로 가는 중인데 어디냐며 볼 수 있으면 보자고 한다. 다른 때 처럼 백운동겨곡을 오를까, 불광역에서 내려 둘레길을 걸을까 고민하다 구파발역에 차가 정차하자 그냥 내렸다. 이제 구파발역에 새로 지은 버스승차장의 안내판에 불이 들어왔는데 모르는 목적지들이 떠 있다. 시험 중인 모양이다. 
 
버스정거장을 기웃거리다 이말산으로 오르는 계단에 발을 디뎠다. 늘 느끼지만 열차에서 내려 지상까지 계단을 오르려면 숨이 찬다. 그런데 밖에선 길이 더 높고 긴 데도 덜 힘이 든다. 다른이들도 그런지 궁금하다. 구파발역에서 하나고교까지 이말산 길이 2.4키로인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 어쩌다 이말산 길을 걸으니 갈림길이 헷갈렸다. 산길에서 보이는 무너진 묘들은 대부분이 궁녀들의 묘다. 돌보는 이가 없어 점점 스러져 가는 것이 안스러웠다. 길에 떨어진 도토리가 길다. 
 
하나고 옆으로 내려와 진관사 쪽으로 가다가 둘레길 갈림길에서 삼천사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고민. 부왕동암문을 남을지 청수동암문을 넘을지. 갈림길에서 고민하기로 하고 삼천사를 지나는데 차를 대고 배낭을 꺼내는 이들이 보인다. 불공을 드리러 배낭을 메고 왔구나. 삼천사 뒤의 다리를 건너면 잠시 후 돌계단 길이다. 내려오기 정말 싫은 높은 돌계단. 길에 잘 익은 때깔 고운 동그란 도토리가 참 많이 떨어져 있어 줍고 싶다. 
 
길을 오르는데 구파발부터 걸어왔는데도 걸은 거리에 비해  평소보다 다리가 덜 피로하다. 앞에 가는 사람 때문인가? 쉬지도 않고 계속 걷다가 제일 위의 물 건너는 곳에서 배낭을 내려 놓고 잠시 숨을 돌렸다. 4키로 넘게 걸었는데 아직 엉덩이를 붙이지 않았다. 한숨 돌리고 산길을 오르는데 발이 자꾸 돌을 차고 꼬이며 비틀거린다. 이젠 스틱을 짚어야 하나보다. 
 
비봉능선과 만나는 곳 10미터 앞에서 결국 돌 위에 주저 앉았다. 한참을 쉬다 아래에서 소리가 나기에 일어나 청수동암문 아래의 너덜 비탈길을 오르다 중간보다 아래 지점에서 다시 주저 앉았다. 옛날엔 쉬지 않고 올랐는데.... 다행스럽게 힘이 떨어지기 전에 암문을 지났다. 그리고 문수봉으로 향하는데 비봉 가는 길을 묻는다. 쇠난간 잡고 내려갈 자신 없으면 너덜길로 내려가라고 하고 문수봉에 오르니 시야가 무척 좋다. 서해바다도 보이겠다. 
 
배낭에 들은 물이 500미리 한 병과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300미리 한 병이다. 거의 다 마신 물이 아까워 메론으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 대남문에서 성곽길로 올라 대성문으로 가니 지붕 아래 쉬는 이들이 많다. 나도 쉬어야 하는데.... 쉴 겸 큰 놈에게 전화하니 숨은벽 아래에 갔다가 그 근처에서 쉬는 중인 것 같다. 시간이 되면 산아래에서 보자고 하고 바로 계곡으로 내려섰다. 여기서 탐방지원센터까지 5.2키로다. 돌뿌리에 걸려 비틀거리고 중심이 흔들리며 바삐 내려오다가 행궁지갈림길 돌맹이 위에 주저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내려오는데 여전히 다리는 꼬인다. 스틱을 장착할 수 있는 배낭을 하나 사야겠다. 내려오는 길에서 오랫만에 오래전 다음의 수도권4050산행모임을 생각나게 하는 일행들을 보며 한참을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늘 내려올때 보이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게 궁금했는데 오늘이 일요일이다. 
 
계곡길로 내려오는데 길에 떨어진 밤송이가 다 누렇게 변했다. 이제 밤톨 구경은 어렵다.
아롬이 전화를 못 받았는데 전화를 거니 통일로를 지나 외곽도로란다.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
오늘 걸은 거리가 꽤 되는 것 같다.
2.4 + 0.2 + 0.5 + 0.3 + 4.2 + 0.6 + 5.2  = 13키로다. 
 
중고교 동창 중에 평일에 친구들과 산에 다니며 들꽃에 들리며 안경 쓰고  키 크고 마르고 잘 생겼고 나보다 공부 잘 한 놈이 누구냐? 아, 공부는 내가 늘 꼴찌였으니 조건에서 빼야겠다. 어서 자수해라! ㅋㅋㅋ

 

이말산 이정표

하나고 횡단보도에서 보이는 북한산

이제 북한산을 걷기 시작한다.

삼천사

여기서부터 힘이 들었다.

가장 상류의 물건너는 곳 웅덩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비봉능선과 만나기 10미터 아래에서 처음 엉덩이를 붙였다. 힘들어서....

청수동암문

청수동암문 앞으로 보이는 구파발이 눈앞에 있다.

문수봉에서 보는 비봉능선. 시야가 이리 맑은 날이 20년도 넘었겠다.

구기동계곡에서 쭈욱 가면 광화문인데 어딘지 찾지를 못하겠다. 2000.2월까지 다녔던 로열빌딩 13층 내자리에서 의자를 돌리면 대남문 문구멍이 하얗게 보였었는데. 그러면 산에 오르고 싶었었지.

오늘따라 삼각산이 가깝다.

대남문이 녹음에 묻혔다.

대성문 위의 단풍

대성사 뒤의 나무들도 붉은 기운이 돌고 있다.

중성문의 담쟁이도 가을을 맞고 있다.

백운대로 가는 갈림길

계곡엔 물이 많아야 제격이다. 폭포도 그렇고....

서암사와 원효봉

수문자리에서 원효봉을 봤다.

다 왔다.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