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네 번, 석 달마다 만나는 국제 다닐 적 친구들과의 올 두 번째 모임이 태안에 있는 김태석 님의 집에서 있었다. 김태석 님은 81년 말에 장기복무 준사관으로 제대를 하고 토목직으로 입사를 했었다. 우리 친구들 중에 토목직인 윤재하 군과 친구였고 모임 첫 날 알게 된 것이었지만 우리 모임의 김광석 군의 초등학교 1년 선배였다. 회사를 다닐 때 주로 현장에 있는 바람에 같이 술 한 잔하지는 못했지만 서로 잘 아는 사이였고 건축이나 기전 등 다른 기술직들과는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우리가 이번에 들린 태안에 있는 2천 여 평의 농장은 20여년 전에 근처의 현장에서 근무할 때 구입한 것이었고 지금은 부산의 감리단에서 일하는데 금요일마다 와서 이틀 일하고 일요일에 다시 부산으로 간다고 했다. 넓은 밭을 혼자서 이틀만 일하니 밭에 풀이 무성하였다.
사실 처음에는 윤재하 군의 누나가 소유한 만리포 별장에서 묵기로 했는데 누나가 1층에 와서 묵고 우리 보고 2층을 쓰라고 했는데 회원 중 불편하다고 한 사람이 있어서 다른 펜션을 알아보다가 김태석 님의 집에 묵기로 한 터였다. 사당역에서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집에서 9시에 출발했는데 강변북로가 많이 막히는 바람에 20분이 늦었다. 다음엔 다른 곳에서 만나기로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마땅히 생각나는 곳이 없어 전과 같이 사당으로 정한 것이 또 막혔던 것이다. 태안 입구에 있는 백화산가든에서 계룡에서 출발하는 회장과 1시에 만나기로 했다는데 그냥 되는대로 가기로 하고 길이 밀리지 않는 국도를 선택했는데 이것이 적중했다. 과천의왕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안산으로 가서 발안으로 가는 자동차전용도로를 통과해 아산, 삽교방조제를 지나 가도록 길이 밀리지 않고 신호대기도 거의 없이 고속도로보다 빨리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우선 김태석 님의 집에 들렸는데 안흥으로 가는 길 중간에 저수지로 가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한동안 가야 하는 곳이었다. 혼자서 그것도 일주일에 이틀만 일해서는 넓은 농장을 운영하기 힘겹다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길게 자란 풀과 해충들, 웃자란 농작물, 아직 수확하지 못한 마늘, 집을 가린 나무들....... 그곳에서 농장을 구경하고 맥주 한 캔씩 하고 나와 만리포로 갔다. 젊은이들 천지였다. 물론 자식들과 같이 온 노인들도 보였고 동네사람들도 보였지만 만리포는 젊은이들의 것이었다. 그들의 젊음이 마냥 부러웠다. 내 젊은 시절이 아쉽기도 했고. 다시 농장으로 가자고 하는 말에 길 때문인지 시설 때문인지 불편해 하는 바람에 내가 내심 당황하기도 했는데 이번 여행은 숙소 문제가 일을 그르쳤다.
재하 군의 큰 누님이 차려 주신 참외와 커피를 마시고 돌아나와 태안 시장으로 가서 숭어와 우럭, 해삼, 붕장어 회를 떴다. 그리고 인근의 가게에서 소주와 음료를 사서 김태석 님의 집으로 가 상을 펴고 지리탕도 끓여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막걸리는 두 병만 사갔는데 내가 일부러 덜 마시려고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고창에서 감농사를 짓는 석범 군이 복분자주를 한 되나 가져오는 바람에 중간의 어느 시점에서 기억이 없어졌고 아침에 일어나니 간밥에 내가 사고를 쳤단다.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해 상을 짚었는데 상이 뒤집어지며 다른 친구의 옷을 다 버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그러나 난 기억이 전혀 없고 옷에서 비린내만 심하게 났다. 물론 덜 취한 친구들이 다 치웠지만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술이 덜깬 상테에서 모두들 해장국을 먹으러 가자는 바람에 운전대를 재하군에게 맡기고 비몽사몽간에 선지해장국집에 도착 밥을 먹었으나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는데 다시 또 덕산온천으로 온천을 가잔다. 계룡에 사는 친구는 그냥 집으로 간다고 해서 헤어지고 난 가서 잠이나 자야겠다 생각을 하고 역시 조수석에 깊이 앉아 몽롱해서 갔고 탕 안의 수면대에서 거의 한 시간을 자고 나니 살 것 같아 그때부터 온천욕을 하고 나왔다. 재하군이 서울 올라갔다가 다시 세종시로 내려오기 싫다며 홍성종합터미널에 내려달라고 해서 내려주고 아산호를 건너 식당에서 국수로 점심을 먹고 집으로 오니 4시가 넘었다.
집에 오니 피곤해서 바로 곯아 떨어질 줄 알았는데 너무 피곤하니 잠도 바로 오지 않았다. 다음 모임을 제주로 하자고 했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 것 같으니.... 생각을 해 봐야겠다. 숙소는 편한 곳으로 미리 정하고 가서 우왕좌왕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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