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12.29 대피소 - 보국문 - 정릉

PAROM 2019. 12. 30. 07:48
이제 오늘로 2019년의 산행은 마무리 됐다. 카스를 보니 작년에도  12.29에 산에 왔었다. 지금 지하철인데 따스해서 그런지 졸립다. 
 
어젠 전날의 가장 오래된 친구들 모임 후유증으로 고생하다가 저녁의 결혼식에 가러 동대문을 다녀온 것으로 보냈다.  
 
아침에 눈을 일찍 떴다.전날 맛있는 포도주 한 잔으로 그친 덕을 봤다(실상은 못내 아쉬웠다, 병을 비울 수 있었는데....ㅋ).
오늘도 아내는 건성으로 산에 가냐고 묻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놓고 귤과 샌드위치를 꺼내 놓았다. 게다가 산에 갔다 집에 와서 안주하라고 전도 부쳐 놓았다. 연말에 복이 터졌다. 
 
일기예보를 보니 영상인데 밤에 비가 온 단다. 밖을 보니 하늘이 내려 앉았다. 따스하게 입어야 할 것 같다. 옷장에서 아주 오랫만에 커버트가디건을 꺼내 입고 겉에 켑자켓을 더 입었다. 역시 MX자켓보다 훨씬 따스한 느낌이다. 
 
요즘은 경기도버스 요금이 너무 많이 올라 버스를 타지 않고 주로 전철을 이용한다. 탄현에서 전철을 타고 704나 8772번을 타면  편도 200원이 더 적게 든다. 나의 경우를 봤을 때 경기도의 요금 인상 정책은 실패다. 경기도 버스의 요금수입이 더 줄었을테니까. 
 
졸려. 이제 화정이다. 대곡에서 갈아탈 거다. 근데 너무 졸립다.. 
 
하마터면 대곡에서 못 내릴 뻔 했다.눈꺼풀 무거운 것은 천하장사도 들지 못 한단다. 
 
작년과 같이 산에서 사람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춥지도 않고 비도 밤에나 온다고 했는데 왜 없을까 궁금했다.
그래도 계곡 물소리는 청아했다. 아직 얼음이 얼지 않아 그 밑을 흐르는 오묘한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아쉽다. 아직 12월이니 본격적인 추위는 새해에나 오려나 보다. 
 
이 즈음의 풍경은 눈이 있어야 제멋이 나는 데 꼭대기 바닥에만 있으니 맛이 제대로 안 난다. 그 바람에 그랬는지 나흘만에 와서 그런지 다리에 힘이 든다.
새해 첫날 또 오기로 하고 오늘은 짧게 걷기로 한다. 그렇게 마음 먹으니 다리가 더 무거워진다. 꾀를 내면 안 되는데...... 
 
산길을 터덜터덜 걷다가 갑자기 광장시장 빈대떡이 그려진다. 침이 돈다. 거기로 가야겠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에 힘이 들어간다. 대피소에서 잠시 쉬면서 생각하니 대동문이나 보국문에서 내려가면 10키로가 안 된다. 그래도 마음을 정했다. 
 
보국문에서 청수장 방향으로 내려 섰다. 늘 느끼지만 짧게 내려가는 대신에 비탈이 급하고 특히 여긴 돌계단의 연속이다. 무릎이 성한 이도 자칫 다칠 수 있는 곳이다. 내려가는 길 2.5키로 중에서 1키로 넘게가 돌계단이다.
그것도 처음 600미터 정도는 아주  가파르다. 
 
엉덩이를 잔뜩 낮추고 조심조심 내려왔다. 아주 오래 전, 회사에서 등산대회하러 와서 모였던 곳을 찾으려 했는데 생각이 안 난다. 하긴 30년이 넘었으니 산도 바뀌었을 것이다. 
 
정릉으로 내려와 시내버스를 타고 4가에서 내려 광장시장으로 갔다. 우와~ 왠 사람이 이리 많은 거지? 산에 안 오고 다 여기로 왔나 보다. 그런데 줄지어 선 사람들이 낯설다. 외국인들이 더 많다. 광장호떡집 줄이 제일 길다. 그 다음이 순희네 빈대떡. 
 
사람들에 치여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아니 내가 잘못한 거다. 배낭을 메고 이 복잡한 곳엘 오다니.... 
 
한가한 좌판에 앉아 빈대떡을 주문했다. 미리 부쳐 놓았던 것을 다시 부쳐주는데 내가 생각한 맛이 아니다. 녹두빈대떡은 돼지기름에 튀기듯이 부쳐야 제맛인데.... 1/3은 남겼다. 다음엔 다른 집에 가봐야지. 
 
일요일에 산에 다녀오면 일주일이 복잡해진다. 집에서 할 일이 밀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녀오니 좋다.
이렇게 해서 2019년의 등산을 모두 마무리했다.
내년에도 잘 다녔으면 좋겠다. 
 
이제 아내가 차려준 안주로 한 잔 해야지. ^^ 
 
(19:40)
지금 생각이 나서 한 줄 더 적는다. 
 
아까 산에 들어 계곡을 따라 걷는데 아주머니들 세 분이 얘기를 하며 걷고 있었다. 지나치면서 언뜻 들으니 자신들의 이름을 얘기하는 것 같았다. 앞의 얘기는 모르고
...
아줌 1  "연자야"
아줌 2  "이름 예쁘네"
아줌 3  "우리 언니는 숙자다."
            "노 씨라 좀 그래"
아줌 2   "노숙자?"
아줌 1   "요즘 이름은 아닌데.."
아줌1,2,3  "깔깔깔" 
 
지나가다 들은 얘기로 웃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한 오 분은 키득거린 것 같다. ㅎㅎㅎ
고개를 돌려 얼굴들을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입구에서 찍는 것을 잊었다. 산에 다니면서 처음이었다. 서암사가 이제 본 모습을 찾아 간다.

대피소 앞. 이런 적이 없는데 썰렁하다.

중성문

산영루. 이상하게 선명하다.

대피소. 역시 비었다.

내가 이 길에서 제일 좋아하는 구간. 나뭇길 보다 흙길이 더 좋다.

잎이 다 져서 동장대가 멀리서도 잘 보인다.

북사면엔 눈이 그대로다. 물론 윗쪽으로만.

증면사진 한 장 찍고. 빨리 내려갈 생각에 평소 찍지 않던 곳에서.....

대동문

보국문 내려서기 전에 삼각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였다.

저 뒤가 문수봉이다.

대성문을 향해 가는 등산객 보다 앞서 갈 예정이었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내려 갔다.

보국문에서 1키로 넘게 내려온 곳에 있는 휴식 장소. 여기서 점심을 했다.

이제 다 내려 왔다.

진짜 다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