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3. 8 행궁지 - 대피소

PAROM 2015. 3. 8. 08:45

 토요일이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북한산에 가는 것으로 알고 먹거리를 준비해 준다. 오늘은 사리곰탕면 큰 것을 뜨거운 물과 함께 준비해 놨다. 오랫만에 산에서 컵라면을 먹게 됐다. 이제 과일을 먹어도 춥지 않게 되었는데 말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주질 않는다. 이제 3월이니 날도 춥지 않고 얼음도 계곡 깊은 곳에만 있을테니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아이젠과 보온할 오리털파커와 장갑, 양말, 모자는 배낭 깊숙하게 찔러 넣었다. 배낭에 보온병 두 개를 넣으니 무겁다.

 

 북한산성입구에서 내려 걸어 오르는 길에 속도를 내 본다. 집에서 나올 때 오른쪽 무릎이 시큰했는데 괜찮다. 계곡으로 오르는 길이 상쾌하다. 하지만 이내 더워진다. 역시 북한동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티셔츠 차림으로 올랐다. 아래 계곡에선 이제 얼음을 볼 수 없다. 등산객들의 옷차림도 많이 가벼워졌다. 아침이라 그런지 길이 굳어 있다. 다행이지만 내려올 때가 걱정되었다. 대피소로 가는 갈림길 다리를 지나자 눈밭이 펼쳐진다. 며칠 전에 비가 왔는데 여긴 눈이 내려서 쌓인 모양이다. 눈이 굳지 않아 미끄럽지는 않다.

 

 행궁지로 접어드는 길 나무계단은 내가 참 좋아하는 곳이다. 눈이 내려도 좋고 풀이 나고 꽃이 피어도 좋다. 하지만 볕이 잘 드는 따스한 곳이라 그런지 벌써 땅이 질척거린다. 이맘때가 등산하기에 가장 불편하다. 행궁지 옆으로 돌아 오르는 비탈길도 녹아서 물이 흘러 미끄럽다. 앞서 간 이의 미끄러진 자국이 여러 곳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조심해서 올랐다. 넘어지면 낭패니까. 줄을 넘어 행궁지 뒤의 계곡으로 향했다. 아무도 딛지 않아 눈이 쌓인 모습 그대로다. 내 발자국을 만들며 올랐다. 능선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에 지난 번 내려 굳은 눈 위에 새 눈이 쌓여 더 미끄러워졌다. 짧지만 가파른 경사로에서 미끄러짐을 반복하며 힘겹게 올랐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 기진맥진 했다.

 

 남장대지능선에 서니 시야가 좋다. 오랫만에 날도 맑아 멀리까지 보인다. 이 능선엔 항상 바람이 분다. 아직도 차다. 눈밭에서 힘을 빼서 그런지 숨이 찬다. 문수봉을 지나 대남문에 가니 서울시 직원들이 시산제를 하려고 돼지머리를 상에 올렸다. 지나가며 힐끔 보았는데 시장은 안 보인다. 그대로 지나쳐 성곽을 따라 대성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여긴 700미터가 거의 되는 곳이라 그런지 얼음이다. 눈이 낮에 녹았다가 밤에 얼어 반질반질하다. 난간줄을 잡고 매달리다 시피하며 내려갔다. 차라리 아이젠을 신는 것이 나을 것을. 대성문에서 보국문으로 가는 성곽길을 낮은 곳이니 괜찮겠거니 했는데 중간의 내리막길에서 아이젠을 신어야 했다. 몸을 의지할 곳도 없는 낭떠러지 얼음길이라 넘어져 깨지는 것보다 불편해도 배낭을 벗는 것이 나았다.  보국문에서 아이젠을 벗어 넣었다.

 

 대동문으로 가는 길은 진탕길과 얼음길이 뒤섞여 있었다. 이런길은 걷는 일이 힘이 드는 길이다. 대동문에서도 어딘가 큰회사에서 와서 시산제를 하고 있어 장터와 같았다. 그들을 피해 돌계단을 올라 시단봉에 오르자 한 패거리들이 시산제를 마치고 내려가고 있다. 오늘이 시산제하기로 정해진 날인가 보다.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시간이 무척 많이 지체되었다. 하지만 힘이 들어 걸음을 빨리 하기 어려웠다. 대피소에 힘겹게 도착해 자리를 잡고보니 깔판을 가져오지 않았다. 의자를 꺼내 앉고 엉덩이 방석을 깔판 대용으로 했다. 컵라면이 익을 동안 녹차 한 병을 다 마셨다. 오랫동안 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가랑이에 묻은 흙을 털고 내려왔다.

 

오를 때는 굳었던 땅이 오후가 되어 해가 비치며 녹아 진탕이 되어 있었다. 거의 5시간을 산에서 보내고 쉼터를 그냥 지나쳐 집으로 왔다. 집앞 가게에서 막걸리 한 병을 사서 샤워를 한 후에 마시고 있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오늘 5시에 초등학교 동창들 모임이 있는 날이었고 내가 회장으로 선출되어 갖는 첫 모임으로 인수인계를 하는 날이었는데 어제까지 생각했다가 새까맣게 잊고 있었다. 대자동까지 그 먼 길을 한참을 달려갔다. 에휴......

 

    (09:04)

     (09:38)

        (10:17)

(10:17)

    (10:32)

    (10:41)

(10:49)

(10:50)

(10:58)

(10:59)

(11:00)

(11:31)

(11:33)

(11:55)

(12:19)

(07:45)

(13:36)

(1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