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비가 온다는 소리에 눈을 떴다. 벌써 일어나서 아침준비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은 장모님 생신을 큰처남 댁에서 차린다고 해서 저녁 6 시엔 안산으로 가야한다. 산에 가냐고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집에 있으려니 무료하다. 그래서 중간에 끊고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벨트색에 우산과 빵 한 개, 음료수 한 병, 쵸코렛과 물을 넣고 티셔츠에 겉옷과 비옷을 입고 집을 나서니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늦다. 게다가 버스가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지난 주엔 잘 풀렸는데 오늘은 영 아닌 모양이다.
비가 와서 그런지 평소보다 구파발역 정거장이 한산하다. 주말순환버스를 타고 제일 먼저 내려 걸어 올라가는데 하늘은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계곡길로 해서 오르다 보니 땀이 났다. 위에 옷을 세 가지나 입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지퍼를 내리고 걷다가 아예 풀어제끼고 걷고 북한동에서는 겉옷을 벗어 벨트색에 걸쳤다. 그리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해서 우산을 꺼내 폈다. 그렇게 법륜사까지 가니 비가 그친 것 같았다. 우산을 접어 넣고 겉옷을 아예 벨트색 안에 넣었다. 배낭이 없어 발걸음이 빠른 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행궁지 위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한시간 오분 가량이 걸려 오히려 더 늦게 온 것이었다. 비 때문이었는지 늙어져서인지......
행궁지 뒤의 계곡길은 낙엽이 진 후 아무도 걷지 않았는지 사람이 걸은 흔적이 전혀 없었다. 낙엽이 발목까지 차 올라 어떤 곳은 푹 빠졌고 걸음은 푹신했다. 사람들의 통행을 한 곳에서만 막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스틱이 있으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하며 미끄럽고 평탄하지 않은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 올랐다. 힘겹게 능선에 올라 남장대지로 바로 올라 갔다. 행궁지 쪽으로 들어온 후 아직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남장대지를 지나 상원봉 가는 길의 양지 바른 바위에 오자 사람 목소리가 들리며 예닙곱 명 한 팀이 내가 온 길로 내려갔다. 상원봉 아래 삼각산을 전망하기 좋은 공터에서 핸드폰 배터리를 가는 동안에 구름에 반쯤 가려 있던 삼각산이 완전히 묻혔다.
남장대지가 있는 이 능선이 북한산에서 바람이 가장 세고 겨울엔 눈이 바람에 날려 무릎보다 깊게 쌓인다. 한겨울에 이능선은 가급적 빨리 지나가야 할 곳이다. 핸드폰을 만지는 동안 구름이 순식간에 몰려오며 능선이 하얘 졌다. 옷깃을 여미고 서둘러 청수동암문으로 내려가다 보니 비봉능선이 보인다. 시간을 보니 불광동까지 충분히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청수동암문에서 몇 발자국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왔다. 오늘 올스탑 두목이 대동문으로 해서 노적봉으로 간다는 공지가 떠올라 북한동으로 가면 혹시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불광동에서 대동문으로 가는 방법은 수백 가지나 된다. 비봉능선을 걸을 수도 있고 형제봉으로 해서 올 수도 있고 원효봉을 넘을 수도 있다. 목적지가 노적봉이기에 나 같으면 불광역에서 그냥 걸어서 비봉능선을 지나 두 시간이 걸려 왔을 것이지만 일행이 있으면 조금 멀긴하다.
올스탑 두목의 산행엔 바위 좋은 곳이 늘 포함되기에 의상능선을 넘을 확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봤다. 삼천사에서 부왕동암문을 지나 용학사 앞으로 해서 대동문을 가는 코스를 택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문수봉을 지나 대남문에서 끊으려다 너무 짧아 대성문에서 내려섰다. 내려오는 길 대동문 가는 길과 갈라지는 곳에서부터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기 시작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한 백미터에 한 팀 정도에 불과했다. 그렇게 내려오다 보니 12시가 훨씬 넘었다. 그래서 요기를 할 겸 노적사 아래 정자에 자리를 잡고 빵과 음료를 먹고 있는데 산악회인 듯한 팀이 올라간다. 유심히 보니 아는 사람이 있다. 올스탑 두목. 반갑게 인사하고 헤어져 먹거리를 치우고 있는데 한참 뒤에 조은네님이 혼자 올라가고 있다. 또 반갑게 인사한 후 옷깃을 여미고 출발하려는 데 고교 후배인 이석재가 낑낑대며 혼자 올라가던 중 서로 눈이 마주쳤다. 대동문에서 한 시 반에 친구와 만나기로 했다며 같이 가잔다. 에휴 나도 여기 더 있고 싶다. 그런데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나는 지금 바로 내려가서 씻고 안산에 가야한다. 하늘은 계속 찌푸둥하며 잔비를 뿌리다 말다 한다.
빠른 걸음으로 계곡으로 해서 산을 내려와 쉼터를 지나는데 평소 밖에 나와 있지 않던 쥔장과 눈이 마주쳤다. 이런.... 눈 인사만 하고 그냥 집으로 올 수 밖에......
집에 와서 씻고 딸이 준비하기를 기다려 안산으로 가니 약속한 시간에 딱..... 한 참 후 올 때는 대리운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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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지 뒤 계곡(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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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문(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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