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2012년 첫 산행을 백운대로

PAROM 2012. 1. 8. 11:20

정년으로 퇴직을 했으니 다시 취직을 하지 않는 한 올해부터는 남에게 급여를 받지 못한다. 3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으니 이제 다시 취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다.

 이제 1월 7일이니 자유로운 생활을 시작한 지 일주일 되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지 않아도 되니 참 좋다. 느긋하게 이불 속에서 몸을 빼 편한 시간에 하기로 계획된 작은 일만 하면 된다. 해외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을 유치하는 일을 하기로 했지만 그것도 그리 바쁜 일은 아니다. 성실하게 주어진 시간에 광고하여 모집해서 잘 선별하고 관리하면 된다. 말은 쉬운데.....글쎄.

 지난 일주일은 동네에서 살았다. 시네상가관리단 결산을 하느라고 였는데 그것도 이제 끝냈으니 내 신변정리부터 해야한다. 다음 주부터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연계신청과 2000년에 돌려받은 돈을 이자까지 붙여 반환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몽골에 사업자등록을 알아보고 여의치 않으면 마눌 이름으로 되어있는 사업자등록을 변경해야 하는 일도 있다. 막상 신변 정리와 새로 시작하려는 일을 하려니 머리가 어지럽다.

 일주일간 열심히 다녔던 대화동사무소 3층의 체력센터에 가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한번은 산에 가는 것이 정신건강상 훨씬 좋아서 직장스트레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산행을 준비했다. 오늘은 오후 3시에 상가 관리단사무실 문을 열어야 되므로 그전에 오기 위해 간단히 다녀오기로 하고 벨트색에 물병, 아이젠, 빵과 과일을 담아 가볍게 입고 집을 나섰다. 아파트를 벗어나기 전에 추워왔지만 걸으면 더워지고 땀이 나므로 그냥 견디고 지하철을 탔다.

 새해 첫 등산이고 빨리 내려와야하니 코스를 어떻게 잡을까 고민하다가 백운대로 방향을 잡았다. 새해 첫 등반지로서 백운대가 의미가 있어 보였다. 내가 늘 다니던 산에서 가장 높은 곳이고 항상 보고는 있지만 위험해서 자주 가지 않던 곳을 이제 새로 출발하는 내가 위험을 무릎쓰고 내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새해 첫 등반지로 삼았다.

 북한동 다리를 건너자마자 대남문 방향과 갈라지는 길에서 몇 걸음 대남문 쪽으로 갔다가 보리암 쪽으로 발길을 돌려 대동사와 약수암을 지나 위문에 도착하니 숨이 찬다. 특히 등산화가 새로 신은 지 두 번 밖에 되지 않아 많이 불편하다. 자꾸만 돌뿌리를 걷어 차는데 백운대 비탈에서 넘어지면 큰 일인데 하는 생각이 몇 번 든다. 위문 바로 아래 계단 조금 아래부터 길에 눈이 보인다. 햇볕이 들지 않는 북사면엔 눈이 그대로 있다. 위문을 지나니 바로 눈세상이다. 고민을 한다. 미끄러운데 백운대까지 가야 하나? 그러다 사람들에 휩쓸려 이미 발걸음은 꼭대기를 향하고 있다. 그늘진 바위 위마다 얼음이 덮여 있다. 아이젠을 꺼내 신을까 하다가 귀찮아 그냥 난간에 의지해 계속 올라갔다. 팔에 힘이 남아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백운대에 오르니 사람들로 만원이다. 몸 돌리기가 힘들 지경이다. 사진 몇 장을 찍고 서둘러 돌아 나왔다.위문까지 내려오는 길은 더 미끄러워서 난간에 매달려 내려오는 형국이 되었다. 이 미끄럽고 위험한 길을 참 많이들도 왔다. 모두 대단한 아줌마들이다. 위문으로 무사히 내려오니 살 것 같다. 내려온 김에 땀이 식지 않게 바로 되돌아 내려왔다. 보리암 앞의 의자에서 차와 빵, 과일을 먹고 계곡을 따라 내려와서 입구에서 시간을 보니 왕복 세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올해 하려는 일의 기반이 제대로 잡혔으면 하고 바랬다.

 

(09:50)

계곡의 얼음(10:03) 

대동사 아래 계곡 건너는 곳(10:25) 

(10:32) 

위문 아래 계단(10:59) 

위문(11:01) 

위문 밖 우이동 쪽(11:02) 

 

백운대 방향 

백운대에서 본 노적봉(11:17) 

인수봉 

 

원효봉과 염초봉 

숨은벽능선 

왔다는 표시하고(11:20) 

얼음길의 시작(11:33)...내려와서 

인수봉(11:33) 

북한동에서 올려다 본 삼각산(12:32) 

되돌아 와서(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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