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 아들바위 꼭대기 전망대에 앉았다.
어제 아내가 일을 해서 퇴근 후 잠깐 눈을 붙인 후 밤을 새워 달려 동이 트면서 백두대간을 지나 주문진항에 도착했다. 아내는 집에서 TV나 보면서 뒹구는 것이 훨씬 좋은데 내가 가자니까 마지못해 나선 모양새다. 늘 그렇듯 집을 나서면서부터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아 잔소리 시작이다.
자유로를 지나 천호대교를 건너 양양으로 오는 고속도로를 탔다. 오랫만에 밤에 고속도로를 달리니 속도감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익숙해져서 제한속도를 넘게 달리기도 했다. 요즘은 차들이 똑똑해져서 내 차도 스스로 차선도 지키고 속도와 차 간격도 지킨다. 그래도 앞 차와 가까워지면 브레이크에 발이 올라가고 앞에 느림보가 있으면 엑셀을 밟고 앞지르기를 하며 휴게소는 있는대로 다 들리며 250키로를 왔다. 차 안에서 마시는 커피와 김밥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동쪽으로 오기 때문에 동이 트며 해가 정면으로 비추는 것을 빼면 모든 것이 좋았다. 양양에서부터는 국도로 주문진항에 도착하니 항구 옆 길가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다. 그래서 건어물 가게들을 지나쳐 공용주차장을 휘돌아 가니 여객선항구가 있고 넓은 주차장이 텅 비어있다. 그 주차장의 끝은 내가 올 때마다 들리는 수산물시장이었다. 새로운 곳을 알게 되어 횡재를 한 기분이다. 요즘 주식 때문에 속이 쓰렸는데 조금 위안이 되었다.
수산시장을 지나 어항 한 귀퉁이에서 기름가자미 회를 한 그릇에 만원에 팔고 있다. 어시장을 한바퀴 돌아 오다가 그 회를 한 접시 샀다. 그리고 바로 이곳 아들바위 주차장으로 와서 소돌바위를 돌아본 후 방파제 바위에 자리를 잡고 먹는데 맛이 기가 막히다. 회를 잘 먹지 않는 아내조차 맛있다며 젓가락을 놓지 않는다. 회를 좋아하는 딸에게도 한 접시 사다줘야겠단다.
밤에 김밥을 만드느라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는지 아내는 졸립다며 차 뒷자리를 편 후 누웠다. 지금 시간에 둘이 차에 누워 잘 수는 없으니 나는 산책을 나온 것이다. 이제 여기도 사람들이 계속 올라온다. 일어나야겠다.(10:18)
오전에 주문진 아들바위에서 나와 가까이에 있는 경포대로 갔다. 아주 오랫만에 가니 들어가는 곳의 풍경이 기억에 없다. 해수욕장도 완전히 변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주차장이 만원이라 길가에 차를 세우고 아내와 해변 데크길을 걸었다. 해변 소나무 숲 그늘에는 많은 이들이 그늘막을 치고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여유롭고 편안한 풍경이다. 경포호 가까이까지 갔다가 되돌아 나와 오대산 소금강으로 향했다.
이번이 소금강에 온 세 번째인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은 노인봉에서 내려왔고 그 다음은 집으로 가다가 입구 주차장에만 들렸었다. 아내도 나와 결혼하기 전 직장 친구들과 왔었었다고 한다.
차에서 배낭을 꺼내 물과 감귤, 샌드위치를 넣고 계곡을 올랐다. 산꼭대기까지 갈 생각은 하지 않았고 물가에 내려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자는 아내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경사가 급하거나 험하지 않은 편한 길이 이어졌지만 아내는 힘이 드는지 싫은 소리를 한다. 그렇게 걷다보니 1.8키로 거리에 있는 식당암까지 갔다. 아내는 그곳 큰 바위에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누웠고 나는 조금 더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한 번 내려온 길이지만 전혀 기억에 없다. 산길은 수직의 높은 바위들이 감싸고 있고 계곡은 길고 움푹하게 파였다. 물이 많으면 대단한 장관을 이룰 것 같다.
소금강을 나오는 길에 음주단속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회를 먹으며 아로니아 담금주를 한 잔한 것 때문에 아내가 걱정을 했지만 오내되어 표시가 날 수가 없다. 옆 차선 뒷 차가 오지 않는 것을 보니 문제가 생겼나보다.
주문진으로 돌아와 수산시장 근처, 아들바위 주차장을 들렸는데 빈 곳이 없다. 길가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웠다가 항구 가까운 곳에 더 넓은 공영주차장이 있어 차를 옮겨 세워 두고 어시장으로 가 이곳저곳 구경을 하다 맛있는 생선구이에 곰배령막걸리 한 병을 마시고 갯바위에서 어두워지도록 놀다가 차박. 덥다고 창문을 내리고 잠시 눈을 붙였는데 모기소리가 났다. 후레위를 켜고 모기를 잡았는데 너댓 마리에서 피가 났다. 다 내 피다. 차 안에 든 모기를 모조리 다 잡고 나니 다시 졸립다. 차를 비탈진 곳에 세워서 자꾸 몸이 미끄러져 내린다. 그 바람에 잠을 깊게 자지 못 했다.
6시가 되니 바다가 붉어 온다. 그러더니 금방 하늘이 밝아지고 금색빛이 환하게 수평선을 가르며 오른다. 오랫만에 보는 구름 없는 일출이다. 그런데 해가 오르자마자 구름이 달려들어 해를 가린다.
등대 아래 바닷가 공영주차장을 떠나 수산시장 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이스박스를 챙겨 시장으로 갔다. 시장 제일 끝에서 연어, 가다랑어, 돔, 참가자미 등을 사서 얼음과 함께 박스에 넣고 차로 돌아오는 길에 어제 기름가자미회를 샀던 곳에서 회를 좋아하는 아롬이를 주려고 다시 회 한 그릇을 샀다.
그리고 길이 밀리기 전에 집에 오려고 바로 상경. 한번도 멈추지 않고 집으로 왔는데도 세 시간이나 걸렸다. 아롬이를 집으로 오라고 부른 후 샤워하고 사온 연어와 가다랑어를 굽고 회를 꺼내 놓으니 멋진 한 상이다. 피곤하고 빈 속에 막걸리 한 병이 들어가니 졸음이 몰려왔다. 이렇게 이번 주말을 보냈다.(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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