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8.8 대성문 - 행궁지

PAROM 2020. 8. 8. 17:12

이번 장마에 산에 생채기가 많이 났다. 열흘 이상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양동이 물을 쏟아 붓듯 퍼부었으니 길이 다 쓸릴만 했다. 그래도 나무는 많이 쓰러지지 않아 다행이다.

오늘 밤에 딸이 프랑스로 간다고 해서 쉼터에 들리지도 못하고 집으로 가고 있다. 언제 온다는 계획 없이 그냥 나가는데 첫 숙소는 이번 봄부터 주문진에서 같이 지냈던 친구집으로 정했단다. 그 친구가 툴루즈공항에 픽업 나오기로 했단다.
코로나 때문에 여섯 달을 허비했으니 남은 기간을 잘 지내다 와야겠지.

지난주에는 아내 생일이라 안산에 가서 생일상을 받느라 못 왔으니 오늘은 비가 쏟아져도 산으로 가야 했다. 다행히 어제 오후부터 날이 맑더니 아침에도 비를 내릴 하늘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명색이 장마철인데 우산은 넣었어야 했다.

감자 으깬 것을 넣은 샌드위치 한 조각과 과일 한 통, 얼은 물 한 병을 넣고 집을 나서다가 마스크를 챙겼다. 야당역이 생기고 부터는 탄현역에서는 앉을 생각을 못한다. 다섯 정거장을 서서 간 후 대곡에서 3호선을 갈아타고 부터 앉았다. 더 이른 시간에 다닐 생각을 해 본다.

차에서 내려 산으로 들어가며 이어폰을 꺼내다 말았다. 들려오는 매미와 온갖 풀벌레 소리가 청량했고 물소리가 우렁차 그 소리를 즐기는 것이 낫겠다 생각해서 였다.

계곡으로 접어들자 물소리가 커지며 매미가 자기 소리가 물소리에 묻힐까 더 크게 울어댄다. 귀가 터질 듯 하지만 상쾌한 소리다. 가슴이 불어오는 찬 바람에 시원해진다.
장마가 잠시 멈춘 시간, 넘칠듯 흐르는 맑은 계곡물을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 여름엔 새롭고 크게 진하게 보고 들리는 즐거움이 있다.

계곡을 반도 못 갔는데 종아리가 저려온다. 전방전위증으로 뼈가 신경을 밀어서 그런 것이겠지. 그동안 헬스장에서 고관절을 다시 다칠까봐 걷기운동을 하지 않아 코어근육이 버티기에 힘들었나 보다. 골고루 운동해야 하는데 일하러 가야 해서 그러지 못한 탓이 크리라.

늘 그렇듯 힘들게 걷다보니 저림이 어느새 없어졌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생각을 하다가 그냥 계곡을 따라 계속 걷기로 했다.
누가 뒤에서 빠른 속도로 따라 온다. 죽어라 걸었지만 대동문 갈림길에서 잡혔다. 다행스럽게도 나보다 젊다. 대성사 앞 개울에서 세수하는 그를 지나쳤지만 곧 다시 잡혔다. 내가 대성문으로 올라가며 잊혀졌다.

대성문 누각 아래에서 쉬며 물 한 모금에 호흡을 가다듬고 난 후 대남문으로 성곽을 따라 걸었다. 나뭇잎이 짙어지고 무성해져서 산아래가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에 극성이던 매미나방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성곽 계단을 무릎을 짚으며 올랐다. 힘이 너무 든다. 이제 나이를 탓해야 하나? 내가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이고 피곤한 것도 있어서일 것이다.
힘들게 걸어 오른 산은 그만큼 더 큰 행복감을 준다. 문수봉에 올라 한참동안 사방을 둘러 보았다. 매번 같은 풍경이지만 똑 같지는 않다.

문수봉에서 잠시 쉬는데 카톡이 와 있다. 어제 온 것인데 이제 봤다. 일하는 곳에서 다른 사람 옷을 입었단다. 지난주 내내 입던 것인데, 그리고 세탁하려고 집에 가져왔는데.... 답을 하니 바로 톡이 왔다. 오후에 비가 온다고 했단다. 일기예보에는 3시부터로 나왔는데 정오도 되지 않았는데 비가 비치기 시작했다.

서둘러 남장대지를 향해 걸었다. 오늘은 능선과 계곡 모든 길에 시원한 바람이 자주 불었다. 참 고마운 바람이다.
여름에 비 맞는 것은 알탕을 했다고 보면 되는데, 좀 초라해 보일 것 같다.
한두 방울씩 듣던 비가 조금씩 더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점심자리를 그냥 지나쳤다. 계곡으로 우선 내려가는 것이 급했다. 행궁지를 지나니 옷이 젖을 정도로 내렸다. 그런데 배가 고프다. 걸음에 힘도 없다. 점심을 위해 대피소 갈림길 위 물가에 자리를 잡고 배낭을 풀었다. 얼은 물은 아직 다 녹지를 않았다. 목만 축이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빵을 목에 밀어 넣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배낭커버를 한 후 하산을 했다.

역사관 앞에서 잠시 쉬며 1694 한 캔을 뜯었다. 과일맛이 난다. 다시 사 먹지는 않겠다. 비는 거의 걷혔다. 찻길을 따라 산을 내려오며 남은 캔을 비우고 집으로 바로 왔다. 딸을 차에 태울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집 출발

원효봉과 산아래 계곡. 물이 참 많다.

계곡폭포. 오랫만에 물이 많다.

중성문 아래 계곡. 풍경은 좋았는데 사진을 참 못 찍었다.

노적교 아래. 물이 없는 곳이었는데.

산영루 앞의 폭포. 저 위 바위에서 시원한 막걸리 한 잔하면 신선이 되겠다.

행궁지 갈림길로 가는 길

대성문. 저 앞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대성문 위에서 본 서울 시내. 가운데 봉우리 두개가 형제봉이다.

대남문으로 가는 성곽길에서 보는 문수봉

문수봉을 오르다 뒤돌아서 대남문을 배경으로

문수봉에서 보는 구기동계곡.앞의 절은 문수암

문수봉에서 삼각산을 배경으로 증명사진

청수동암문 앞으로 보이는 시내

상원봉의 표지판

의상능선을 넘어 동산리, 삼송리, 신원리, 일산...... 저 멀리 북한까지

남장대지 앞에서.

청송대에서 본 삼각산과 도봉 수락, 불암.....

주능선 너머로 보이는 동북 서울과 수락산, 불암산

장마철엔 우산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아침엔 백운대가 구름모자를 썼었는데 이젠 구름옷으로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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