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0.10 대성문 - 대동문

PAROM 2021. 10. 11. 09:49

오늘은 일기예보가 맞았다. 오전 10시부터 3시나 4시까지 비가 온다고 했는데 지금 2시 조금 넘었는데 아직 내리고 있다. 많이. 
 
아내가 일하러 다녀서 연휴가 내게도 의미가 있게 되었다. 일당제이긴 하지만 요사이는 일요일과 공휴일엔 쉬는 덕분에 지난주에는 함께 주문진에 다녀왔고, 오늘 같이 산에 간다고 했다가 피곤하다며 눕는 바람에 역시 혼자 산길을 걸었다. 
 
자기가 산에 가지는 않아도 내 점심은 늘 확실히 챙긴다. 오늘도 일어나니 벌써 준비를 다 해 놓았다. 음식이 식은 걸 보니 어제 이미 다 만들어 놓았나 보다. 다음주에는 유부초밥을 싸 줄거니 식빵을 미리 사지 말란다. 나는 이리 못하겠는데 늘 고맙다. 
 
일어나 뭉기적거리느라 늦었다. 서둘러 집을 나서 역으로 갔다. 횡단신호가 바로 앞에서 떨어져 승차장으로 가니 열차가 앞역에서 출발했다. 이럴땐 느긋해 지고 여유가 많다. 열차 도착 전에 미리 집에서 입고 나온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대곡과 구파발에서도 바로 차를 탔다. 이 정도 일진이면 오늘 비가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계곡으로 들어가니 물소리가 요란하다. 그런데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숨이 찬다. 지난주에 산에 오지 않았다고 혼을 내나 보다. 다행스럽게도 허리는 꿋꿋하다. 계곡폭포에도 물이 차고 넘친다. 길가엔 짙게 바래고 밟힌 밤송이들이 가시바늘을 들려고 안깐힘을 쓰고 있다. 중간중간 나뭇잎을 다 떨구고 추워 덜덜 떠는 나무들도 많아졌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예보시간이 가까워짐을 알리듯 빗방울이 하나 둘 듣기 시작한다. 다행히 그러다 이내 만다. 아직까지는 등산하기 딱 좋은 날인 듯하다. 
 
어디로 오를까 하다가 일단 대성문으로 간 후에 다음 갈 곳을 정하자고 하고 대피소 갈림길을 지났다. 산영루에서 부터 보이던 빗방울이 고도가 높아질수록 내리는 빈도가 높아졌다. 비에 젖은 길이 미끄럽다. 역사관 앞에서 편 스틱에 몸을 의지하고 오르는데 팔이 힘들다며 휴식을 달라고 투쟁할 기세다. 전쟁이 날 즈음 대성사가 나타난다. 반갑고 고맙다. 대성문으로 오르는 길이 왜 이리 힘들어졌을까 생각하며 힘겹게 스틱에 의지해 겨우 성문에 올랐다. 
 
비가 오고 있으니 비를 피해 많은 이들이 성문 안에 피해 있다. 그들의 대화 속으로 은근 슬쩍 끼어 들었다. 그러다 제일 먼저 그자리를 벗어나 대피소 방향으로 향했다.
주능선을 따라 걷는 길에 바람소리가 심했다. 비가 오는 소리도 났는데 나뭇잎이 가렸는지 옷이 젖을 정도는 아니다.  
 
대성문에서 문수봉 쪽으로 갔으면 아무리 빨리 탈출해도 2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보국문 부터는 1시간 정도면 된다. 길 중간에 비를 피할 곳도 몇 군데 있다. 그래서 대피소 방향을 잡은 것이다. 신기하게도 능선 위에선  바람소리만 들리고 바람을 맞닥드리진 않았다. 바람과 비를 모두 막아준 나무들이 고맙다. 
 
대동문 아래 쉼터에서 시간을 보니 정오가 가까워져 돌담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식사를 마치자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내려가는 길이기에 스틱이 더 필요했지만 얼마전 비를 맞고 저체온증에 걸릴뻔  했던 경험 때문에 스틱을 접고 우산을 폈다. 비가 많이 내려 바지가랑이를 적시기 시작하더니 엉덩이까지 적셨다. 바지 밑으로 흐른 빗물에 양말이 먼저 젖더니 등산화 안까지 질척거렸다. 
 
지난번처럼 비가 제일 많이 내린 시간에 산길을 걸었다. 비옷을 입으려 했지만 땀으로 젖은 냄새가 싫어 우산을 쓴다. 하지만 우산은 퍼붓는 비에 십 분 이상을 버티지 못하고 온 몸을 다 젖게 만든다. 역사관 앞에 다다르자 비가 그치는 듯하다가 오락가락한다. 우산을 쓰다 벗었다 하며 산길을 내려왔다.  
 
오늘 같이 비 오는 날은 산아래 숙이네 빈대떡이 최고다.

 

자, 이제 산으로 가자.

아직은 비가 올 하늘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주 비에 계곡 폭포에 물이 많이 늘었다.

중성문 아래 계곡에도 물이 넘치고 있다.

중성문 담쟁이덩굴이 붉어졌다.

산영루. 

이건비 앞 너른 산길에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졌지만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대성사 뒤의 나무들이 붉어졌다.

대성문이 해발 600미터가 넘는지 궁금하다. 구름이 부슬비처럼 살에 닿는다.

왼쪽 끝으로 보현봉이 보이는 곳인데 20미터 앞만 보인다.

남쪽전망대가 있는 곳 역시 사방이 구름이다

소나무 가지 아래로 보이는 삼각산이 멋진 곳인데....

북쪽전망대도 전망이 없다.

조금 더 내려와 보국문에 이르니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단풍도 먼저 들기 시작했다.

이 성곽 너머로 칼바위와 형제봉이 보이는 곳인데....

지대가 낮아지며 구름이 옅어졌다. 대동문에 차단줄이 어서 없어지길 바란다.

대동문 아래 쉼터. 오른쪽 돌담에 앉아 점심을 해결했다.

노적사 갈림길 위 정자. 여기서 배낭을 벗어 스틱을 넣고 옷을 다시 추스렸다. 비가 많이 내렸다.

북한동역사관 앞 광장 이른시간인데 내려가는 이들이 많다. 아마도 비 때문인 듯하다.

아침 보다 구름이 더 짙어졌다. 다 왔으니 이제 쉬었다 집에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