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5.2 행궁지 - 대피소

PAROM 2020. 5. 3. 07:17
참 오랫만에 늘 걷던 주능선과 남장대지능선길을 완주했다. 코로나가 아직 사그러지지 않았는데도 6일이나 계속되는 연휴라 산친구들은 다들 남쪽 바다 섬들로 가고, 나만 북한산에 남은 것 같다. 
 
매일이 노는 날인 내게 주말이 특별한 의미가 있진 않지만 남들 놀 때 같이 산에 가는 것이 맘 편하다. 물론 평일엔 가끔 용돈벌이를 하느라 PC 앞에 있어야 하는 것도 있다. 이젠 용돈벌이도 시원찮아 져서 그냥 놀아야 할 터가 되었다.
암튼 세번째 쉬는 날인 오늘 산에 왔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비가 오는 것 같이 잔뜩 흐렸다. 일기예보 상에는 그냥 흐린 것으로만 냐온다. 아침 가온이 15도가 넘었다. 아내는 벌써 샌드위치  만들 것들을 다 준비해 놓았다. 과일도 담아 놓았고.... 배낭에 점심거리를 담고 바람막이와 배낭 빼고는 피엘로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요즘 운동을 게을리 해서 바지가 꽉 낀다. 어서 허리둘레를 빼야지 안 되겠다. 
 
산길에 사람들이 적어 연휴라 다들 멀리 나갔나 생각했다. 이틀을 쉬고 산에 왔더니 숨이 턱에 차고 다리도 따로 놀려고 한다. 그런데도 남이 나를 앞지르는 것이 싫어 행궁지 갈림길 까지 죽어라 걸었다. 배낭까지 젖었다. 
 
배낭을 메면 좋던 허리가 오늘 앙탈을 부렸다. 계곡길과 남장대지능선 오를 때, 그리고 주능선길 걷는 중 가끔. 수술을 해야 하나? 
 
행궁지를 돌아오르는 길에 철쭉이 피었다. 아직 몽우리도 많다. 조금 더 오르니 아직 진달래가 한창이다. 대개는 같이 있는 것을 보기 힘든데 올핸 둘이 어울렸다. 산길은 피어 있는 철쭉, 진달래와 떨어진 진달래로 하늘 빼곤 다 붉다. 
 
구름이 나무에서 비가 되어 내렸다. 이런 경험 작년에 했는데.... 나무밑을 지나면서는 비를 맞아야 했다. 산길도 나무 아래는 젖어있다. 젖은 바위를 아주 조심스레 딛었지만 결국 한번은 땅을 짚었다. 이젠 발아래가 잘 보이지 않아 큰일이다. 안과에 가봐야 겠다. 
 
구름에 덮여 보이지 않는 배경을 눈에 품고 줄을 잡기 싫어 길을 만들며 능선에 올랐다가 반대인 부황사 쪽으로 가는 바람에 되돌아 와 올라야 했다. 길이 너무 험해져서 다행히 일찍 눈치를 챘다. 
 
긴 연휴에 빈둥대며 벌써 이틀을 허비했는데 오늘은 빡세게 걷고 싶었다. 그래서 대피소까지 걸었다. 역시 길게 걸었더니 힘들다. 그래도 휴일이 더 있어서 그런지 그리 피곤한 줄 모르겠다. 직장인도 아닌데 뭐하는 건지.... 
 
대성문을 지나 남쪽전망대에서 부터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아니 거기서 구름 아래로 내려온 거다. 지금도 꼭대기는 구름에 덮였다. 가끔 얼굴를 내민 해를 보며 대피소로 갔고 점심을 먹고 죽어라 내려왔다. 
 
이제는 지기 싫어서 죽어라 걷는 것에서 벗어나고 여유롭게 사방을 둘러보며 즐기며 걷고 싶다. 제발....
이 나쁜 버릇을 어찌 고쳐야 하나. 어렵다. 
 
이제 쉬었으니 집으로 가야겠다.


집앞 출발 탄현역으로....

북한산탐방지원센터. 사회적거리두기 캠페인 중이다

가뭄이 계속되더니 폭포 아래에만 물이 흘렀다.

벗꽃잎이 떨어져 물을 덮었다.

행궁지 옆 오름길의 철쭉.

                                          남장대지능선으로 가는 길. 아직 진달래가 한창이다.

능선 끝자락의 의자소나무. 구름속에서 동양화 같은 풍경이다.

                                          남장대지능선길. 길과 옆이 꽃길이다.

남장대지 옆. 저 뒤가 의상인데 구름에 가려서 소나무를 배경으로.

저 진달래 뒤로 의상능선이 보이고 더 뒤로 내가 사는 동네가 보이는 곳인데 오늘은 꽃만 보인다.

증명사진. 여기서부터 사람들이 제법 보이기 시작했다.

솔잎 끝에 맺힌 물방울. 구름이 만든 이 물방울이 떨어져 옷을 적셨다. 작년에도 그랬고.....

이제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고 구름이 북쪽으로 흐르는 것이 보였다.

숲 사이로 멋진 삼각산이 보이는 곳인데......

북쪽전망대에서 보국문으로 내려가는 길

대동문 앞, 왕벗꽃이 한창이다.

동장대. 낮은 곳이라 철쭉이 활짝 폈다.

대피소. 이제 내려 가기만 하면 된다. 부럽게도 남여노소 등산객들이 다 쌍쌍이었다.

공단에서 설문지에 응답하면 마스크를 준다고 해서 등산객들이 무척 두꺼운 설문지에도 불구하고..... 난? 안 했다.

오를 땐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이 보이지 않았는데 내려오니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