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성탄일이다.
열하루 만에 산에 왔다. 지난 주말엔 회의가 있었고 손주를 이사 간 아들 집에 데려다 주느라 산을 걸렀다. 이번 주말에도 결혼식에 가고 집안 일을 하다 보면 또 산을 거를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일어나 기온을 보니 영하 5도고 한낮엔 7도 까지 올라간 단다. 그러나마나 어차피 복장은 비슷하다. 핫팩을 넣지 않는 것만 다르다.
오랫만에 아내가 빨간 날 출근을 한단다. 산에 가냐고 묻더니 어느새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놓고 깍두기도 담아 놓았다. 추운 날은 과일을 먹지 않는 것을 알고 이젠 묻지도 않는다.
어제 머렐에서 점포 정리한다고 문자가 와서 등산화를 샀는데 그 걸 신으려다가 그냥 신던 것을 신었다. 등산양말은 낙타털로 만든 몽골제가 따뜻하고 푹신해서 겨울에 최고다. 그것을 꺼내 신고 어두운 중에 집을 나섰다.
구파발역에서 8772번을 탔는데 난방이 안돼 잔뜩 움추리고 왔다. 내릴 때에야 온기가 겨우 돌았다. 오늘 첫 배차를 나온 차였나 보다. 차에서 내려 산에 들어가는 데 등산객들도 별로 없고 아직은 추워서 겉옷을 입은 채 계곡을 따라 올랐다.
오르다 고개를 들어 산을 보니 북사면이 하얗다. 눈이 언제 왔나? 길은 진창이었다가 얼어서 울퉁불퉁하다. 내려올 때 신과 바지가 어찌될지 짐작이 갔다. 찻길로 내려오면 되긴 한다.
산에 일찍 오니 편하다. 앞지를 사람도 없고 앞지르는 사람도 없어 좋다. 띄엄띄엄 보이는 사람들이 반갑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남장대지로 가기로 하고 주중에 왔으니 내일의 운동에 무리가 되지 않게 일찍 내려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늘 다니는 길을 지나다 몇 주 전에 행궁지 옆 다른 길로 올랐던 이가 생각이 났다. 그래, 그길로 가 보자.
행궁지 옆 오름길이 만만치 않다. 숨이 턱에 닿았다. 드디어 내가 늘 다니던 길과 새로운, 가 보지 않은 길의 삼거리. 과감하게 오른쪽, 가 보지 않았던 길로 올랐다. 오르면서 제발 저 위에 내가 아는 길이 나오길, 절벽이나 낭떠러지가 아니길 빌었다.
길은 계속 올라 붙었지만 험하지는 않았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인데 북쪽이 트여 있어서 찬 바람이 세게 불었고 길 위엔 눈이 녹지 않고 얼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미끄럽지는 않았다. 오르다 보니 갈림길이 한 번 나왔는데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부황사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왼쪽으로 길을 잡아 계속 오르니 밧줄이 놓인 구간이 나왔다. 훍길인데 가파르고 눈이 얼어 있어서 줄을 잡고 올랐다. 배낭 안에 아이젠이 있지만 귀찮아 꺼내지 않았다. 그 바람에 나중에 다섯 번이나 미끄러졌고 한 번은 손이 땅에 닿기까지 됐다.
이번 겨울 들어 처음 눈길인지 얼음길인지를 걸었다. 눈이 얼어 붙은 길은 행궁지 위에서 부터 대동문까지 계속 됐고 내리막길에선 매번 절절 매야 했다. 그 바람에 다섯 시간이나 걸렸다.
처음에 대남문에서 내려가야 겠다고 한 생각은 멀리 쫓겨났고 한 구간을 지날 때마다 하산 길이 멀어졌다. 아마도 시간 여유가 많아서 그랬던 것이리라.
그렇게 걸어서 결국 대피소까지 갔고 거기서 제천이 고향인 옆 사람에게 사과 반쪽을 받아 먹고, 컵우동과 커피를 마시고 하산. 막걸리 생각으로 가득한 지친 몸을 간신히 데리고 하산.
내려오는 힘든 와중에 혹시 전에 봤던 이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어 두리번 거렸지만 그럴리는 없지. 결국 엉망진창이 된 계곡길로 내려왔다. 바지가 엉망이 됐다.
다음 산행은 신년 초하루가 될 것 같지만 이번주에도 올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겠다.
열하루 만에 산에 왔다. 지난 주말엔 회의가 있었고 손주를 이사 간 아들 집에 데려다 주느라 산을 걸렀다. 이번 주말에도 결혼식에 가고 집안 일을 하다 보면 또 산을 거를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일어나 기온을 보니 영하 5도고 한낮엔 7도 까지 올라간 단다. 그러나마나 어차피 복장은 비슷하다. 핫팩을 넣지 않는 것만 다르다.
오랫만에 아내가 빨간 날 출근을 한단다. 산에 가냐고 묻더니 어느새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놓고 깍두기도 담아 놓았다. 추운 날은 과일을 먹지 않는 것을 알고 이젠 묻지도 않는다.
어제 머렐에서 점포 정리한다고 문자가 와서 등산화를 샀는데 그 걸 신으려다가 그냥 신던 것을 신었다. 등산양말은 낙타털로 만든 몽골제가 따뜻하고 푹신해서 겨울에 최고다. 그것을 꺼내 신고 어두운 중에 집을 나섰다.
구파발역에서 8772번을 탔는데 난방이 안돼 잔뜩 움추리고 왔다. 내릴 때에야 온기가 겨우 돌았다. 오늘 첫 배차를 나온 차였나 보다. 차에서 내려 산에 들어가는 데 등산객들도 별로 없고 아직은 추워서 겉옷을 입은 채 계곡을 따라 올랐다.
오르다 고개를 들어 산을 보니 북사면이 하얗다. 눈이 언제 왔나? 길은 진창이었다가 얼어서 울퉁불퉁하다. 내려올 때 신과 바지가 어찌될지 짐작이 갔다. 찻길로 내려오면 되긴 한다.
산에 일찍 오니 편하다. 앞지를 사람도 없고 앞지르는 사람도 없어 좋다. 띄엄띄엄 보이는 사람들이 반갑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남장대지로 가기로 하고 주중에 왔으니 내일의 운동에 무리가 되지 않게 일찍 내려 가자고 마음을 먹었다.
늘 다니는 길을 지나다 몇 주 전에 행궁지 옆 다른 길로 올랐던 이가 생각이 났다. 그래, 그길로 가 보자.
행궁지 옆 오름길이 만만치 않다. 숨이 턱에 닿았다. 드디어 내가 늘 다니던 길과 새로운, 가 보지 않은 길의 삼거리. 과감하게 오른쪽, 가 보지 않았던 길로 올랐다. 오르면서 제발 저 위에 내가 아는 길이 나오길, 절벽이나 낭떠러지가 아니길 빌었다.
길은 계속 올라 붙었지만 험하지는 않았다.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인데 북쪽이 트여 있어서 찬 바람이 세게 불었고 길 위엔 눈이 녹지 않고 얼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미끄럽지는 않았다. 오르다 보니 갈림길이 한 번 나왔는데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부황사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왼쪽으로 길을 잡아 계속 오르니 밧줄이 놓인 구간이 나왔다. 훍길인데 가파르고 눈이 얼어 있어서 줄을 잡고 올랐다. 배낭 안에 아이젠이 있지만 귀찮아 꺼내지 않았다. 그 바람에 나중에 다섯 번이나 미끄러졌고 한 번은 손이 땅에 닿기까지 됐다.
이번 겨울 들어 처음 눈길인지 얼음길인지를 걸었다. 눈이 얼어 붙은 길은 행궁지 위에서 부터 대동문까지 계속 됐고 내리막길에선 매번 절절 매야 했다. 그 바람에 다섯 시간이나 걸렸다.
처음에 대남문에서 내려가야 겠다고 한 생각은 멀리 쫓겨났고 한 구간을 지날 때마다 하산 길이 멀어졌다. 아마도 시간 여유가 많아서 그랬던 것이리라.
그렇게 걸어서 결국 대피소까지 갔고 거기서 제천이 고향인 옆 사람에게 사과 반쪽을 받아 먹고, 컵우동과 커피를 마시고 하산. 막걸리 생각으로 가득한 지친 몸을 간신히 데리고 하산.
내려오는 힘든 와중에 혹시 전에 봤던 이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어 두리번 거렸지만 그럴리는 없지. 결국 엉망진창이 된 계곡길로 내려왔다. 바지가 엉망이 됐다.
다음 산행은 신년 초하루가 될 것 같지만 이번주에도 올 수 있도록 준비를 잘 해야겠다.
이제 시작이다. ㅎ~ 이등병의 편지?
저 위의 두 여자 분들 따라가려고 했는데 간격이 좁혀지질 않았다.ㅠㅠ 저 분들이 돌아 내려오는 바람에.... 이제 경쟁을 하면 안 된다.
노적교 건너 바위에 달린 고드름
눈에 덮힌 행궁지
처음 오르는 길. 눈이 만만치 않았다.
오늘 첫 걸음을 한 길의 하이라이트. 고목.
웃었는데 지금 보니 아니네, 힘이 많이 들었나 보다. 여긴 늘 사진 찍던 장소다. 남장대지 바로 아래.
구름? 먼지? 연기? 이런 광경은 오늘 처음이었다.
여기까지는 남장대지능선에서 본 광경이다.
문수봉에서
보국문을 향해 가다가 돌아본 향로봉고 분수봉, 그리고 능선 성곽길
주능선 남쪽전망대에서 본 서울. 서울은 안 보이고 앞 산은 형제봉이다
오른쪽 가운데 작게 보이는 것이 잠실 롯데일 것이다.
주능선 북쪽전망대에서 내려가는 길에서 본 서울
동장데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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