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주 만에 길을 다시 걸었다. 실은 영봉으로 해서 달맞이능선을 타는 모임에 함께 하려고 했으나 오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아침나절에 얼른 산에 다녀오게 되었다. 다음날은 파주 심학산에서 도상동문들 모임이 있어서 하루를 쉴까도 생각했는데 지난 주에 중간에 내려왔기 때문에, 그리고 목요일에 온전히 하루를 쉬었기에 조금 빨리 걸어도 별 무리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일찍 다녀온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아내가 벌써 배낭에 넣을 것들을 다 준비해 놓았다. 자기 출근 준비하기도 바쁠텐데 참 고맙다. 아직 가을이려니 생각하고 늘 가지고 다니던 비옷 겸 바람막이옷을 배낭에서 뺐다. 배낭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는데 이젠 작은 배낭이 아니라 큰 배낭에 보온할 옷도 꼭 넣어 가지고 다녀야겠다.
집을 나서니 춥다. 아직 11월 중순이지만 오리털 옷을 입어야 되겠다 싶을 정도다. 바지도 겨울옷으로 입어야 될 정도로 써늘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옷을 빨아 넣을 겸해서 입었으니 그냥 견디고 걸을 수 밖에. 땀나게 걸으면 되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버스 운이 좋은 날이었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바로 차를 탔으니 말이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내려 걸어들어가는데 썰렁하고 휑뎅그레하다. 지난주 간신히 붙어 있던 잎들도 다 떨어져 벌거벗고 있다. 친구의 표현대로 무지 야하다. 바람이 분다. 찬바람이. 얇은 장갑을 껴서 그런지 손이 시렵다. 조금 걸어 올라가니 귀가 떨어질 것 같다. 장갑 낀 손으로 귀를 붙들고 계곡을 올랐다. 몸이 더워지게 빠른 걸음으로. 하지만 쉽게 땀이 나지 않는다. 숨만 찬다. 계곡 개울이 얼었다. 이번 겨울(?) 들어 처음보는 얼음이다. 전날엔 첫눈이 내렸는데.
한시간 만에 대피소에 올랐다. 그사이 손과 귀가 시렵던 것은 사라졌다. 앚아 한 숨 돌리고 가려다가 그대로 동장대로 향했다. 능선에 서니 바람이 더 차다. 그래도 등에는 땀이 나 젖었다. 겉옷을 입을까 생각하다 귀찮고 땀에 젖는 것이 싫어서 그냥 걸었다. 요즘 입고 다니는 감마MX S SIZE는 이베이에서 직구한 것인데 가슴둘레가 95Cm로 조금 작다. 중고시장에 내 놓으려다가 그냥 입고 있는데 아직 빨래는 하지 않았다. 만약 땀에 절으면 세탁을 해야하는데 아직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더 입지 않았다.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 그리 힘이 많이 들이 않았다. 목요일 운동을 쉬어서 그런가보다고 생각하며 걸었다. 대성문을 지나 보현봉 줄기를 향해 오르는 길도 그리 힘부치지 않게 오르고 문수봉도 뚜벅뚜벅 올라 잠시 사진을 찍고 청수동암문을 지나 상원봉으로 가서 양지 바른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본래 아래쪽이 바람도 불지 않고 해도 더 많이 드는데 먼저 자리잡은 이들이 있어 부득이 윗자리에 앉았는데 바람이 들락날락 해서 겉옷을 다시 입어야 했다. 집에 올 때까지 겉옷을 입은 상태였다. 점심을 먹는 동안 보온병의 녹차를 마시는 동안 외에는 많이 추웠다. 이젠 뜨거운 물을 가지고 다니며 컵라면을 먹어야 되나보다. 추워서 가지고 간 과일을 반도 못 먹고 짐을 다시 꾸렸다.
내려오는 길 햇볕을 따라 걸었다. 그늘로 들어가면 더 추운 것 같아서. 게다가 계곡 바람을 맞으면 다시 손과 귀가 시려워서 촌스런 풍경을 연출해야 하기에. 낙엽에 미끄러져 넘어지며 찍힌 곳이 추워서 그런지 더 아파왔고 전에 다친 손가락도 고통을 더했다.
이제 겨울이라 여름 보다는 주행시간이 짧아졌다. 몸을 덥히려고 더 빨리 걷기 때문이다. 한 때 4시간 반이나 걸렸던 길이 이날은 3시간 50분이었다. 산 아래에 내려와 늘 들리던 쉼터를 애써 외면하고 바로 집으로 왔다. 빨리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확인 결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하지만 이미 산에서 내려와 일까지 마친 것을 어찌할꼬.
집에 오는 전철에서 친구가 전화했을 때 그냥 보자고 할 걸하고 후회도 해보지만, 아니 달맞이능선에 갈 걸하고 후회해 보지만.......
이제 다음 토요일(11.22)은 장모님 생신이고 그 다음 토요일(11.29)은 조카 결혼식이 있고 그 다음 토요일(12.6)은 일요일까지 친구들 모임이 있고 그 다음도 모임, 그리고 결혼식..... 이러다 내년에나 산에 가게 되는 것 아닌지 싶다. 주중에라도 다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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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 아래 바위에 언 얼음(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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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영루 앞 계곡의 얼음(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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