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7. 4 보국문 - 대피소

PAROM 2020. 7. 5. 07:12

새벽에 눈을 뜨니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 갑자기 갈등이 시작됐다. 내일 할 일을 오늘하고 내일 산에 일찍 다녀와?
그런데 내일은 어머님 기일이다.

평일엔 일이랍시고 뭘 하느라 이발도 못했고, 자꾸 바람이 빠지는 자전거도 고치지 못해 내일 다 해야 한다. 청소까지도.

아침밥을 먹고 나니 비가 그쳤다. 우산과 우비를 챙기려 했는데 다행이다. 아내가 싸준 샌드위치와 수박을 넣고 찬 물을 한 병 넣었는데 배낭이 무척 무겁다. 일터에서 가져온 음료 두 캔을 어제 넣어 놨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그친 지 바로라 그런지 쌀쌀하다. 마스크를 가지러 집에 다시 들어 갔다 나왔다. 왜 늘 잊는지?
탄현역 계단을 오르는데 숨이 막힌다. 이런 KF94 마스크를.... 다시 집에 다녀오긴 멀고, 사긴 그렇고....

산성입구에 내려 산으로 들어가는데 바람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계곡 입구에서 들리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이순간은 오늘 하루가 날아 갈 것 같았다.

폭포를 지나니 땀이 난다. 아니 맺혀 떨어지는 정도다. 9시가 넘으며 기온이 올랐고 아침까지 내린 비로 습도가 높아 마치 습식 사우나에 들어 앉은 것, 아니 그속에서 걷는 듯한 기분이다.

역사관 앞에서 보니 웃옷에서 물이 흐른다. 말릴 겸 한참을 쉬었다. 역시 좋은 옷이라 빨리 마른다. 앞으로도 등산복은 좋은 것을 고집할 것이다.

쉬다보니 젊은이들이 떼로 올라간다. 이젠 산에 20대가 무척 많이 보인다. 내가 젊은 시절 다닐 때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레깅스를 입은 남자와 여자가 꽤 된다. 신문에서 본 요즘 젊은이들의 등산문화가 그렇단다. 그래도 이 더운데 레깅스는 좀....

지난주에 근력운동만 해서 그런지 걸을수록 힘이 든다. 사실 어젠 아래 계곡에서 쉬다가 오려고 했었다. 고관절 근처 인대가 늘어났는지 무척 불편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그래서 오래 고생을 했는데 또 헬스장에서 빨리 걸은 탓이다. 걷는 버릇을 고쳐야 하는데 쉽지 않다.

역시 젊음이 좋다. 산에 오는 20대 대부분이 키도 크고 건장하고 잘 걷는다. 그 젊음과 멋짐이 참 부럽다. 나를 앞질러 가는 놈들은 밉기도 하다. 나를 기 죽게 하니.ㅎ~~

습기가 많고, 기온도 높아지는데 계속 걸으려니 고역이다. 산 아래에서 쉬려던 생각이 걸을수록 갈 곳이 멀어진다. 결국 적어도 10키로는 걸어야지 하며 보국문으로 올랐다.

비가 그친 하늘. 볕이 따갑고 눈 부시다. 극성을 부리던 매미나방 애벌래가 벌써 부화를 해서 날아다닌다. 정말 싫다. 모기와 같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겨울을 난 놈들이니 절대 쉽게 죽진 않겠지.

북한산길에서 제일 좋아하는 길인 동장대를 지나 대피소로 가는 데도 어서 주저앉고 싶다. 힘들게 대피소로 가서 한참을 쉰 후 예전에 자주 쉬던 아래 계곡으로....

아래 계곡의 탁자 바위는 지난 겨울, 얼음에 밀려 흘려져 없어졌고 그 자리는 비탈진 민바위가 되었다. 내가 쉬던 흔적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바위 위를 흐르는 물은 변함이 없다.

그 민바위에 배낭을 벗고 자리를 폈다. 가져온 캔을 물속에 넣으니 곧 차가워졌다. 한 모금만에 숲모기가 달려들어 기피제를 뿌리니 쉼을 방해하는 것이 없다. 모바일에 넣은 노래를 틀었다.
그래 쉬는 게 이런 거지. 빈속이라 금방 올라온다.

쉬었으니 이제 집에 가야지. 그런데 족탕을 못했다. 다음에 하면 된다 생각하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하산을 하는데 허리가 아프다. 불편한 바위에 앉아서 그런가 보다. 이젠 의자를 가지고 다녀야 하나?
다 내려오니 컨디션이 돌아왔는데 허리는 아직이다.
이럴때는 바로 집으로 가서 쉬어야 한다.

승객이 많지 않은 지하철을 고맙게 타고, 집으로 와 찬물에 샤워하고 막걸리 한 잔하니 속이 시원하다.

그런데 졸립다. ㅎ~~

 

마스크를 쓰고 가자. 안 하면 열차를 타지 못하고 나나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니....

산성 수구자리에서 본 원효봉과 백운동계곡. 아침까지 비가 와 수량이 많다. 물도 맑고.

계곡 폭포.

중성문 아래 계곡. 이곳도 물이 줄면 피서객이 쉬는 곳이다.

산영루. 이 앞 계곡에서 발 담그고 쉬다가 내려가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백운동계곡 제일 위쪽 다리 아래 웅덩이. 두 번의 알탕을 했던 곳인데 이제는 다리에서 보여 어렵게 됐다.

다리 위쪽의 계곡. 마치 욕조 같다. 알탕을 한 번 했던 곳이고 길에서 떨어져 있다.

숲이 길가로 내려와 어깨폭 만큼의 길을 내주었다.

결국 보국문까지 올라왔다.

보국문 위에서 보이는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 이곳이 해발 610m로 원효봉보다 높다.

칼바위 사이로 오랫만에 서울 시내가 보인다. 비가 먼지를 쓸어 간 덕이겠다.

동장대. 이제 내리막길이다.

문수봉과 남장대지능선이 보인다.

북한산대피소 아래 광장. 이 자리에 앉아 쉬면서 땀도 말리고 다리 힘도 다시 보충하고 아래 계곡으로....

계곡물에 담가 놓은 음료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아주 시원하게....

점심식사. 내겐 진수성찬이다.

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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