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8.19-20 속초, 미천골 식구들과

PAROM 2022. 8. 21. 11:24

이번주는 산을 쉬었다.  
 
아들이 한화설악리조트별관에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묵는다 해서 올 들어 다녀온 곳도 없어 근질거리던 참에 잘됐다 싶어 아내와 같이 금요일에 갔다가 어제 왔다.
이것도 여행이라고 들떠서  하루 전에 텐트와 타프, 그리들, 모기장, 버너, 코펠, 의자, 탁자, 랜턴 등 야영장비들을 실어 놓고 당일 아침에 아내가 준비해 놓은 먹거리를 아이스박스에 넣고 근처 마트에 가서 물과 막걸리, 음료를 산 후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출근했다가 조퇴한 아내를 태우고 여행 시작. 
 
운정 끝에서 서울문산간 고속도로를 탔는데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처음 탄 길이 밀렸다. 속초로 가는 길을 내비게이션에 완전히 맡겼다. 이젠 길이 하도 많이 변해서 미리 공부하기도 쉽지 않고 어디서 밀리는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비는 제1순환도로를 타고 가다가 국도로 내려선 후 화도에서 다시 양양간 고속도로를 타게 했다. 고속도로를 가다보니 반대편 차선은 엄청나게 밀려 있는 것이 보였다. 올라올 때 나도 저러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생긴다.  
 
제한속도를 넘는 속도로 달려 속초를 향해 가다가 주문진항에 들려 강도다리, 가자미회와 백골뱅이, 홍게를 사서 콘도로 갔는데 입구에서 아이들과 바다에서 놀다가 온 아들을 만나 함께 숙소로 들어가 백골뱅이와 홍게를 쪄서 저녁. 물론 나는 밥 대신 막걸리다. 역시 가자미와 강도다리 회가 우럭회 보다 맛있다. 안주가 좋은데 막걸리가 모자라 아쉽다. 손주들과 놀다가 역시나 내가 먼저 잤다. 
 
늦게 일어나 밥을 해 먹고 오늘 속초관광시장을 가겠다고 하니 아들은 전날 세 번이나 갔다며 미천골에 갈 것 아니면 그냥 올라가겠단다. 아들과 헤어진 후 시장에 가서 반건조 생선을 산 후 둘이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오랫만에 미천골에 가보기로 했다. 구룡령으로 가는 길 깊은 속에 있는 미천골. 기억으로 비포장의 좁은 긴 길과 한기가 서린 숲, 맑고 깊고 찬 계곡물, 모기 없는 한적한 풍경이 곧 연상되었다. 
 
미천골자연휴양림 입구에 도착해 혹시 예약취소된 데크가 있는 지 물으니 주말이라 꽉 찼단다. 불바라기약수터를 가 볼까 하고 주차료와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니 길이 모두 아스팔트로 포장이 되었다. 길도 예전보다 조금 넓어진 것 같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내리니 시원하다. 계곡 바깥보다 5도는 낮다. 한참 오르니 차단기가 길을 막는다. 예전엔 여기서 한참을 더 간 것 같았는데.... 차를 세우고 보니 불바라기약수터까지 6키로란다. 아내와 같이 차단기를 지나 길을 오르며 보니 물이 참 맑다. 계곡물에 손을 담근 아내가 물이 차갑단다. 계곡물은 기암괴석들 사이를 요리조리 지나며 흐르다 중간에 너른 공간에서 얕은 놀이터를 만들어 놓기도 했다. 차를 세워둔 곳 까지는 계곡으로의 접근이 쉽지 않아 보였다.  
 
1.3키로를 더 오르자 다시 차단기가 나왔다. 여기가 예전에 차단기가 있던 곳이었다. 이 근처에서 텐트를 치고 물에서 놀았었다. 여기서 약수터까지 고생하며 오래 걸은 기억이 났다. 길가에 두릅나무도 있었었다. 부슬비가 오후부터 추적거렸기에 우산을 들고 올라왔지만 더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약수터 쪽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내려오는 길에 작은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에 손을 넣으니 차다. 그래 예전에도 이곳 계곡물은 이랬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 배가 고프다. 차에서 버나와 코펠을 꺼내 취사장에서 라면을 끓였다. 어제 먹다 남은 작은 홍게 2마리를 넣고. 해물열라면이라 그런지 특별히 좋은 맛은 못 느끼겠다. 시설이 좋으니 여기서 하루 차박을 할까 했으나 트렁크를 정리하기 귀찮고 먹을 것이 없다. 그래서 그냥 쉬엄쉬엄 올라가다가 좋은 곳이 있으면 묵던지 하기로 한다. 
 
미천골을 나와 길을 되짚어 나오다 고속도로를 탔다. 춘천 가까이 왔는데 서울로 가는 길이 밀린다는 알림이 떴다. 사창리를 거쳐 가기로 하고 춘천원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으로 가서 전용차로를 타고 춘천댐을 건너 사창리로.... 빙 돌아가니 거리가 멀긴 하다. 하지만 길은 한적하다. 앞차들이 너무 느려 속이 터지지만 중앙선을 넘지 않았다. 그렇게 사창리 샘터에 도착해 빈 물병을 채우고 집으로... 
 
광덕계곡을 지나 캐러멜고개를넘어 백운계곡으로 내려오니 물놀이객들이 적다. 이 시기에 이런 적이 없는 곳인데....  무슨 까닭이 있나 보다. 내비가 가라는 고속도로 대신 예전에 다니던 눈에 익은 길을 택했다. 옆자리의 아내는 제발 천천히 가란다. 내비가 예측한 도착시간은 8시 11분이었는데 8시 2분에 집에 도착했다. 8시 전에 오려고 했는데....
먹거리들만 차에서 우선 내리고 짐 정리를 마치니 늦었다. 샤워를 하고 배가 출출해 냉장고에서 막걸리 한 병을 꺼냈다. 
 
이번주 산행은 이렇게 거르게 되었다.

 

주문진항.

너무 많이 변해서 정을 느낄 수 없었다. 항구의 천막좌판이 철거 되었고 이곳에도 좌판이 섰었는데....

막내

헤어지기 직전에....

미천골  제일 위의 주차장에 있는 시설들

저 차단기 위로 1.3키로를 더 올라야 예전의 차단기가 나온다.

이곳이 상직폭포? 하직폭포?

이곳이 예전에 차가 올라오던 곳이다. 저 뒤의 차단기 위로 4.7키로 더 올라가면 불바라기약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