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못 왔으니 오늘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와야 했다. 아내도 당연히 산에 갈 줄 알고 수박을 깍뚝 썰어 담아 놓았다. 냉장고에 두었던 햄버거를 레인지에 돌려 담고 물 한 병 배낭에 넣으니 등산 준비 끝이다. 집을 나오려는데 마스크를 챙겨 준다. 하마면 나갔다 다시 들어올 뻔 했다.
지하철을 노인에게 무료로 타게할 것이 아니라 그 예산을 전국의 일정 수준 이하 노인에게 균등하게 나눠주고 그 돈으로 교통편을 이용하게 했으면 좋겠다. 노인 우대는 출근시간 대를 피해서 승차하면 할인해 주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피곤한 젊은이들에게 무례한 늙은이들이 점점 더 눈에 띄어 보기 싫다. 나도 그럴까 겁이 난다.
예전엔 구파발역에 북한산행 버스 승차 줄이 있었는데 승차박스가 몇 개 더 생기더니 그게 없어졌다. 줄이 있어야 좋은데 승차박스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은평구청에서 줄서기 운동을 하던지 해결을 했으면 한다.
계곡입구에 오니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제법 차다. 오~~ 오늘 걷기에 좋겠다. 계곡물은 많이 줄었지만 물소리는 들린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내일부터 또 일해야 하니 짧게 걷기로 한다. 오늘 피곤하면 일주일이 괴롭다. 가장 쉬운 그리고 짧은 길인 대피소에서 보국문으로 걷기로 정했다.
내일부터 비가 온다고 하더니 하늘이 내내 흐렸고 찬바람이 불었다. 걷기는 좋은데 차라리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후텁지근해서 조금 걸으니 땀이 난다. 좋은 일인데 손수건을 넣지 않았다. 아침에 배낭꾸리기가 어쩐지 쉽더라니 뭔가를 빼놓아서 그런 거였다. 물티슈를 수건 대용으로 쓸 수 밖에....
코로나 때문이라고 언론에서는 그러는데 확실히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참 좋은 일이고 보기도 너무 좋다. 코로나가 계속 있어야 하나?
땀을 좌악 흘리며 대피소에 올라 지붕 밑으로 들어가 방석을 깔았는데 미리 와 있던 분들이 김밥 한 줄, 참외 반 개, 수박 한 조각, 오이 한 개를 준다. 늘 그렇듯 물만 한 모금 마시고 잠깐 쉬다가 가려고 했는데 땀이 마를 때까지 쉬었다. 일행이 한 명 오지 않아서 그랬다지만 고맙고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내 배낭에 들은 햄버거와 수박은 어쩌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먼저 일어나 대동문으로 향했다. 한참을 쉬었지만 오르막은 힘들다. 보국문에서 더 걷기를 포기하고 내리막길로 내려섰다. 처음 만난 물 건너는 곳에 쭈리고 앉아 등산화와 바지에 묻은 흙을 닦았다. 요새 힘이 떨어져 그런지 돌부리에 부딪치는 일이 더 많아져 흙투성이가 되어서였다.
그리고 점심 먹을 곳을 찾는데 당연히 없다. 능선상에서 해결했어야 했는데....
중성문을 지나 데크길을 내려선 곳에서 또 운호를 만났다. 지난번에 만났던 곳에서 또 만났다. 오늘은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남장대에 올랐다가 연신내로 갈 거란다. 어제 춘호가 전화 했다는 등 한참 수다를 떨다가 헤어져 내려오는데 역사관 다리 앞에서 승근이를 만났다. 지난번엔 중성문에서 봤는데. 그리고 그날은 운호를 나중에 만났는데. 산에 꾸준히 오니 생기는 일이다. 승근이는 다행스럽게 12번의 항암주사가 끝나 정밀검사를 했는데 깨끗했단다. 승근이가 이틀에 한 번씩 등산을 해서 좋은 것 같아 나까지 맑아지는 것 같다. 동수가 우리가 산에서 만난 것을 알더라고 해서 내가 이곳 카스의 동수 글에다 답글로 써서 그럴 거라고 했다.
참새가 방아간을 그냥 지나갈까, 들렸다가 갈까? 내가 쉼터를 그냥 지나갈까, 들렸다가 갈까?
참새에겐 목숨을 건 생존의 문제이고 내겐 참아도 될, 목숨을 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것 같다.
오늘은 일찍 가서 닦고 한 잔하고 일찍 자자.
2020.7.26올림
바로 올리지 않은 바람에 사진을 저장하지 않고 다 지웠다.
사진은 카카오스토리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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