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해야하는 모임이었는데 두 달이나 늦어져 이번에야 열리게 되었다.
친구가 장모가 사시는 고창에 땅을 구해 감밭을 가꾼지도 15년이 되었단다. 내가 사는 일산에서 300Km가 넘게 나오는 곳이다. 친구가 땅을 구한지 오래지 않아 친구들과 함께 가 보고 이번에 15년 만에 다시 가보게 되었다. 길을 나서면 바로 갈 것 같았던 곳이 세 시간을 넘게 갔는데도 갈 길이 많이 남았었다. 길에 많이 나온 차들로 길이 밀린 탓도 있지만 가까운 곳은 절대 아닌데 충청도 특유의 느릿함이 몸에 배인 친구가 서울에서 자주 이 먼곳을 내려 오는 것이 신기했다.
바로 전에 다녔던 경인여대 친구들의 모임이 있었지만 감이 끝물에 달했다는 말에 선약을 취소하고 친구들을 모아 사당에서 출발한 지 5시간이 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 바닷가에 접한 친구의 대봉밭은 서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아늑했고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붉은 감이 가을을 한껏 빛나게 하고 있었다. 농장엔 먼저 도착한 다른 친구들이 감을 따고 있었고 친구가 구한 많은 일손들이 바삐 일들을 하고 있었다. 늦게 도착한 우리들도 감 따는 일을 돕는다고 팔을 걷어 붙였지만 도시에서 살며 흙 한 번 밟지 않은 친구들이라 더디고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그렇지만 다섯이나 되다보니 힘을 합치면 한 사람 이상의 몫을 해 냈다.
두어 시간 동안 30상자 가까이 감을 따고 어두어지기 전에 우리 본래의 목적인 선운사 입구의 장어구이집들로 향했다. 우선 숙소를 잡는 것이 급해 빈 방을 찾다보니 선운사 입구까지 가게 되었고 민박집에 남은 방 하나를 겨우 잡을 수 있었다. 단풍철에 주말이라 방구하기가 어려웠다. 방을 구한 민박집에서 식당을 겸하고 있어서 물어보니 장어구이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멀리 갈 필요 없이 민박집 식당에서 장어구이를 먹기로 하고 자리를 잡고 술 한 잔씩을 하다 뒤늦게 일꾼들을 퇴근시키고 온 친구가 저녁을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숙소로 자리를 옮겨 방에서 2차를...
30일 마신 막걸리였다. 고창 선운산 막걸리. 오랫만에 마셔서 그런지 첫 맛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식당에서 한 병을 마시고 숙소에서는 친구가 밭에서 마시려고 두었던 큰 막걸리를 혼자서 다 마셨다. 모두 합하면 세 병이 넘는 것 같다. 그리고 씻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술이 덜 깨었다. 술기운은 집에 올 때까지 가시지 않았다. 위는 치료가 다 되었는지 속이 시거나 아프지는 않았다. 아침에 선운사 주차장 안쪽의 식당에서 새장국을 먹고 친구의 밭에 다시 가서 감을 더 따고 딴 것보다 더 많은 감을 차에 실었다. 감 잔치를 해도 될 만큼.
내려갈 때 길이 막혀 고생한 기억 때문에 점심 전에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감을 택배로 보낼 친구들은 보내고 가지고 롤 친구들은 차에 싣고하여 12시 전에 출발을 해 서울을 햐했는데 올라 올수록 차가 많아졌다. 서산에서 휴게소에 들려 기름을 넣고 난 후 다시 도로에 들어서니 길이 막리기 시작했다. 기름을 넣길 백 번 잘했다. 당진 전에서부터 막히던 길이 서평택JC를 지날 때까지 계속되었고 사당역에 친구들을 내려놓고 올림픽도로에 올라설 때도 무척 많이 막혔다. 다음부터는 기차나 버스, 지하철로 다녀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3년을 넘게 다녔던 헬스장이 월요일부터 문을 닫는다고 하는 바람에 운동화와 세면도구들을 가지러 가야해서 서두르지만 않았다면 마음의 여유가 더 있었을 텐데......
집에 와서 감을 내려놓으니 많다. 단감과 대봉을 모두 챙겨 왔다. 가지 째 꺽어 가지고 온 것도 스무알이 넘는다. 이번 가을은 과일들로 무척 풍족하다. 아내는 감 나눌 생각에 바쁘다.
올해가 가기전에 한마음 친구들과 서울에서 번개를 해야겠다. 그때 감 이야기를 다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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