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4.11 행궁지 - 대피소

PAROM 2015. 4. 12. 08:23

 전날 집에서 마신 막걸리가 아침을 힘들게 하는 바람에 평소 산에 갈 때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일어났다. 요즈음 마시는 막걸리의 양이 점점 늘고 빈도도 높아지고 대신 몸은 더욱 힘들어 해서 어떻해든 줄여야 하는데 그것이 잘 되지 않아 걱정이다.

 하루 전에 미리 꾸려둔 배낭에 아내가 준비해 둔 과일과 차, 샌드위치를 넣고 집을 나서 버스정거장에 갔는데 아들이 선물한 블루투스 이어폰을 가지고 오지 않아 다시 집에 갔다 나오니 20분 넘게 다시 지체되었다. 지하철이 바로 출발해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였는데 이미 오전 9시 반이 넘어서 구파발역 버스정거장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줄도 버스가 올 때마다 우왕좌왕 흔들리고 있었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은 늘 즐겁다. 술기운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발걸음은 가볍게 떨어졌다. 계곡엔 이미 진달래와 개나리가 만발했다. 비가 내린지 한참 되었지만 철계단 옆 폭포 물줄기가 힘차다. 이내 땀이 나기 시작한다. 겉옷 지퍼을 모두 내렸다. 어느 정도 땀이 나니 몸에 남아있던 알코올이 땀과 함께 몸밖으로 나간 모양이다. 그런데 땀을 흘리니 힘이 든다. 천천히 걷자고 다짐한다. 북한동역사박물관 앞에서 겉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썬그라스도 쓰고 이어폰을 낀 채 다시 길을 걷는다. 우선은 행궁지로 향한다.

 

 다음주 금요일부터 그 다음주 화요일까지는 대전에 가게되어 주말에 산에 오지 못하므로 오늘 제대로 걷자고 다짐한다. 그런데 나무계단이 나오는 곳에서부터 발이 무거워진다. 천천히 걸으면 되니 크게 개의치 않고 올라갔다. 정말로 오랫만에 청수동암문 갈라지는 길에서 내 앞 사람들이 나와 같이 행궁지 쪽으로 방행을 트는 모습이 보였다. 반갑기도 하고 호젓한 길을 빼았겼다는 억울한 마음도 들었다. 행궁지 뒤 계곡길엔 낙엽이 지난번보다 더 많이 쌓였다. 바람에 날려와 지대가 낮은 길에 쌓였나 보다. 다른 때보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쉬는 사람도 보고 마주치는 사람도 만나며 남장대지능선에 올랐다. 힘이 많이 들어서 바위 아래에 앉아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시며 잠시 쉬면서 생각해보니 지난주에도 많이 힘들어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것이 헬스장에서 너무 힘들게 운동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주 천천히 볼 것 다 둘러보며 걷겠다는 마음은 그냥 생각일 뿐이고 실제론 힘 닿는 데 까지 힘껏 걸었다. 상원봉을 내려서면서 부터 뒤따라온 반바지 차림이 대피소까지 게속 따라온 것도 조금 빨리 걷게한 원인이었다. 한참을 안 보여 걷다보면 어느새 뒤에 와 있어서 다시 걸음을 빨리하게 하던....... 걷다보니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고, 그래도 대피소에 가면 쉴 수 있다는 일념으로 무적정 걷는 발길. 왜 사서 고생을 했는지. 대피소에선 올들어 처음 산장에 올라갔나 보다. 아래엔 단체가 몰려와 시끄럽고 자리도 마땅치 않아 위로 올라가 처마밑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풀었다.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었는데도 몸은 여전히 천근만근이다. 원인이 뭘까 곰곰히 생각해 본다. 낡어서? 늙어서? 어제 술 때문에? 운동을 심하게 해서? 스트레스 때문에? 다 섞여서 문제가 된 것일 거라 짐작한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게 힘이 들었다. 차를 타고 내려오고 싶을 정도로. 힘겹게 내려오다 보니 한 시간은 더 걸린 것 같은 느낌이다. 너무 힘이 들어 쉼터을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집에 와서 씻고 냉장고에 있던 막걸리 한 병을 마시고 바로 곯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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